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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 나는 운전면허를 안 따고 자전거를 탄다

요즘은 한 집에 자동차를 두 대나 석 대 굴리는 집이 많습니다. 아버지 차, 어머니 차, 자식들 차까지 석 대. 어떤 분들은 남편 차, 아내 차 이렇게 두 대를 굴리시고요. 그런 탓에 아파트든 주택이든 주차하는 것이 거의 전쟁과 같다고 해요. 차는 많지만 차를 댈 공간은 모자라니까요.

그런데 찬찬히 생각해 보아요. 차 한 대만 있어도 참 편합니다. 굳이 아버지나 어머니 또는 남편이나 아내, 둘이 따로 차를 한 대씩 굴려야 할까요? 돈이 있어서 자동차를 산다고, 또 유지비도 넉넉히 낼 형편이니까 굴린다고 하면 달리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언제부터 '자가용이 없으면 어디도 못 가는' 그런 사람으로 살았는가요?

▲ 지난달, 혼인 첫돌을 축하하면서 아내에게 자전거를 사 주었습니다. 자전거를 처음 사온 날 찍은 사진입니다.
ⓒ 최종규
저는 자동차 운전면허증이 없습니다. 아내도 없습니다. 아마 요즘 저희 또래 부부 가운데 둘 모두 운전면허증이 없는 집안은 찾아보기 어려울 듯한데 그래도 저희는 못 가는 곳 없이 잘 다니며 삽니다.

굳이 자가용으로 어디를 다녀야 할 일도 없지만 혹시라도 가게 되면 자가용 있는 분과 함께 타면 됩니다. 자동차를 함께 타면 연료값도 아끼고, 에너지도 헤프게 쓰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저나 아내가 운전면허증을 안 딴 까닭은 따로 있습니다. 첫째는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기름만 먹고 다니는 자동차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나중에 석유를 안 쓰고, 햇빛 에너지나 다른 전기에너지 또는 물이나 공기로 가는 자동차가 나오면 그때 가서 면허증을 딸 생각입니다.

둘째로 세상에 자동차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면허증만 따 놓으면 다른 분들 차를 얻어타다가 대신 몰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운전이란 늘 해야지 안전하게 합니다. 어쩌다가 대신 하는 운전이라면 더 위험하기 때문에 차라리 안 땁니다.

셋째로 책을 읽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운전하면서 책을 읽을 수 없겠죠? 하지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다니면 서거나 앉아서 아늑하게 책을 읽을 수 있어요. 그뿐 아니라 글도 쓰고 편지도 쓸 수 있고, 바느질을 한다거나 창 밖 구경도 마음놓고 하고요. 다른 까닭도 크지만 "책을 읽고, 창 밖 경치를 즐기며, 조용히 자기 생각에 잠겨서 자신과 하루일을 돌아보는 기쁨"이 아주 크기 때문에 운전면허증 자체를 안 따고 있습니다.

넷째로, 자전거를 타면 더 좋기 때문입니다. 자전거는 저렴합니다. 자전거를 타면 몸에 아주 좋습니다. 좋은 운동이 되어요. 더구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늘면 그만큼 길거리 환경이 좋아져요.

자동차 배기가스가 줄어들 뿐 아니라 자동차를 만들 때 나오는 공해물질(자전거도 나오지만 훨씬 적습니다)도 줄어듭니다. 그러니 생각해 보아요. 여러 사람이 자전거를 타면 차보다 훨씬 더 교통사고 위험도 줄어들고, 더 많은 사람이 더 즐겁게 자기 몸을 단련하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녹색 시민 구보 씨의 하루,그물코(2002)>라는 책을 보면 자동차와 자전거를 견주며 참 재미있는 말을해요.

… 비가 내리는 동안, 도로에서는 자동차나 아스팔트 자체에서 흘러나온 기름 성분들, 겨울 내내 제빙제로 쓰인 염화나트륨, 그리고 길가의 나무와 풀에 뿌려진 농약과 제초제가 하수구를 통해 한강으로 흘러갔다. 사실 거의 모든 차들이 도로 위를 달리면서 독성 물질들을 흘린다 … 구보 씨의 자전거는 자동차보다 훨씬 작은 공간만을 도로에서 차지했고, 또 보관할 때에도 자동차의 20분의 1에 해당하는 공간만을 요구했다.

