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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란드 최대 일간지 <헬싱키 사노마> 기자가 <오마이뉴스>를 찾았다.
ⓒ 안홍기
핀란드 최대 일간지 <헬싱키 사노마> 기자가 <오마이뉴스>를 찾았다. 핀란드는 '언론자유 1위' '청렴도 1위' '촌지받지 않는 기자 1위'로 꼽히는 나라답게 신문의 정통성도 뛰어나 100년 역사를 뽐낸다.

그야말로 '신문의 왕국'으로 불리는 핀란드는 '국경없는기자회’가 10월 26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 등급’에서 덴마크,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네덜란드, 노르웨이, 슬로바키아, 스위스 등과 함께 공동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은 167개 가운데 48위로 평가됐다.

그런 가운데 유하-뻬까 라에스떼(Juha-Pekka Raeste) <헬싱키 사노마> 기자가 지난 25일 오마이뉴스 편집국을 방문했다. 그는 오마이뉴스 이곳저곳을 다니며 취재에 열중했다. 오마이뉴스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취재하려고 왔다는 라에스떼씨는 핀란드뿐 아니라 북유럽 전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헬싱키 사노마>에서 디지털전략 기획을 맡고 있다.

특히 '모든 시민은 기자'라는 모토로 인터넷에서 독특한 기사문화를 만든 오마이뉴스가 영향력 있는 매체로 성장하게 된 배경을 궁금하게 여겼다. 현재는 경제부에서 정보통신기술과 항공, 기업관리법, 세금, 연예사업 등에 관한 기사를 쓰고 있다. 사노마 그룹에서 12년간 일했다는 그는 100만명의 독자를 확보한 < Nyt Weekly> 잡지를 창간했고 모그룹 < SanomaWSOY> 이동통신 포탈사이트(www.endhead.com)의 부회장이기도 하다.

<헬싱키 사노마>는 19세기에 설립된 사노마WSOY 미디어그룹에 속해 있다. 이 신문은 핀란드 국민의 25%가 구독하고 있으며 헬싱키에서는 66%의 인구가 구독하고 있다. 발행부수는 44만부. 모 그룹인 사노마WSOY는 핀란드 뿐 아니라 네덜란드, 벨기에, 체코, 헝가리에서도 여러 잡지를 발행하고 있는 언론매체 그룹이다.

"젊은 사람들 연예뉴스만 좋아해 걱정"

헬싱키에서 서울까지 비행기 삯이 얼마인가? 오마이뉴스에 제 발로 찾아들어온 '언론자유 1위 국가의 일등신문 기자' 취재원을 놓칠 수 없었다. 취재를 끝내고 돌아가려는 라에스떼 기자에게 핀란드 신문이 발전한 이유와 한국을 방문한 소감을 물어봤다.

그는 핀란드가 신문왕국으로 꼽힐 만큼 발전한 이유를 묻자 "돈보다 이상을 좇아 신문의 질을 올렸기 때문"이라고 주저없이 답했다. 또 신문에서 번 돈을 신문에 재투자한 것을 가장 큰 힘으로 들었다. 짧으면서도 명쾌한 답변이다.

그렇지만 핀란드도 큰 신문사의 독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마찬가지. 특히 핀란드 유일의 전국지로서 헬싱키 지역의 66%를 점유하고 있는 <헬싱키 사노마>는 시장과 여론을 독점한다는 비난을 많이 받곤 한다고. <헬싱키 사노마>은 '뉴스페이퍼 100'이라는 무료신문도 발행한다고 전했다. 이유는 광고와 돈. 하지만 무료신문 점유율이 3%에 되지 않아 본지에 적수가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창업주 후손인 사주가 지분 40%를 소유하고 있다는 <헬싱키 사노마>. 사주로부터 편집권은 독립돼 있으나 사설에 관한 한 사주의 영향이 미치고 있다는 심증을 그는 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불거진 적은 없다고. "만약 그랬다면 기자들이 들고일어나서 싸웠을 것"이라며 그는 웃었다. 젊은 독자를 위한 연예전문 주간잡지 편집장도 역임했다는 그는 "젊은 사람들은 연예뉴스만 좋아하는 게 큰 문제"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다음은 30여분간 그와 나눈 일문일답.

▲ 핀란드의 가장 큰 신문사인 <헬싱키 사노마> 사옥 외경. `투명해요` 자랑이라도 하듯 건물 외벽이 유리로 돼 있다.
ⓒ KBS 제공

"사주는 이상주의자... 항상 정부와 부자를 비판"

- 기자생활은 얼마나 했고, <헬싱키 사노마>에 근무한 경력은.
"기자로 일한 지 14년 됐다. <헬싱키 사노마>에 근무한지는 10년 됐다. 그 전에는 학생신문과 석간지 기자, 프리랜서로 뛰었다."

- 한국에 온 목적은.
"핀란드는 이동통신 분야에서 1위를 자랑했다. 과거에는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 핀란드의 이동통신을 배우러 왔지만 이제는 핀란드에서 한국의 이동통신, IT를 배우러 온다."

