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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최근 국가보안법 폐지논쟁과 관련, 국민 여러분의 판단을 돕고자 '국가보안법 보도비평'을 연재합니다. 연재는 5명의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국가보안법폐지 국민연대 언론대책팀' 소속 대책위원이 맡습니다. 스무번째 비평은 김진(민변) 변호사가 작성했습니다...편집자 주


오늘 11일자 신문에서는 공무원노동조합 파업과 아라파트 사후 팔레스타인, 팔루자 전투 등 굵직굵직한 기사 탓인지, 국가보안법 자체만을 다룬 기사나 논평은 없다.

다만 모든 신문이 10일 열린우리당 대표단 워크숍에서 나온 ‘개혁입법 속도조절’을 비중있게 싣고 있다. 또 이부영 의장이 창당 1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산이 높으면 좀 돌아가고 물이 깊으면 좀 얕은 곳으로 골라가기도 해야 한다”라고 한 말을 일제히 옮기면서 이러한 움직임을 칭찬하고 있다 (동아일보 사설 「이제는 여당이 달라져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여당 개혁속도 조절론, 옳은 인식이다」).

이들에 의하면 국회가 제 할 일을 하기 위한 궁극적 책임은 여당에게 있으므로 “국민의 다수가 반대하고, 위헌요소까지 있는” 4대 쟁점 법안을 “밀어붙여서는” 안 되고, “강행 처리가 몰고 올 부작용과 파장부터 걱정하는 것이 책임 있는 여당의 자세”라며 “이부영 의장이 지적했듯이 국민의 지지가 높은 민생관련 법안부터 처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당이 “개혁 조급증에 걸려 있는 것처럼 비친다면 할 일을 하고서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고 걱정까지 해 준다(동아일보 사설).

그리고 한나라당이 등원까지 해준 “이 시점에서 우려되는 것은 열린 우리당이 4대 법안 처리에 매달려 국회를 또다시 이념대립의 장으로 몰아가지 않을까 하는 점”이기 때문에 “최근 여당 내에서 4대법안 처리 연기론이 꾸준히 제기되는 건 고무적”이며 "너무 느리게 간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여유있게 갔으면 좋겠다"고 한 이부영 의장의 말은 “현 상황에 대한 적절한 분석과 처방”이므로 “위헌 소지가 있거나 상호 간 거리가 먼 법안은 이번 회기를 넘기는 것이 옳고 4대 법안은 여론이 무르익을 때 처리해도 늦지 않다”고 한다(중앙일보 사설).

국보법 폐지가 위헌? 근거없이 기정사실화

경향신문(4면)에 따하면 한 여당 중진이 “국보법의 경우 예를 들어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폐지한다는 식으로 조건을 걸어서 참칭조항을 삭제한 실질적인 개정안을 받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까지 말했다고 하니, 다른 입을 빌거나 강한 논조로 힘주지 않아도, 이대로 가면 국가보안법 폐지는 자연스럽게 속도나 강도가 조절될 것이라고 보면서, ‘희망찬’ 주관적 전망을 첨가해 확인사살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여당 내 움직임에 대해 조선일보도 비슷한 관점이지만 완전히 경계를 누그러뜨리지는 않는 듯하다. 사설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여 '4개 쟁점 법안' 숨고르기」(조선일보 A6) 제목의 기사에서 이부영 의장이 “여권이 추진하는 4개 쟁점 법안을 보는 싸늘한 국민 여론과 이를 일방적으로 돌파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권이 4개 쟁점법안 추진을 포기한 것은 결코 아니다. ‘속도조절론’은 말하자면 전략은 그대로 두되 전술만 바꾼다는 의미”라며 그 근거는 이 의장이 “(여권이 추진하는) 개혁은 우리 사회에 아직 남아있는 독재 내지는 권위주의를 설거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천 대표도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지금 제게 중요한 것은 개혁 기회를 놓쳐 역사와 국민에게 죄를 짓지 말아야 하겠다는 각오와 다짐”이라고 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여당의 ‘속도조절론’은, “경제위기와 성난 민심 등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잠깐 돌아가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일종의 음모론인 셈인데, 그러니 경계를 풀지 말자는 이야기인 듯하다.

이들 보도에 근거를 제공해 준 것은, 물론, 다름 아니라 여당에서 나온 목소리이고, 왜관상 이부영 의장을 비롯한 여당내 ‘온건파’들의 목소리를 옮긴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대정부 질문을 빙자한 총리 사과 요구와 무조건적인 등원거부에서 비롯된 국회 파행의 책임까지 여당의 ‘개혁조급증’이나 ‘이념 대립의 장’ 때문이라는 식으로 확대하는 것은 분명한 ‘왜곡’이다.

국보법 폐지에 대해 아무런 근거 없이 ‘위헌 요소’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법을 없애는 것이 ‘위헌 법률’이라는 논리도 기괴할 뿐 아니라, 이것이 신행정수도 위헌 결정을 배경으로 '헌법재판소는 우리 편' 식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선동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동아>, 이념대립 조장·편가르기 보도

한편 동아일보는 11일자 신문에서도 이른바 「New Right」기획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A1면에서 크게 다룬 헌법포럼 출범 소식을 A4면에서 다시 상세히 다루고, A3면에서는 전면 기사로 “좌편향 민족주의에 맞서 자유주의로 무장”하는 새로운 흐름이 「침묵에서 행동으로」나아가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A4면에서는 이철우 의원이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운동권 출신 여386 의원 쓴소리”로 소개하고, 바로 그 아래에서 “정치편향 극복 새 학생운동 나서자”는 학생회 기사, 그리고 보수성향 네티즌 5만명이 “사이버 사상전 펼친다”는 인터넷 범국민구국협의회 이야기를 싣고 있다.

또한 스타인버그 교수의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기고 내용을 소개하여, 노무현 정부의 주도층이 “국제 문제에 둔감하고 미국과 주한미군 주둔에 부정적이며,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기 때문에 50년간 한미안보동맹에 대한 근본적 도전"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중앙일보에서도 소개하기는 하였으나 동아일보처럼 상세하지는 않다).

국제기사를 제외한 대부분 지면은 이런 식인데, 확실히 입장을 밝힌다는 측면에서 그리 나쁘게만 볼 것도 아니지만 이것이야말로 그렇게 욕하던 ‘이념 대립의 조장’과 ‘편가르기’가 아니고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개운하지 않다.

중앙일보는 1면 머릿기사에 「북 주체사상-인터넷 공습」이라는 선정적 제목으로 김일성 방송대학이 라디오강의 대신 인터넷강의를 시작한 것을 두고, 익명의 통일부 관계자 입을 빌어 “철책 뚫린 것보다 심각한 위협”이라고 하면서 우리 국민들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김일성 부자의 사진을 자료 그림으로 실었다.

이 기사는 “현행 법률로는 북한 또는 친북사이트를 단순 열람하는 것만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며 “관계 당국의 폐쇄 절차가 복잡하다"고 위험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친북 사이트를 '단순히 열람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처벌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고, 사이트가 위험하다고 아무 절차 없이 그 즉시 폐쇄할 수 있어서는 안 되는 게 아니던가? 바로 이것이 정상적인 모습이 아닌지 되묻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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