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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는 22일부터 현재 5회에 걸쳐 KBS <미디어포커스>의 자사 비판에 대해 반박하는 기사를 특집으로 싣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신미희

KBS를 향한 <동아일보>의 반격이 양사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애초 KBS 미디어포커스가 '한국언론의 친미성향'을 다루면서 촉발된 이번 공방은 학계의 동아일보 '친일 논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동아, 22일부터 매일 1면씩 KBS에 반격

▲ KBS <미디어포커스>는 지난 13일자 방영분에서 최근 비밀해제된 미국 국립문서보관소 문건을 통해 미국과 한국언론의 관계를 조명했다.
ⓒ KBS 제공
동아일보는 지난 22일, KBS 미디어포커스가 13일자 '한국언론의 빅브라더 미국'에서 자사를 비판하자 "사실확인을 거치지 않은 악의적 왜곡"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이날 특집으로 구성된 저널리즘면(A8면)에 「KBS 미디어포커스 '71년 덕소모임' 악의적 보도」와 「"KBS, 확인전화 한통 없었다…'덕소모임' 보도 허점투성이」 기사를 실었다.

동아일보는 두 기사에서 "미디어포커스는 독재정권 하에서 가장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 동아일보가 오히려 그 시절 미국대사관을 통해 정부에 음성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처럼 부당하게 매도했다"면서 "포터 주한 미국대사가 미 국무부에 보낸 비밀전문 내용을 발췌 인용한 덕소별장 모임에 대한 보도는 특히 악의적인 왜곡이었다"고 주장했다.

미디어포커스는 13일자 방영분에서 최근 기밀 해제된 미 국립문서보관서 문건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50여년 간 자국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한국의 지도층 인사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해왔다"고 폭로한 바 있다. 미디어포커스는 동아일보·조선일보 등 당시 언론사와 소속 언론인(사주 포함)들이 언급된 사례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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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이후 매일 한면씩 오늘(26일)까지 총 5회에 걸쳐 반박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특별취재팀 명의로 작성된 이번 기사는 KBS 미디어포커스에 대한 동아일보의 공식적인 반론인 셈이다.

동아일보는 23일자에서 71년 '덕소모임' 참석자인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철승 자유민족회의 상임의장 인터뷰를 다룬 「"초당적 모임을 '미편향'으로 모함"」을 비롯해 정진석 외국어대 교수의 기고인 「해방공간의 언론-좌익 언론인들이 찬탁 주도, 대부분 월북후 비참한 최후」를 실었다.

이어 24일자에서는 해방 뒤 동아일보 복간 과정을 주제로 「경성일보 노조 동아인쇄 거부이유-KBS, 친일로 몰아붙이려 왜곡보도」, 김민환 고려대 교수가 기고한 「"KBS 역사적 사실 재조명 뒷전, 정파적 목적으로 내 설명 누락"」을 게재했다.

또 25일자에서는 「KBS 미디어포커스 매체비평, 동아-조선일보 비판에 포커스」제하 기사를 통해 최근 미디어포커스의 12회분 방송내용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미디어포커스 편파 지적·비평 사례들」과 「미디어포커스 누가 어떻게 만드나」등도 함께 실었다.

26일자에서는 수신료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TV 잘 안나오는 서민 밀집지역 유료방송 가입 '이중부담'」을 통해 KBS가 난시청 해소에 뒷짐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동아일보 편집국장과 상무를 지낸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의 기고를 실었다.

동아 "70년대 독재정권 비판한 언론은 동아밖에 없었다"

동아일보는 이번 기사를 위해 지난 주초 특별취재팀까지 구성했다. 특별취재팀장인 임채청 부국장은 "미디어포커스 방송이 나간 13일 직후 편집회의에서 특별취재팀 구성 얘기가 나왔다"면서 "KBS 보도를 접한 뒤 젊은 후배기자를 포함해 편집국 전체 분위기가 많이 격앙됐다"고 전했다.

특별취재팀은 편집국 기자 30여명이 참여하는 시스템이며 2∼3명의 전담 기자로 이뤄졌다는 게 임 부국장 설명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기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는지는 답변하지 않았다.

임 부국장은 "큰 코끼리를 말할 때 발톱 하나만 갖고 얘기하면 곤란한 것 아니냐"며 "독재정권의 언론통제가 엄혹했던 70년대 정부를 비판한 언론은 동아일보가 유일할 정도였는데, 그같은 시대적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동아일보를 '친미'로 몰아세우는 보도는 수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비판을 한다고 하더라도 할 얘기가 있고 안할 얘기가 있다, 또 말할 자격이 있고 그렇지 못한 자격이 있다"고 전제하면서 "KBS가 과거로 올라가 동아일보의 정권협조나 친미성향 등을 문제 제기하는 것은 '견강부회'로밖에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색깔에 의해 역사가 색출돼서는 안되는 것"이라며 "특별취재팀은 KBS가 동아일보의 친미 친일 등을 거론했으니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기사로써 보여주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KBS "동아가 주장하는 반역사는 무엇인가... 후속 준비 중"

