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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다섯살 난 딸아이가 꽤 오래 전부터 잠자기 전 엎드려서 팬티 속 성기를 자꾸 만지고, 만지면서 잠이 듭니다. 잘 때 책을 읽어 줘도 계속 만지고, 못 만지게 잘 달래도 자꾸 만지고 싶다고 얘기하는데, 그냥 둬도 괜찮을지 걱정이 됩니다.

A.반복적으로 팬티 속 성기를 만지는 것은 어린이의 자위 행위로 판단됩니다. 어린이의 자위는 성인의 경우와 같은 성(性)적인 것이기보다 단지 걱정과 불안을 감소시키려는 시도이거나 혼자 즐기는 놀이 행위의 일종으로 자연스러운 것이며, 아기 때 즐거움과 만족을 위해 손가락 등을 빠는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중략) 엄마가 보기에 흉한 행동일 뿐이고 어린이의 자의적인 행위가 아니므로 야단쳐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버릇이 돼서는 곤란하므로 이 행동을 줄여서 없애야 합니다. 없애기 위해선 잠들기 전 분리 불안을 줄여야 하므로, 어린이를 끌어안아 재우면 됩니다.


한 일간지에 실린 유아의 자위 행위에 대한 상담 내용이다. 그런데 이것이 남의 일이 아니다. 상담을 한 어머니만큼이나 나 또한 요즘 일곱살 난 승혁이의 자위 행위로 인해 속앓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유아들이 하는 이러한 행위를 '유아적 자위 행위'라고 하는데 취학 전에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도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유아적 자위 행위는 2002년 내일여성센터의 학부모 전화 상담 673건 중 115건으로, 순위 2위를 차지할 만큼 부모들에게는 큰 고민거리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기 보다는 쉬쉬하는 분위기가 많은 것이 또한 사실이다.

승혁이는 2003년 3월 정신 지체 장애 3급 판정을 받은 장애를 가진 아이다. 승혁이의 자위 행위가 시작된 지는 꽤 오래된 편이다. 작년 추석 명절 때 온 가족이 시골 어머님 댁에 모여 음식을 만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승혁이가 방 한구석에서 이불 위에 드러누워 발을 버둥거린 채 꼼짝도 않고 있었다.

일하느라 바빠 승혁이를 살펴볼 겨를도 없었지만 처음엔 혼자서 잘 놀고 있나 보다 하고 잠시 신경을 못 쓴 사이 승혁이는 어느새 바닥에 누워 자위 행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말이 그럴 듯해 자위 행위지 사실 승혁이의 모습을 보는 순간 모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어 놓은 두툼한 이불 위에 누워 몸을 바짝 들이댄 채 두 다리를 개구리처럼 구부린 채 엉덩이를 앞뒤로 움직이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으며 두 볼은 빠알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놀랍고 충격적이다 못해 마치 성행위를 하는 어른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그 순간만큼은 마치 내 아들 승혁이가 아닌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이미 그 전에 그런 승혁이를 보고 크게 야단을 친 적이 있어 나는 그 자리에서 야단을 치기보다는 다른 식구들의 눈에 띌까 두려워 얼른 아이를 일으키려 했다. 승혁이가 개구리 흉내를 내나보다 하고 웃어 넘기시는 다른 식구들과는 달리 아이의 행동을 유심히 보시던 둘째 형님은 내 팔을 잡아 끌고 나와선 조용히 "혹시 아이가 자위 행위 하는 거 아니야?"하고 물으셨다.

