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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산이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 이정근
오늘(8일)은 찬이슬이 내린다는 한로(寒露)입니다. 며칠 전 기온이 뚝 떨어지더니만, 강원 산간지방에 올해 들어 첫 얼음이 얼고 설악산에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 아래 산이 손짓하는 계절입니다.

▲ 성벽과 나란히 가는 등산로에도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 이정근
산악인들은 '산이 거기에 있기에 산에 간다'라고 말하지만 나는 산을 좋아합니다. 아니, 좋아한다라기보다 산을 사랑합니다. 그렇다고 요란하게 등산 장비를 챙겨 등반하는 전문 산악인도 아니고 일부 몰지각한 등산인들처럼 산악회랍시고 끼리끼리 뭉쳐 다니며 산을 괴롭히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런 산행으로서의 산을 좋아한다기보다 산의 냄새를 좋아합니다.

▲ 백운대와 인수봉
ⓒ 이정근
산은 산세와 자태로서 그 위용을 자랑하는 산도 있지만 산 자신만의 특유한 냄새가 있습니다. 그러한 산의 냄새를 느끼지 못하고 산을 오르기만 한다면 겉모습만 느끼고 속 깊은 맛은 모르겠지요.

▲ 대동문
ⓒ 이정근
북한산. 부패한 고려를 뒤엎고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가 한양을 도읍지로 정하매 그 터를 길지(吉地)로 보듬어주고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는 산이 북한산입니다. 북한산은 그렇게 멋들어진 산은 아니지만 다양한 등산 코스가 있어 좋고, 도심과 가까워서 좋지만 매번 오를 적마다 다른 냄새가 있다는데 큰 매력이 있는 산입니다.

▲ 칼바위
ⓒ 이정근
설악산은 설악산만의 냄새가 있고 한라산은 한라산만의 냄새가 있으며 북한산은 북한산만의 특별한 냄새가 있습니다. 이러한 산향(山香)에 취해 산을 오를 때 짙은 화장의 여인네가 스쳐지나 가면 산의 향기가 흩어져 버립니다. 제발 산에 와서까지 그러한 화공약품 냄새를 풍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북한산 등산로 이정표
ⓒ 이정근
포도 농장을 지나면 포도 익어 가는 냄새가 나고, 참외밭을 지나가면 참외 익어 가는 냄새가 나듯이 산이 익어 가는 깊은 산 속에 들어가면 익어 가는 산의 냄새가 있고 소리가 있습니다.

▲ 대성문
ⓒ 이정근
10월 23일이면 상강(霜降)입니다. 서리가 내린다는 절후입니다. 1년생 식물과 낙엽수에겐 치명적인 계절의 마디입니다. 푸름을 자랑하던 산이 울긋불긋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는 이즈음의 모습은 시집가는 새색시가 옷매무새를 고쳐 입고 있는 모습과 흡사합니다. 옷을 다 갈아 입어버린 산보다 이즈음의 모습이 힐끗힐끗 속살도 보이고 속치마도 보입니다.

▲ 북한산성. 중국의 만리장성 못지않게 아름답습니다
ⓒ 이정근
칼국수에는 칼이 없고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지만 북한산에는 북한산성이 있습니다. 사적 162호로 지정된 북한산성은 백제 개루왕 5년(서기132년)에 축조되었다고 삼국사기에는 기록되어 있습니다.

▲ 북한산성 성벽
ⓒ 이정근
삼국 시대에는 고구려, 신라 백제가 국운을 걸고 쟁투를 벌인 요충지이며 고려 고종 19년(1232년)에는 대군을 이끌고 한반도를 유린한 몽고군을 맞이하여 격전을 치렀던 곳입니다.

▲ 동장대
ⓒ 이정근
조일전쟁(임진왜란)과 조청전쟁(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성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숙종37년(1711년)에 석성으로 축조하였고 훼손된 성곽을 1990년부터 대대적으로 복원하여 오늘에 이르렀으며 그 길이는 12.7KM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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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의 행간에서 진실(眞實)을 캐는 광원. 그동안 <이방원전> <수양대군> <신들의 정원 조선왕릉> <소현세자> <조선 건국지> <뜻밖의 조선역사> <간신의 민낯> <진령군> <하루> 대하역사소설<압록강>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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