- 핀란드의 노키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IT 기업 아닌가.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노키아 핸드폰을 쓰지 않는다. 왜일까? 그게 궁금한 것이다."

- 지금 한국에서는 신문개혁과 관련, 특정인의 신문 소유지분을 30%로 제한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핀란드의 사정은 어떤가.
"유럽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국영방송과 민영방송, 신문 여러 개를 거느린 메인 미디어를 소유하고 있고 문제가 되고 있다. <헬싱키 사노마>는 100여년 전 지금 소유주 에르코(ERKKO)가(家)가 오마이뉴스와 비슷하게 진보적 매체를 목적으로 창간했다.

<헬싱키 사노마>는 핀란드는 물론 스칸디나비아 반도, 북유럽지역에서 가장 큰 신문사이다. 사주가 40% 지분을 갖고 있어 실제로 모든 회사를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 그에게는 자식이 없다. 그는 이상주의자여서 항상 정부와 부자들을 비판한다. 그 사람은 핀란드에서 가장 부자이다."

- 사주가 핀란드에서 가장 부자이면 <헬싱키 사노마>가 부자 편을 들지는 않는가.
"그는 로맨틱하다. 항상 부자를 비판한다. (우리) 사주는 항상 '기자는 게으르다'고 비판하고 기자들이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상적인 생각을 하지만, 그가 죽고 난 뒤 <헬싱키 사노마> 경영권 정리가 핀란드의 가장 큰 관심거리이다."

- 사주가 편집에 관여하지는 않는가. 소유-편집이 분리돼 있는가.
"기자가 어떤 종류의 기사든 쓰는 것은 괜찮은데 (사주가) 사설에는 관여하는 듯하다. 지금은 회사가 많이 커졌다. 잡지 발행부수로만 보면 유럽 5위 규모이다. 잡지의 반은 네덜란드에 있고 나머지는 10여개 유럽 다른 나라에서 발행된다. 우리는 상장된 회사다. 사주가 직접 편집권에 관여하지 않는다."

- 그럼 사설의 경우 편집권이 편집국에 없다는 뜻인가?
"사주가 완전히 장악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주와 뜻이 완전히 다른 것을 쓰기는 힘들다고 본다. 몇 백 개의 사설 중 사주의 뜻과 반대되는 것도 있겠지만‥그런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표면적으로 나타난 일은 없다. 만약 표면적으로 드러났다면 기자들이 들고 일어나서 싸웠을 것이다."

돈보다 이상을 좇는 핀란드 신문

- 핀란드는 '신문왕국'으로 꼽힌다. 핀란드 신문이 발전한 주요 이유는 무엇인가.
"돈보다 이상을 좇아 신문의 질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문에서 번 돈을 신문에 재투자한 게 신문을 발전시킨 큰 힘이다."

- <헬싱키 사노마>가 헬싱키에서 66%의 점유율을 차지한다고 했는데, 여론을 독점하는 것 아닌가.
"<헬싱키 사노마>는 핀란드에서 유일한 전국지이다. 그리고 점유율이 높아서 시장과 여론을 독점한다는 비난을 많이 받곤 한다. 논조도 마찬가지이다. 좌파에서는 우파 논조라고 비판하고, 우파에서는 좌파 논조라고 비판한다. 어느 쪽에서든 욕을 먹는다. 양쪽을 다 만족시키는 것은 어려운 듯하다. <헬싱키 사노마>는 '뉴스페이퍼 100'이라는 무료신문도 발행하고 있다."

- 일등신문이 왜 무료신문까지 발행하는가.
"돈 때문이다. 결국 광고 때문이다. 다른 데서도 무료신문을 내니까. 그런데 무료신문 점유율이 3%에 되지 않아 <헬싱키 사노마>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전혀 적수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헬싱키 사노마>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 시장점유율 규제는 받지 않는가.
"<헬싱키 사노마>는 헬싱키에서 가장 큰 신문이지만 전체 미디어로 보면 TV도 있고 해서 언론시장에서 점유율은 8%에 그친다. 유럽연합 차원에서 경쟁법이 있다."

- 한국에서는 젊은 독자들의 종이신문 구독율이 떨어져서 걱정이다.
"핀란드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나는 젊은 독자를 위한 연예전문 주간잡지 편집장도 맡아서 했다. 젊은 사람들은 연예뉴스만 좋아하는 게 큰 문제이다."

- 핀란드의 인터넷뉴스 상황은 어떤가.
"핀란드는 인구가 500만으로 규모가 작다. 한국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가보니 이용자가 2천만명이라고 했다. 핀란드가 세계에서 10위안에 드는 인터넷 강국이라지만 인구규모가 작으니 인터넷사이트 페이지뷰가 많아 봤자 10만 정도이다. 하지만 인구규모로 볼 때 그 정도도 엄청난 것이다."

- 한국언론과 <오마이뉴스>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
"오마이뉴스가 (언론에 대한) 이상적인 접근에서 출발한 것에 놀랐다. 그리고 CEO가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오마이뉴스를 소개하는 프리젠테이션을 봤는데 국제적 수준이라고 본다. 대단한 프로정신을 갖고 있다. 그 외 다른 언론은 접해보지 않아서 뭐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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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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