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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최근 국가보안법 폐지논쟁과 관련, 국민 여러분의 판단을 돕고자 '국가보안법 보도비평'을 연재합니다. 연재는 5명의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국가보안법폐지 국민연대 언론대책팀' 소속 대책위원이 맡습니다. 아홉번째 비평은 김명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작성했습니다.... 편집자 주

▲ <조선일보> 9월 24일자 2면. 국가보안법 폐지론을 안보문제로 전환하려는 보도경향을 보인다는 지적을 받았다.
ⓒ 조선일보 PDF
숙주. 생물이 기생하는 대상으로 삼는 생물을 일컫는다. 간디스토마와 같은 기생충은 숙주인 사람과 가축에 기생하며 영양분을 공급받아 생존한다. 국가보안법도 지난 56년간 '안보위협과 불안감'에 기생하며 이를 살찌우고 스스로 존재성을 부각시켜 왔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은 이제 위기에 처했다. 여기에 긴급수혈을 하기 위한 조·중·동의 기사배치가 새삼 놀랍다. 조·중·동 24일자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한 직접적인 기사는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안보불안'과 '경제불안' 카드를 내세우며 한반도 위험성을 강조하고 국가보안법 존재이유를 조장하는 보도는 여전하다.

<조선>의 꼼수, 인권문제를 안보문제로 전환

<조선일보>는 A1면에 「사정거리 1300km 노동1호 미사일 북, 평북 신오리서 시험발사 준비」를 편집해 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겼다. 설사 미사일이 날아온다 하더라도 국가보안법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전쟁과 국가보안법적 반공체제가 관통했던 한반도 남쪽의 정서는 미사일-국가보안법의 상관관계가 없다는 논리적 판단에 앞서 '미사일→대남도발→국가보안법 필요'라는 정서적 공식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보안법에 대한 애착이 커서일까? A2면에서는 한결 촘촘한 장치를 마련하였다. 에버스타트 AEI연구원의 발표 중 "북한이 미국의 동맹국들을 분열시키기기 위해…영변 핵시설이 미국의 선제공격을 받은 것처럼 꾸며 서울을 공격한다"는 그야말로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같은 면 바로 아래에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말을 따 "북한이 1993년에 이미 지하 핵실험 준비를 마쳤다"고 쓰고 있고, 그 아래에는 북 경비정이 서해 NLL을 10분동안 침범한 기사를 배치했다. 다른 신문에 나와있는 중국어선 6척이 불법조업 중이었고 북측 경비정이 이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중국어선 5척과 함께 월선했다는 것은 뺐다.

인권문제로 제기된 국가보안법 폐지론을 안보문제로 전환하려는 반대론자들과 맥락을 같이하는 보도경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앙>, '경제불안' 카드의 속빈 논리

중앙일보는 「왜 국민은 불안한가」(A27)라는 권영빈 칼럼에서 경제살리기에 주력하지 않고 '보안법 논의'와 같은 정치 세불리기에 집착하는 국정과제를 설정한 탓에 국민 삶을 어렵게 만든다고 꼬집고 있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보안법으로 옥신각신하는 바람에 나라경제를 다 망친다며 보안법 폐지 논의 자체를 잠재우려 하고 있다. 보안법 수호를 위해 '경제불안'이라는 카드를 던진 것이다.

이것은 '안보불안' 만큼이나 속빈 논리다. 보안법 폐지논의는 사회의 근간인 민주주의와 보편적 가치인 인권보장의 문제이다. 보안법 폐지논의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없던 실업자가 갑자기 늘었는가? 잘되던 장사가 갑자기 손님이 뚝 끊겼는가? 조선일보가 안보위협을 조장한 냉전세력이라면, 중앙일보는 거대 재벌을 대변하는 신문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또한 다른 기사(A4)에서 황장엽씨의 말 중 "지금 급선무는 친북·반미세력의 성장을 막고 민주주의와 법질서를 강화해 경제를 발전시키는데 있다, 북한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보안법의 폐지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는 부분을 취했다. 같은 황장엽씨 말을 보도하는데 있어 국가보안법 수호의 의지는 비슷할지라도 중앙일보의 '관심'은 조선일보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을 끌어들여 국보법 되살리기 나서나

▲ <동아일보> 9월 24일자 10면 기사.
ⓒ 동아일보 PDF
동아일보 역시 미사일 발사 준비를 1면으로 뽑고, 「황장엽, "국보법 없애도 북한은 안변해"」라는 기사를 10면에 배치했다. 보안법은 북한을 변화시키자고 폐지시키자는 것이 아니다. 남한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폐지시키자는 것이다. 북한을 자꾸 끌어들여서 보안법을 되살리려하는 시도는 너무나 기만적인 수법이다.

이같이 폐지를 눈앞에 둔 국가보안법에 '안보불안'과 '경제불안'을 내세우며 애절한 인공호흡을 하고 있는 조·중·동에게 동아일보 24일자 금요칼럼을 쓴 김미진 소설가의 말을 그대로 전달하고 싶다.

"과거 사이비 종교가 교세 확장을 위해 자주 써먹던 것이 바로 종말론이었다. 몇차례 큰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기도 했는데 결국 망한 것은 세상이 아니라 종말론을 주장하던 그 신흥종교였다. 불안은 불안을 파급시킨다. '이러다 망한다'는 소리가 나온 게 어디 어제오늘의 일인가.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벌써 열두 번도 넘게 망했어야 할 우리나라다."

국가보안법을 온몸으로 방어하던 노의원이 뇌혈류량 증가로 인해 졸도 소식이 들린다. 조·중·동 기자님들과 편집인들의 건강을 걱정하며 건강검진을 권한다. 특히 뇌촬영을 통해 뇌혈류량과 아울러 냉전·반공 기생충 유무도 체크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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