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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 3층에서 추락, 다리 골절상을 입은 한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창원 모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 경남도민일보
정부의 불법체류(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토끼몰이'식 단속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벼랑 끝 탈출로 내몰고 있다.

특히 '불법체류 외국인 감소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2일 시작된 일제 단속이 불법체류 노동자에 대한 내몰기 단속에만 급급해 갖가지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소장 이철승)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3시께 단속을 피해 달아나던 외국인 노동자 3명이 건물 3층에서 뛰어내려 다리와 발목에 심한 상처를 입고 병원에 입원 중이다.

상담소는 마산시 내서읍 중리 모 중소업체의 기숙사에서 쉬고 있던 이들이 갑자기 들이닥친 단속반에 놀라 3층에서 뛰어 내려 3명 모두 다리 쪽에 심한 상처를 입었다고 전했다. 또 3명 중 2명은 무사히(?) 달아났지만 1명은 단속반에 붙잡혀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발목 뒤꿈치 뼈에 금이 가 입원 중인 인도네시아 출신 노동자 아무개(28)씨는 “야간 작업을 마치고 기숙사에서 쉬고 있다가 단속반을 보고 놀라 무작정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며 “상처가 심해 병원으로 갔다가 해결책이 막막해 외국인노동자상담소에 연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는 정부의 마구잡이 단속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이같은 극약 조치에 강력 항의할 계획이다.

상담소 우삼열 실장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단속이 공장, 유흥가, 길거리 할 것 없이 마구잡이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제도적 미비점에 대한 보완 없이 강제 추방에만 집착하는 정부 정책은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악순환시키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부 사업주는 단속을 대비해 망을 보는 직원을 따로 배치하거나 외국인 노동자를 업주 자신의 집에서 잠을 재우고 다시 직접 출근을 시키기도 하는 등 단속반, 사업주, 외국인 노동자의 쫓고 쫓기는 ‘추격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마산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일부 사업주와 실랑이가 있기는 하지만 통상적인 일에 불과하다”며 “모든 업체와 장소에서 ‘성역 없는’단속을 계속해서 벌여나갈 예정이다”고 일축했다.

경남 도내 1만5000여명 불법 체류, 제도보완 따라야

정부가 지난 2일 발표해 시행하고 있는 ‘불법체류 외국인 감소대책’에 대해 관련 시민단체들은 제도적 허술함은 감춘 채 강제 추방에만 집착한다며 비난하고 있다.

또한 불법체류(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중소·영세 사업자들 역시 부족한 인력에 대한 보완책 없이 사업주에 대한 처벌만 강화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부터 고용허가제를 통한 합법적인 외국인 인력 사용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해에는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 4년 미만인 18만 여명에 대해 선별적 합법화 조치를 하기도 했다.

문제는 지난해 우리 나라 전체의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가 약 30만명으로 추정됐는데 이 가운데 12만명 가량이 합법적인 비자를 취득하지 못해 불법 신분으로 남아 있다는 데 있다.

경남도 내에도 3만여명으로 추산되는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산업연수생 8000명과 지난해 합법화된 외국인 노동자 4000명 등을 제외한 나머지 절반 가량이 불법 체류자로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는 정부가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자진 출국해 다시 입국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하지 않고 강제 출국과 단속만 강화해 이들의 인권 유린과 각종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고용허가제는 직장의료보험에 가입한 내국인 직원 3명당 1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3D업종에 대한 내국인들의 기피 현상이 심해 영세업체의 경우 이 조건을 충족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합법적인 비자를 취득한 외국인 노동자의 체류 기간에 대한 홍보나 문의 기관이 부족해 이들이 다시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이같은 마구잡이 단속을 피하려고 도주하다 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구제나 보상도 전혀 없어 심각한 인권 유린의 문제가 되고 있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는 “정부는 새로운 외국인 노동자의 영입보다 현재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합법화해 고용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전면적인 사면 같은 특단의 조치나 실천하기 어려운 조건이 제외된 자진 출국 후 재입국 가능한 조치가 모색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 이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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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기사제휴 협약에 따라 경남도민일보가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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