'소련은 신탁통치 주장' 특종 공방
고대 김민환 교수-서울대 정용욱 교수

동아일보가 1945년 12월 27일자에 게재한 「소련은 신탁통치 주장」이라는 특종을 둘러싼 학자들의 지면공방이 벌어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디어포커스 13일자에 출연했던 김민환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는 동아일보 24일자에서 "동아일보는 어느 미국 통신사를 뉴스 소스로 하여 소련이 한국에 대한 신탁통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만약 좌파신문들이 소련에 사실여부를 깨고 들었다면 소련의 탁치추진설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났을지 모른다"고 전재했지만 "(이 기사는) 그 시대 최고의 특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용욱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지난 8월 발행한 단행본 <존 하지와 미군 점령통치 3년>에서 해당 기사가 보도된 경위를 자세하게 설명하며 "3상회의 당시 미·소 양측 입장과 주장을 정반대로 보도했을 뿐 아니라, 결정서 내용과 전혀 다른 왜곡보도로 역사의 흐름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 신미희 기자
이에 대해 김용진 KBS 미디어포커스 기자는 "지금까지 기사를 보면 동아일보 주장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반박이나 해명을 하려거든 프로답게 하라"고 재반박했다.

김 기자는 "동아일보는 '외면'이니 '일방 매도'니 '서툴게 짜깁기' 등 자극적인 용어를 제목에 나열하면서 미디어포커스 내용에 마치 큰 문제가 있는 듯 표현하고 있다"며 "그러나 동아일보가 오보 내지 의도적 왜곡이라고 지적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동아일보가 '71년 덕소모임'을 '미국 대사의 단순한 환송식'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동아는 같은 기사에서조차 모임성격을 놓고 '환송식'에서 '자구 움직임'으로 또 '적대세력간 중재' 등으로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다시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22일자에서 이 모임을 "권력의 '검은 손길'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구 움직임'"이라고 썼다가 다른 한편에서는 "당시 독재권력의 직접적인 압력에 노출된 것은 바로 신문사 사주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김 발행인은 권력에 손을 내밀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적대적인 세력들이 얼굴을 맞대고 손을 마주잡도록 중재하는데 진력했다"고 해석했다.

김 기자는 "당시 독재정권 하에서 극심한 탄압을 받았던 동아일보가 미국 대사와 중앙정보부장, 여야 거물 등을 모시고 적대세력 간 중재에 나섰다고 주장한다면 '꿈보다 해몽'이 아니냐"면서 "동아는 70년대 초·중반 동아일보를 신문답게 만들었던 선배들의 투쟁과정과 그 의미를 한번이라도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KBS는 비밀전문에 포함된 '동아일보에 대한 포터 대사의 긍정적인 평가, 권력과의 갈등'을 왜 다루지 않았는가"라는 동아일보의 문제제기에 대해 "프로그램의 전체 맥락이나 구성상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생략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확인전화 없었다"에 "실명거론 안돼 확인 곤란" 해명

그는 "미디어포커스는 미국이 해방 뒤 한국언론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관리했는지, 당시 한국 언론인들 자세는 어땠는지 그 관계를 조명하고자 했다"며 "70년대 언론상황은 굳이 미 대사 보고서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널리 알려진 사실로써 이를 생략했다고 중대한 왜곡을 저지른 듯 강변하는 것은 전형적인 이중잣대"라고 말했다.

또 그는 '71년 덕소모임'에 참석했다는 이동욱 전 동아일보 주필의 인터뷰 "KBS에서 확인전화 한통 없었다"(동아 22일자)에 대한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포터 대사의 비밀전문에는 이동욱 전 주필의 실명이 들어있지 않고 동아일보 선임 편집인 2명이라고 돼 있다"며 "실명 거론도 되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찾아내 확인전화를 하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그는 이번 비밀전문 내용이 3년전 신동아에 이미 보도됐다고 하는 동아일보 주장에 대해 "신동아에 실린 번역본에는 여자와 관련된 일부 단락이 빠져 있다, 그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고 반박했다. 신동아 2000년 4월호는 관련 내용을 외부 기고자 번역본으로 일부만 발췌해 실었다.

기고자는 미국 워싱턴에 소재한 KISON 선임연구원인 이흥환씨. 이씨는 포터 대사의 보고서를 포함해 당시 비밀해제된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의 한국 현대사와 관련한 주요 문건을 번역해 <미 국무부 파일속의 한국정치>라는 단행본을 펴내기도 했다.

KBS 미디어포커스측은 이번 동아일보의 반박성 특집 기사에 대해 "'반박'이라는 명목 아래 근거 없는 주장으로 'KBS 때리기'를 시도한다면 묵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KBS 미디어포커스측은 "동아일보에서 이번 기사와 관련해 어떤 연락도 없었다, 감정적인 대응이 아쉽다"고 밝혔다.

미디어포커스는 현재 후속 보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진 기자는 "동아일보 보도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동아일보가 우리 언론의 친미 친일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했고, 더욱이 자사와 관련한 논쟁을 시작했으므로 이에 대해 심층적인 취재를 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기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기관지 <언론노보> 24일자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개 반론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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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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