사실 근거리에서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한 시간 동안 자동차가 옮길 수 있는 사람 수의 2배에서 6배까지 이동시킬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자전거 전용도로는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있는 경우에도 대부분 자동차를 주차시키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65쪽>


<2> 우리집 자전거는 '두 대'

저는 전국일주 여행을 할 만한 자전거까지는 못 되지만 서울 시내를 다닐 만큼 튼튼한 자전거를 장만했습니다. 값은 33만원입니다. 마을버스를 타고 가거나 지하철이나 버스로 다니던 한두 정류장의 거리를 이제는 자전거로 갑니다.

몸에도 좋고, 차삯도 아끼니 좋으며, 짐이 좀 있어도 사뿐하게 실을 수 있어 더 더욱 좋고, 오가는 시간도 줄어드니 훨씬 좋습니다. 사실 서울 시내를 버스로 다니다 보면 길이 막힐 때가 잦아서 오히려 자전거를 타고 가는 편이 더 빠를 때도 있습니다.

제가 자전거를 사서 타고 다니는 것을 보더니 아내도 졸라댑니다. 자기도 한 대 장만해 달라고요. 그래서 돈을 푼푼이 모아서 무게도 가볍고 접을 수 있는 작은 자전거를 사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아내도 가까운 곳에 갈 때면 자전거를 타고 나갑니다. 아직은 자전거 타기가 많이 서툴지만 틈틈이 타고다니면서 길이 들고 있고, 오래지 않아 함께 자전거 나들이를 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

오래지 않아 차삯이 또 오른다고 하니 참 걱정스럽습니다. 물건 값은 오르기만 하고 내리지 않으니까요. 석유 값이 오른다고 버스 삯이나 지하철 삯을 올립니다. 그러나 거꾸로 석유값이 내린다고 해서 대중교통비가 내린 적이 없는 것을 보면 더더욱 자전거를 자주 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가뜩이나 서울 시내는 자동차가 많아서 많이 막히고 밀릴 뿐 아니라 지하철이나 버스 환경이 썩 좋지도 않잖아요? 말이 '대중교통'이지, 그 대중교통을 태어나서 여태까지 서른 해 동안 타고다닌 저로서는 '대중지옥탕'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버스를 탈 때도 보면 '버스전용차선'을 마구 달리는 자가용을 아주 흔히 봐요. 경찰이 뻔히 지키고 섰는데도요. 하지만 단속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형편없습니다. 그런데 그 자전거 전용도로라고 있는 곳을 보면 더욱 기가 차지요.

얼마 전 건국대 앞을 간 일이 있는데, 사람들이 거니는 보도블록에 페인트로 줄만 그어서 그걸 자전거 전용도로라고 만들었더군요. 그 자전거 전용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면 줄줄이 심은 가로수에 부딪힙니다.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가는 길목인 서교동과 망원동 큰 길가에도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어요. 그런데 이 길은 모가 여섯인 보도블록을 깔았어요. 돌 때문에 그 길을 달릴 때마다 "자전거 바퀴에 구멍나지 않을까" 얼마나 걱정스러운지 몰라요. 자전거 바퀴는 조금만 튀어나오고 모난 돌을 밟아도 구멍나기 쉽거든요. 갑자기 튀어오르거나 손잡이가 꺾일 때도 있고요. 게다가 길이 끝나고 골목이 나오거나 자동차가 오가는 곳 사이사이에 높은 턱이 나옵니다.

어느 곳에서는 자전거 전용도로라고 해 놓고는 골목길 사이에 끊어져서 이어지는 곳 턱이 무려 10cm도 넘던데, 그런 길을 어떻게 다니겠습니까. 그리고 자전거 전용도로에 얌체로 차를 댄 사람이 너무 많고요.

대중교통도 대중교통이지만 마음놓고 걸어다닐 수 있는 거님길과 자전거를 널리 탈 수 있는 자전거 길을 시내 곳곳에 만들면 좋겠어요. 그래야 자동차 배기가스도 줄고, 자동차 소통량도 줄이며, 버스로 다녀도 길이 덜 막히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기분 좋을 수 있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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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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