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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공중화장실은 극히 부족합니다.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길거리에서 화장실을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내일수록 공중화장실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공원 같은 한적한 곳은 화장실이 잘 설치되어 있지요. 따라서 누구나 생리현상을 제 때에 해결하지 못해 당황했던 경험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겁니다.

생리현상은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찾아 올 때가 많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겨울에 입구에 들어서는 11월쯤에는 그런 경험을 많이 하게 됩니다.

저도 얼마 전 화장실로 인해 아찔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경험을 한 뒤로 공중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얼마 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날 기회가 있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기분 좋은 만남에 술이 빠질 수 없어 맥주를 푸짐하게 마셨습니다. 기분 좋은 친구들과 만나면 언제나 술자리는 뜨겁고 깊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기분 좋게 술자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친구들과 헤어지고 택시를 타려고 보니 주머니에 돈이 없었습니다. 시간은 자정이 다 돼가고 있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지하철로 뛰어 가보니 다행히 막차가 남아 있었습니다.

벤치에 않아 조금 기다리니 지하철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막차의 특성상 많은 사람들이 술이 취해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고단한 삶의 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왠지 기분이 쓸쓸해지더군요. 지하철은 안국역 에서 교대역으로 가는 3호선이었습니다.

피곤한 몸을 누이고 한참을 가고 있는데 갑자기 소변이 급해지기 시작하더군요. 지하철을 타기 전에 화장실을 다녀오긴 했지만 아직까지 빠져나가지 못한 수분이 남아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눈을 떠보니 지하철은 금호역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막차이고 돈도 없던 터라 최대한 버티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조금씩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방광이 팽창되고 있다고 몸 구석구석에서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조금 더 참고 보니 지하철은 신사역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서서히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호흡은 가빠지고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지하철은 그런 제 마음도 몰라주고 역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마지막 손님을 태우고 있었습니다. 좀 더 참고 보니 지하철은 교대역에 도착했습니다.

교대역에서 잠실방향의 2호선을 타야했던 저는 환승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환승구 근처에 화장실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또한 2호선 막차시간도 아슬아슬 했기 때문에 좀 더 참기로 했습니다.

방광에 압박을 주지 않기 위해서 조심조심 걸음을 떼며 2호선을 갈아타기 위해 걸어갔습니다. 하지만 긴 환승구 어디에도 화장실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밖으로 나갈까 고민했지만 2호선을 타고 조금만 가면 집이라는 생각으로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습니다.

벤치에 않아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 왔다 갔다 합니다. 급한 마음에 아주머니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저~, 아주머니 2호선 언제 오나요? "
"어, 바로 얼마 전에 막차가 지난 간 것 같은데 "

그때서야 제가 도착하기 전 지하철이 지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실을 아는 순간 몸속에 있는 수분들이 밖으로 탈출하기 위해 제 몸 구석구석 압박하고 있었습니다. 거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방광에 다 담은 것 같았습니다. 마치 사우나장에 않아 있는 사람처럼 땀을 주룩주룩 흘리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희망으로 아주머니에게 물었습니다.

" 아주머니 화장실이 어디 있나요? "
" 어, 이렇게 주욱 가서, 왼쪽으로 틀고…, 저렇게 직진해 가면 돼."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었습니다. 방광은 더 이상 수분을 담을 수 없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판단력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었습니다.

앞이 캄캄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본능적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미친 듯이 화장실이 찾아 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화장실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거의 판단력을 잃어버린 제가 넓디넓은 교대역에서 화장실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이 되니 공포가 찾아왔습니다. 뭔가 알지 못하는 공포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드디어 마지막이었습니다. 단 몇 초가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 미친 듯이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오직 지하철역을 벗어나야 한다는 일념이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빠른 발을 갖고 있는지는 그때야 처음 알았습니다. 제 몸은 본능에 충실하며 축지법을 하듯 계단을 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성을 잃고 얼마를 달렸을까요? 드디어 찬 공기의 냄새를 맡으며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터져 버릴 것 같은 방광을 부여잡고 사람들이 안 보이는 골목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왜 그렇게 골목이 보이지 않는 걸까요? 도저히 으슥한 곳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못 찾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보다는 나의 몸 상태가 더욱 두려웠습니다. 드디어 적당한 벽을 찾아 내 몸속에 1시간 가까이 갇혀 있던 수분을 내뿜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 그런 쾌감이 있을까요? 그렇게 한참을 그 자리에 서 볼일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내가 서있는 곳을 정신차리고 둘러보니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길거리였습니다. 명백한 노상방뇨였습니다. 사람들은 애써 다른 곳을 쳐다보며 내 뒤를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길거리는 강을 이루며 서서히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때의 비참함이란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알지 못 할 겁니다.

내가 그렇게 혐오하면서 보던 그 모습을 제 자신이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몸속에 압박을 해결하고 나니 수치심이 온몸에 밀려왔습니다. 화장실이 급한 것도 아닌데 전 다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오직 그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달렸습니다.

그날 전 교대 역에서 집까지 묘한 기분을 가진 채 걸어가야 했습니다. 푹 젖어 있는 땀 냄새를 맡으면서 말입니다. 그 공포스러운 경험을 한 이후 전 술을 먹고는 지하철을 타지 않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다시 경험하기 싫은 그런 경험이었습니다.

이제 이틀 후면 수능시험입니다. 갈고 닦았던 실력을 모두 쏟아내어야 할 때입니다. 혹시 너무 긴장해 생리현상으로 시험을 망칠 응시생이 있을까 걱정이 되는군요. 수능보기 전에 꼭 화장실에 가는 것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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