"예…. 그런 것 같아요. 저도 그동안 야단도 치고 달래도 보았는데 잘 안 고쳐지네요"하고 대답했다. 순간 아직 그런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고 일종의 놀이 행위인 줄만 아는 승혁이에게 아무 잘못이 없음을 알면서도 괜히 아이의 잘못으로 생각하고 게다가 내가 아이를 잘못 가르쳤다는 자책까지 더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아이가 자위 행위를 하는 버릇을 사람들 눈에 띄기 전에 고쳐놓고 싶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그것도 시댁 식구들에게 들통이 났으니 너무나 창피해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이제부터라도 한시바삐 아이의 자위 행위 버릇을 고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결심한 지 벌써 일년이 넘도록 승혁이의 '못된 버릇'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며칠 전 자위 행위에 대한 자료를 검색하다가 뜻밖의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아이의 자위 행위에 대해 심한 질책이나 야단보다는 아이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게 해 서서히 자위 행위 자체에 대한 관심을 멀어지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특수교육을 전공했다는 한 전문가는 아이가 자위 행위를 할 경우 그 자리에서 못하게 하기보다는 아무도 없는 방에 데리고 가서 혼자서 자위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라고 조언하고 있는 게 아닌가.

답변글을 읽으면서 한동안 혼란에 빠져 버렸다. 아이가 자위 행위를 하는 것을 보게 된다면 어떤 부모라도 아이의 행동을 막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든지 자위 행위를 못하게 해야겠다는 부모의 생각과는 너무나 다른 이 전문가의 독특한 해결 방법이 좀 황당하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도 그렇게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아이들의 심리가 그렇지 않은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하라고 하면 하기 싫어하는 청개구리같은 아이들의 심리가 승혁이같은 아이에게 더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평소에도 자신에게 단 한순간이라도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못 견뎌하고 그 때문인지 일년에 낮잠자는 날이 한두 차례에 불과하고 밤 12시가 넘어서야 잠이 드는 예민한 녀석이기에 승혁이의 자위 행위 또한 어쩌면 자기의 존재와 관심을 표출시키기 위한 한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보통아이들이 학습지나 다양한 특기 활동에 시간을 보내는 사이 학습에는 도무지 통 관심이 없어 막막한 시간을 보내기가 무료해져 개발한 저만의 특별한 놀이 방법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왜 자위 행위를 하는지 승혁이의 입장에서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어느 틈에 방 한구석에서 나의 눈을 피해 '나쁜 짓'을 하고 있는 아이를 발견하는 순간 모든 것은 달라진다. 그 순간 아이의 잘못에 대해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부모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나도 모르게 열이 확 오르며 소리부터 지르고 내 손엔 어느샌가 매가 들려져 있는 걸 보면 자식 교육 앞에선 역시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모양이다.

결국 아무리 전문가 의견이나 자위 행위 관련 자료를 찾고 또 선생님들에게 조언을 구해 봐도 해결책은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제 처음으로 승혁이의 자위 행위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동생이 낮잠을 자고 내가 집안일을 하는 사이 또다시 심심해진 승혁이가 슬그머니 동생 옆자리에서 자위 행위를 하고 있자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거실로 나와 밀가루 반죽 놀이를 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승혁이는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무안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 승혁이의 손을 잡았다. 엄마에게 야단을 맞는 것인 줄 알고 잔뜩 주눅이 들어 나에게 끌려 나온 승혁이에게 반죽을 넓게 펴서 비행기 모양도 찍고 꽃도 찍어서 주니 빙그레 웃고 한번 보고는 이내 손아귀로 반죽을 확 구겨 버린다.

애써 만든 모양을 왜 찌그러뜨리냐고 내가 조금 화를 내니 이번에는 아예 "하하하"하고 웃었다. 수없이 내가 준 반죽을 찌그러뜨리고는 즐거워하고 그러다가 어느샌가 제 손으로 뭔가 만들더니 비행기라며 서툰 발음으로 말하곤 내 앞에 들이댄다.

밤 11시가 넘도록 밀가루 반죽 놀이를 하다 보니 그토록 즐겨하던 자위 행위도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 그래도 자기 전 또 한번 이불 속에서 자위 행위를 하고는 이마에 땀을 흘린 채 잠들어 버렸다. 오늘은 이렇게 무사히 넘겼지만 내일도 승혁이의 자위 행위는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난 승혁이의 자위 행위에 맞서 기나긴 전쟁을 해야 될 것 같다.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이라는 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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