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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최근 국가보안법 폐지논쟁과 관련, 국민 여러분의 판단을 돕고자 '국가보안법 보도비평'을 연재합니다. 연재는 5명의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국가보안법폐지 국민연대 언론대책팀' 소속 대책위원이 맡습니다. 열여섯번째 비평은 김은주 민언련 협동사무처장이 작성했습니다.... 편집자 주


열린우리당이 '국보법 폐지·형법보완'을 당론으로 결정하자 조선일보는 18일자에서 '간첩처벌이 불가하다'며 대대적으로 지면을 할애하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어 중앙일보가 19일자에서 여당안 반대입장을 밝혔다.

여당안의 경우 대표적 악법으로 비판받아온 국가보안법을 폐지한 것 자체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기존 형법으로 안보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형법 전문가들과 인권시민단체 의견에도 '내란목적단체' 조항을 신설한 것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폭동할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조항을 넣어 구체화하기는 했지만 '단체'로 제한해 북한의 지위나 남북관계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에 확대해석해서 적용되어왔던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 조항처럼 악용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높다.

그러나 이처럼 한계를 안고있는 여당안에 대해서도 보수언론들은 나라가 혼란에 빠지고 안보 구멍이 생기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사전에 입이라도 맞춘 듯 광화문에서 인공기를 흔들거나 간첩을 보고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 처벌하기 어렵다는 '레퍼토리'를 반복하고, 조선일보는 간첩을 처벌하기 어렵다며 전날 주장을 되풀이했다.

<중앙> <동아>, '처벌불가' 강조로 불안감 조성

먼저 중앙일보는 1면 머릿기사 「"보안법 폐지" 여당 형법개정안 적용해보니」를 비롯해 3면(전면) 기사와 사설, 기자수첩 등을 할애해 여당 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강력하게 밝혔다. 중앙일보는 '평양노동당 행사 허가 안받고 참여-처벌 어려움', '서울시 등 지자체 독립공화국 선언-처벌 불가', '북한 공작원과 돈을 주고받거나 은신처 제공', '서울집회서 인공기 흔드는 행위-처벌불가' 등 13개 항목을 정리해 여당 안이 국가안보에 공백을 가져오는 것처럼 보도했다.

'공산당 합법화 못 막는다'고 주장했던 중앙일보는 「'공산당 창당'도 무방하다니」라는 사설을 다시금 게재했다. 중앙일보는 "사상의 자유나 인권침해는 통일 후나, 북한이 변화된 뒤에나 가능한 얘기"라고 주장하며 "어떻게 되든 보안법과 같은 형태를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와 다소 차이를 보였던 중앙일보가 조·중·동으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중앙일보는 과거 "우선 불고지죄는 폐지되어야 한다"(8월 25일자 사설 「국가보안법 폐지보다 개정이다」)고 주장했는가 하면 찬양고무 등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는 등 조·중·동 중 가장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여당 안이 나오자 북 공작원이 내국인을 접촉하는 것이나 북 잠수정을 보고 신고하지 않은 사례 등에 대해 처벌이 불가하다면서 안보위협에 해당되는 것처럼 보도했다. 자신들이 폐지를 요구했던 불고지죄조차 여당 안을 트집잡기 위해 딴죽을 걸고 나섰다.

아울러 여당안을 비판하는 사례로 서울시 등 지자체가 독립공화국을 선언해도 형법개정안으로는 처벌이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방제 국가에서도 주(state)가 임의로 연방을 탈퇴하는 것은 연방헌법 위반이다. 하물며 지자체가 독립공화국을 선언할 수 있다는 망상을 한다는 자체가 억지이다. 그것은 분명 헌법위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자체가 공화국을 선언한다는 가정을 설정한 것은 입맛대로 여론을 호도하려는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

동아일보 역시 A3면을 털어 「인공기 흔들고 북한 찬양해도 내란목적 아니면 처벌 어려워」라는 제목 아래 찬양고무, 회합통신-금품수수, 불고지-북한규정 등을 들고 보안법 폐지에 반대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국보법 폐지 여당 안에 반대한다」에서는 여당 안이 "국보법을 지탱하던 골격을 사실상 해체한 것에 가깝다"며 "이렇게 허술한 법률로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친북활동이나 간첩행위를 과연 제대로 단속하고 처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조선>, '간첩처벌 불가' 논리 밀어부치기

조선일보는 어제(18일)자와 마찬가지로 열린우리당 안으로는 간첩처벌이 어렵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역시 사설 등에서 이를 언급했으나 가장 적극적인 곳은 조선일보이다. 조선일보는 A4면을 털어 「북간첩 처벌조항 사라지면.../남파공작원과 접선해도 처벌못해」, 「간첩조항 삭제 '사연' 있었나」와 사설 「이런 세상에 누가 간첩을 잡겠는가」 등을 집중 배치하며 '간첩처벌 불가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집권당이 무슨 사연이 있기에 국가기관이나 대다수 국민여론까지 몰라라하며 나라의 울타리를 허무는 데 이렇게까지 허둥대고 있는지 모를 일"이라며 여당이 정상회담을 위한 포석으로 보안법 폐지에 나서는 양 몰아갔다.

이들 신문은 현행 형법이 내란과 그 예비음모는 물론 선전선동까지 처벌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국가 안위를 위협하는 간첩행위 역시 현행 법률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은 여당뿐 아니라 학계나 민변 등에서도 꾸준히 제기했다. 조선일보가 그토록 염려하는 간첩처벌의 경우 과거 법률에서는 북한을 제외한 타국에는 적용되지 못하는 맹점이 있었으나 이들 언론은 이와 관련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실제 처벌이 가능한 조항이 있는데도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억지를 쓰기보다 형법에서 간첩죄를 적용할 경우 과거 악용사례를 없애기 위해 그 대안을 어떻게 강구할 것인가가 중요 쟁점이 되야 한다. 따라서 여당의 형법보완안의 '간첩죄' 조항이 보강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기도 하다.

형법의 해석상 간첩은 국가기밀의 탐지, 수집을 말하는데 이를 국가기밀 누설, 간첩목적의 국가기밀 수집, 과실 국가기밀 누설 등 구체적 행위에 따라 세분화, 유형화하여 규정하고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기밀 개념도 '그 누설이 국가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명시해야 한다. 지나치게 인플레이션돼 있는 법정형 조절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런 내용은 제껴둔 채 '간첩단 하나 잡지 못하는' 대북공안을 질타하고 "이 나라를 무장해제 하겠다는 뜻"이라고 몰아붙이며 보안법 유지를 갈구하는 보수언론의 태도는 역사를 거스르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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