메뉴 건너뛰기

close

예비역들의 친목단체로 매년 거액의 국고를 지원받고 있는 재향군인회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언론보도와 감사자료 등에 따르면, 재향군인회는 수의계약으로 특혜시비를 빚고 있으나 감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밖에도 부실한 재정관리와 산하기관들의 부실경영 등이 문젯점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거대공룡' 재향군인회가 안고 있는 문젯점을 집중해부하는 한편 바람직한 예비역 단체의 모델을 모색하는 특별기획을 마련했습니다....편집자 주

▲ 서울시 송파구 신천동 재향군인회(향군회관) 건물.
ⓒ 권우성

재향군인회(회장 이상훈)를 두고 흔히 '감사의 무풍지대'라고 한다. 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가 2년마다 감사를 실시하고는 있지만 감사결과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기 일쑤다. 또 국방부나 국가보훈처 감사에 따른 곁다리식 감사 외에 재향군인회만을 대상으로 한 감사원 감사는 지난 10년동안 단 한 차례도 실시되지 않았다. 때문에 '과보호'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그런 탓인지 올초 국가보훈처 감사를 통해 드러난 대한민국 재향군인회의 예·결산 장부는 말 그대로 부실 덩어리였다. 영수증도 없이 예산을 집행하는가 하면 특정 산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특혜를 제공한 흔적도 발견된다. 내부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특정 입찰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과단성'까지 발휘하기도 했다.

재향군인회는 그동안 공공성을 명분으로 예산과 기금 지원, 세제상 특혜, 수의계약 등을 통해 국가로부터 '전폭적인' 혜택을 받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을 '구멍가게'식으로 집행함으로써 재정부실을 자초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것이 전체 자산 1051억원, 12개 산하기업체에 5600명의 직원을 거느린 '거대공룡' 재향군인회의 모습이다.

▲ 매년 400억원의 혈세 투입 그러나 부실한 장부

재향군인회는 2004년 11월 현재 중앙고속, 충주호 관광선, 통일전망대 등 10여개 사업체를 거느리고 있는 대형 기업체이다. 정부로부터 기금이나 국고보조의 형태로 매년 400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지원받는 특별단체이기도 하다. 따라서 규모에 걸맞는 수준의 엄격한 자기 통제와 투명성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재향군인회의 장부는 부실 투성이였다. 국가보훈처 감사담당관실이 지난 4월 한달 간 실시한 감사결과를 살펴보면 부실의 실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재향군인회가 지난 2002년 당초 예산을 전용해서 집행한 4497만원의 경우 2003년 1월에야 뒤늦게 전용승인을 받았다. 재향군인회가 2003년 2월부터 10월까지 전용 집행한 4858만원도 같은 해 12월에야 전용승인 조치했다. 일단 쓰고보자는 식의 회계 처리 방식이다. 이는 명백히 자신들의 예산 규정을 어긴 경우다.

부적절한 예산집행 사례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특별한 사유도 명시하지 않고 판공비인 업무추진비를 집행하는가 하면 출장비를 지출하면서 출장자의 직급이나 이름조차 기록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영수증 등 증빙서류도 첨부하지 않고 예산을 집행한 사례도 적잖았다. 회계처리의 ABC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보훈처는 이같은 부적절한 예산집행 사례를 적발, 시정을 요구함과 동시에 관련자 12명에게 주의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재향군인회쪽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재향군인회 예산관련 관계자는 3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예산전용 부적정' 지적에 대해 "이번 지적사항에 대한 부분은 자체예산이지 정부통제단위 예산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실무자가 바빠서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밝혔다.

담당 실무자도 "업무담당자 입장에서는 편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한군데 두군데 들어오는 것을 매번 할 수 없어서 각 부서별로 종합적으로 걷다보니까 한꺼번에 했다"고 해명했다.

이사회 보고도 없이 고액의 손실금을 부실하게 결산처리한 사건도 당시 감사에서 적발됐다. 재향군인회 산하기업인 (주)중앙고속은 내부 직원이 횡령한 29억5700만원 가운데 회수하지 못한 25억2600만원을 결손 처분하면서 이사회의 심의나 의결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 이사회에 보고조차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대차대조표 부속명세서도 작성하지 않는 등 최소한의 절차적 과정도 지키지 않았다.

