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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한해를 마감하면서 생각해 보니 저에겐 가장 기쁘고, 행복하고, 가슴 뿌듯한 일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남들이 들으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저에겐 참 '큰일'이었습니다. 그 일이란 바로 담배와의 전쟁에서 살아 남은 것이었습니다.

전쟁을 선포한 지 만 3년만에, 드디어 승리의 칼자루를 제가 쥐고 말았습니다. 2002년 1월 1일, 담배를 죄다 버리면서 시작한 그 전쟁에서 말이죠.

실패하면 다시 시작하고, 또 좌절하면 다시 일어서기를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03년 10월에 시작해서 올해 10월까지 단 한 모금도 안 피우고 만 1년을 보냈고, 지금도 여전히 잘 견디고 있습니다. 이제 다신 흡연자의 길로 돌아가지 않으렵니다. 그렇다고 자만에 빠져 방심하지도 않겠습니다.

얼마 전 고등학교 동문회 송년회가 열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동문 사람들을 만나 온 지도 벌써 16년이나 되는군요. 대학생 시절 그리고 사회 초년병 시절 무렵 동문 선배나 후배, 또 저나 모두 엄청나게 담배를 피워댔습니다.

술 마실 때, 그 술집은 정말 담배 연기로 가득 찼었지요. 동문회라고 형수님이나 제수씨들이 같이 나오면 먼저 그 놈의 담배 연기 때문에 제일 곤욕스러워했습니다. 25명 정도 되는 남자 동문 중에 담배 안 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정말 대단했지요.

그런데 이번 송년회 때 보니 담배를 못 끊을 것 같던 그 선후배들이 지금은 죄다 담배를 끊었더군요(단 1명만 빼고, 그 선배도 내년 1월 1일자로 끊겠다고 아이들과 약속을 했답니다). 끊은 지 5년 된 사람, 4년 된 사람, 3년 된 사람. 모두 기간은 달랐지만(3년 이상 된 사람의 수가 제일 많았습니다) 모두들 서로를 대견하게 바라봤습니다. 나이가 들면 이렇게 변하게 되나 봅니다.

▲ 실제 굴다리 밑에 버려져 있던 처참한 담배의 잔해. 누군가 금연을 결심하고 내다버린 것이 아닐까?
ⓒ 방상철
한 달 전쯤인가, 아침에 회사 출근을 위해 바삐 걸어가는데 항상 지나다니던 굴다리 밑에서 멈춰 섰습니다. 다리 밑에서 수없이 많은 담배들이 허리가 꺾인 채 널부러져 있는 처절한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지요.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그리고 얼마나 담배가 미웠으면 저렇게 잔인하게 두 동강을 냈을까?'

그건 바로 1년 전 제 모습이었습니다. 전 누군지 모를 그 사람에 대한 연민이 느껴졌습니다. 저도 피우다 부러뜨린 담배가 정말 많았습니다. 그냥 버린 담배도 많았고, 덩달아 함께 버린 라이터도 참 많았지요. 나중엔 저도 그것이 아까워 옆 사람에게 선심 쓰듯 줬습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에게 한두 개비씩 빌려 피고는 했었죠. 그런 생활을 한참 동안 반복했답니다.

얼마 전, 오랜만에 꿈 속에서 담배를 피웠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정말 목도 아프고 속도 쓰리더군요. 마치 실제로 피운 것처럼 말이죠. 담배의 독은 아직도 지겹게 저를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지금쯤 그 다리 밑 담배 사건의 주인공도 꼭 바라던 대로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제 또 다시 새해가 시작되면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생기겠네요. 새해엔 모두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끊을 수 있다니까요. 저나 제 선후배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저 자신도 끊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들이 끊었다니까요. 예전엔 얼마나 골초들이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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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 혹은 여행지의 추억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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