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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안녕하세요. xxxx에 근무하는 최관묵입니다."
"누구라고요?"
"최관묵이라고 합니다."
"최간욱요?"
"최관묵요."
"최관욱요?"

▲ 걸어다니는 '콤플렉스 덩어리' 나. 교묘한 카메라 앵글로 콤플렉스를 피해보려 하지만….
ⓒ 최관묵
이것은 낯선 사람과 전화통화를 시도하는 경우에 여지없이 겪게 되는 나의 이름과 관련된 시행착오다. 따라서 전화통화의 본론으로 들어가기까지는 적어도 1분여에 걸쳐 5~6번은 내 이름을 반복해야만 한다. 혹여 나이가 지긋하신 낯선 어르신과 전화통화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상상을 초월한다.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내게 배달되는 우편물과 팩스의 수신자 이름은 적어도 4~5가지는 된다. 광묵, 간묵, 관욱에서부터 어느 경우엔 내 이름 석자 중 단 한자도 맞지않는 어이없는 이름 '채간욱'까지.

하지만 나의 콤플렉스는 이름에서 끝나지 않는다. 나의 키는 측정기계를 잘 만나면 162㎝ 잘못 만나면 161㎝인 일명 '숏 다리'다. 또 내 머리는 "사진 찍을 때 별도의 조명이 필요없겠다"고 농담을 건넬 만큼 반(半) 대머리다. 어쩌면 나는 걸어다니는 '콤플렉스 덩어리'인지도 모른다.

이쯤되면 사람들은 내게 다가와 정중히 충고할 만도 하다. "웬만하면 외출을 자제하시지요"라고. 하지만 눈치가 없기 때문인지 얼굴이 두꺼워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나이 40세가 가까워 오도록 단 한 번도 외출을 주저하지 않았다.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나는 이러한 콤플렉스를 적절히 활용하고 즐겨왔다.

이렇듯 내가 콤플렉스를 적절히 활용하고 즐길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자그마한 노력과 낙천적인 성격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우선 나의 이름은 발음상 누구라도 단 한 번에 알아듣기가 힘들다. 따라서 낯선 사람과의 첫 대면에서 나는 반드시 명함을 먼저 건넨다. 그런 다음 나의 이름을 소개하면 단 한 번에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더라도 명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 낯선 사람과 전화통화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가능한 이메일이나 팩스로 통화내용의 요지와 더불어 이름을 명기하여 발송함으로써 나의 이름을 사전에 인지시킨다. 이러한 노력은 이름으로 인한 나의 콤플렉스를 상당 부문 해소해 줄 뿐더러 업무상으로도 정확성을 높이고 통화시간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뒤따르게 된다.

▲ 세상에 단 한명뿐인 나
ⓒ 최관묵
나아가 이러한 노력을 통해 일단 나의 이름을 인지시킨 후에는 이름의 희귀성 때문에 사람들은 나의 이름을 쉽게 잊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자그마한 노력만 투자한다면 어려운 나의 이름은 사람들에게 나의 존재를 오랫동안 기억하게 만들어 주는 훌륭한 삶의 수단이 되는 것이다. 조직의 홍보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내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홍보수단인 셈이다.

경험상 콤플렉스란 다분히 본인 자신의 인식에서 시작하기보다는 타인의 농담이나 지적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작은 키와 대머리는 나의 낙천적인 성격상 콤플렉스 축에도 끼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장난치기 좋아하는 주변의 친구나 동료들은 간혹 나의 작은 키와 대머리를 농담의 소재로 삼아 웃음을 유도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나는 한술 더 떠 "내 키와 머리카락은 아직도 자라고 있는 중이야. 내 신체의 성장속도가 남들보다 좀 늦어서…"하고 오히려 나의 콤플렉스를 농담의 가운데로 끌어들여 더 큰 폭소를 유도한다.

이렇게 되면 이후부터는 나의 작은 키와 대머리는 더 이상 농담의 소재로서 가치를 잃게 된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숨기고 포장하려 든다면 오히려 사람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결과만을 낳게 되어 영원히 피할 수 없는 치부로 남게 된다.

콤플렉스란 이처럼 자그마한 노력과 마음가짐에 따라서 손쉽게 극복되거나 오히려 삶의 훌륭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나는 주장한다. '피할 수 없는 콤플렉스라면 즐기고 활용하라!'라고.

추정해 보건대 전국에 '최관묵'이라는 이름을 지닌 동명이인이 5~6명 정도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키 작고, 대머리인 '최관묵'은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아닐까? 이런 자부심에 나는 오늘도 당당히 외출을 서두른다.

덧붙이는 글 | [기사 공모] 나만의 콤플렉스, 이렇게 극복했다

혹시 지금 콤플렉스 때문에 괴롭습니까? 아니면 콤플렉스라는 것이 뭔지 전혀 모르고 지내십니까? 혹은 지독한 콤플렉스에 시달렸으나 지금은 훨훨 털어버리고 마음 편하게 지내십니까?

누구에게나 콤플렉스 하나쯤은 있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괴롭히는 콤플렉스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외모, 성격, 학벌, 재산…. 그 밖에 여러 콤플렉스가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시간이 약이란 말처럼 어떤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콤플렉스를 털어버리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갈수록 콤플렉스에 더 빠져들어 결국에는 마음 한 구석에 깊은 병을 키우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십니까? 혹 콤플렉스를 과감히 던져버리고 자신감 있게 살고 있습니까? 만일 그런 분이 계신다면 저희에게 콤플렉스를 극복한 '비법'을 기사로 써서 보내주십시오. 콤플렉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분들에게 '복음'과도 같은 소식을 전해 줄 여러분의 경험담을 기다립니다. 지금 응모하십시오.

응모 기간 : 2005년 3월 8일(화)~ 3월 31일(목) 
응모 방법 : 기사 하단 '덧붙이는 글'란에 <콤플렉스 극복기> 응모글이라고 써주세요. 
우수작 발표 : 4월 6일(수) 오마이뉴스 광장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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