▲ 참전용사 방한 초청, 허술한 관리로 혈세 낭비

국가보조금을 지원받는 사업은 한술 더 뜬다. 재향군인회는 해외거주 6·25 참전용사 방한 초청행사를 진행하면서 한국전 참전여부를 관계기관의 증빙서류에 의해 확인받지 않고 신청자의 신청서류에만 의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초청대상자의 명단을 단순 워드파일로 관리해 관리상 빈틈을 '자발적'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참전용사 방한사업에는 매해 4억원 가량의 국고가 보조되고 있다.

재방한 사업이 시작된 75년부터 2003년 현재까지 참전용사 재방한사업을 통해 한국을 방문한 대상자는 2만5946명. 참전용사 재방한사업 계획'에 따르면 재방한 사업의 초청대상을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기간 중 한국전에 참가한 참전 21개국의 군인, 군무원 및 종군기자와 그 배우자 또는 직계비속으로 한다. …중략…. 재방한은 보다 많은 참전 용사들에게 방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회 제공을 원칙으로 한다. 단 해당국 한국전 참전용사 회장단, 행사요원 그리고 각국 참전협회에서 대한민국 홍보 기여 등 특별한 사유로 사전에 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2회 이상 방한할 수 있다.

하지만 재향군인회가 '원시적' 방식으로 초청대상자를 관리함으로써 비대상자가 참전용사 초청대상으로 선정돼 방한한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참전자의 친구 또는 사촌, 심지어 사위가 6·25 참전대상자로 선정돼 예산의 지원을 받고 방한했던 것. 방한자에게는 5박6일 동안의 숙식비와 기념품, 관광비 일체가 국고보조금으로 지원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향군인회의 미숙한 행정처리가 혈세의 낭비를 불러왔다고 볼 수 있다.

▲ 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 감사담당관실이 올해 4월 실시한 재향군인회 감사결과 자료.
ⓒ 오마이뉴스 이성규
▲ 형평성 상실한 계약 체결... 특혜의혹 시비

특혜 의혹을 낳을 만한 계약체결 방식도 금년도 보훈처 감사를 통해 지적됐다.

재향군인회 회관사업본부는 매년 금전적 어려움에 시달린다면서도 지난해 8월 22일 향군회관 지하식당 운영권을 그랜드볼룸쪽에 월임차료 없이 보증금 135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위탁했다. 운영권을 넘겨받은 향군회관 1층 본관 예식장도 운영하고 있는 그랜드볼룸쪽은 평일에는 직원식당으로, 토·일요일에는 수익용 식당으로 이 공간을 활용하며 수익사업을 계속해 오고 있다.

반면 회관사업본부는 바로 옆에 있는 동일한 규모(213평)의 식당과는 이보다 세 배가 넘는, 보증금 5798만원에 월 임차료 600만원이라는 조건으로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즉 동일한 평수, 동일한 용도임에도 계약조건은 천양지차였던 것. 국가보훈처는 감사를 통해 "앞으로 직원식당의 수익실태를 분석해 적정한 임대료 징수방안을 강구하라"고 권고만 했다.

이에 대해 재향군인회 회관사업본부 총무과장은 "보훈처가 감사할 때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부분"이라며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총무과장은 "어느 단체나 위탁 줄 때 임대료를 높게 받지는 않는다"면서 "지적이 아니라 개선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향군사우나, 엘그린 골프클럽, 연리지 예식홀 등은 최대 5년 11개월 동안 임대관리비를 체납하고 있다. 그러나 재향군인회쪽은 임차계약을 어긴채 이들 업체에 대해 임대관리비 납부독촉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감사자료에서 드러났다.

홈페이지 구축 등 자체사업을 입찰에 부치면서 일반경쟁입찰 원칙을 어긴 사례도 감사에서 적발됐다. 재향군인회는 최근 홈페이지를 재구축하기 위한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규정을 어기고 특정 2개 업체에만 입찰권을 부여했다. 3000만원 이상의 사업에 대해서는 일반 경쟁을 시켜야 한다는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재향군인회 그룹웨어 구축계약을 진행하면서도 3개 업체로 경쟁을 제한하고 이들에게만 입찰참가를 통지하기도 했다. 결국 홈페이지 및 그룹웨어 구축은 모두 A업체 몫으로 돌아갔다. 국가보훈처는 계약원칙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재향군인회 행정관리실 직원 2명에게 경고조치를 내렸다.

▲ 부실한 예산 처리·계약방식 재향군인회 전체 부실로

재향군인회 산하 수익사업체 현황

                                                (03.12.31 현재 / 금액단위 : 백만원)

회사명

설립일자

업종

인원

부채

자본

중앙고속

71.3.9

고속운송

1040

34416

2475

향우산업

76.9.17

철도객차 청소용역

1159

4088

1673

향우실업

78.3.8

군,미군 불용품처리

40

2223

1282

향우종합관리

86.12.9

경비 및 청소용역

1476

1805

842

통일전망대

87.3.25

관광이용

55

2385

2509

충주호관광선

88.4.1

내륙수상 운송사업

60

9562

(-)6469

호남규석광업

65.4.22

광산업

24

1698

2188

회관사업

88.1.1

향군회관 운영사업

80

14219

16634

제조사업

94.12.5

군·관납 제조판매업

12

236

1736

용역사업

00.12.1

지하철·건물 청소용역

1606

3835

559

휴게소사업

00.12.1

고속도로 휴게소

123

8217

15

 

 

5675

82738

23421

 

ⓒ 출처 : 국가보훈처 2004년 5월 감사보고서
결국 재향군인회의 미숙한 행정처리와 이에 따른 예산 낭비는 재향군인회 산하기관 전체의 부실화를 불러왔다. 단적으로 재향군인회의 11개 산하기관 중 자본비율(자본/자산)이 50%를 넘는 곳은 통일전망대, 호남규석광업 등을 포함,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중앙고속은 자본비율이 6.7%에 불과했고 재향군인회가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휴게소 사업은 0.2%에 불과했다. 자본을 다 까먹은 곳도 있다. (주)충주호 관광선의 부채는 95억원이었지만 자본은 -64억원. 자본비율은 -211.8%로 경영의 한계를 이미 드러냈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주)충주호 관광선을 살리기 위해 '알짜배기' 업체인 중앙고속이 무리하게 지원하다 동반 부실화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앙고속은 빌려준 빚마저 갚지 못하는 (주)충주호 관광선에 2002년 채무보증까지 서주기도 했다.

형편이 이런데도 재향군인회쪽은 전문 CEO를 영입한다든가, 자체 감사를 강화한다든가 하는 등의 응급조치마저도 취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재향군인회쪽은 "우리쪽 예산에 대해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할 것 없지 않느냐"며 신경질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 산하업체의 감사문제와 관련, 하복만 재향군인회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산하업체는 상법에 의한 회사"라며 "상법에 의한 적용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감사원 감사를 받아야되는지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의심을 가지고 있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 2000년 재향군인회장 선거에 출마한 바 있는 한 인사는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내 자신이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적자구조를 타파해 나가겠다고 공약했지만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며 "선출된 회장이 산하기업체장을 논공행상으로 앉혀왔던 관행 때문에 전문 CEO를 영입하기는 앞으로도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는 "업종이 부적합하거나 수익금이 적은 업체 등은 통폐합해 정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고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등의 경영혁신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재향군인회가 관행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돼 '거대 공룡' 재향군인회의 부실문제는 좀체로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2년 설립, 회원 700여만...12개 산하업체 거느린 '공룡'
'대한민국 재향군인회'는 어떤 단체인가

▲ 이상훈 현 재향군인회장
ⓒ오마이뉴스 권우성
대한민국 재향군인회는 지난 52년 2월 1일 제대장병 3만여명을 회원으로 창설된 전역군인 친목단체다. 1953년 11월 17일 사단법인 대한민국제대장병보도회로 이름을 바꾸고, 1957년 1월 17일 대한민국참전전우회와 대한민국제대장병보도회를 통합해 대한상무회로 개칭했다.

1961년 5월 10일에 대한민국재향군인회법이 공포되면서 법적 단체로 승격됐으나 5·16군사정변으로 잠시 해산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해 12월 12일 재건총회를 열고 활동을 재개하였다.

재향군인회는 현재 13개 시·도회 224개 시·군·구회 3446개 읍·면·동회의 산하조직과 724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회원의 대다수(630만명)는 일반 사병 출신이다. 미국의 뉴욕·로스앤젤레스·시카고·하와이를 비롯해 일본·타이완·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브라질·아르헨티나 등지에 해외지회도 설립돼 있다.

또한 재향군인회 산하에는 71년 설립된 중앙고속과 철도객차 청소용역업체인 향우산업, 군·미군 불용품 처리 업체인 향우실업, 경비 및 청소용역업체 향우종합관리, 통일전망대, 충주호 관광선 등 12개 사업체가 수익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 회장은 육사 11기 출신으로 노태우 정권때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이상훈씨이다.

태그: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8,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