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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적도 없는 새벽 깨끗한 거리를 만들기 위한 그들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 김진석
23일 저녁 10시 성동구의 한 주택가. 좁은 골목길에선 사람들의 흔적을 찾기 힘들다. 집 앞 가로등이 비추고 있는 건 쓰레기 더미뿐. 하지만 손수레 하나가 지나가고 나면 골목길은 말끔해진다. 손수레를 이끄는 사람은 14년째 환경미화원을 하고 있는 김달호(48)씨.

그는 성동구에서 3년째 일을 하고 있다. 원래 정해진 근무시간은 새벽 2시부터 아침 11시다. 하지만 그 시간만으로 작업량을 채우기엔 어림도 없다. 게다가 아침에 일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차가 지나다니기 시작하면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보통 저녁 7~8시 정도에 나와 새벽 1시까지 골목길 쓰레기를 치운다. 그리고 잠시 쉰 후 새벽 4시부터 아침 7시까지 쓰레기를 차에 싣는 일을 일한다.

"(쓰레기)양은 많이 줄었지만 (주민들의) 분리수거하는 수준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해요. 실제로 김포매립지로 가는 양은 절반으로 줄었어요. 저기 좀 보세요. 장롱 하나에 2만4천원, 상 하나에 2천원이거든요. 여기 있는 거 다 합치면 4만 5천원 정도 나오는데 스티커 붙여놓은 건 한 2만원 정도라고요. 절반 정도만 신고하고 스티커를 떼어 온 거죠. 그리고 또 물어보면 붙여놨는데 누가 가져갔다고 말해요."

여기 저기 내다 버린 가구들이 눈에 많이 띄자 금호 3가 청소과 이윤식 반장(47)이 한마디 한다. 실제로 스티커를 붙이고 버린 폐가구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음식물 쓰레기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가는 좁은 골목길 때문에 직접 차가 와서 수거해갈 수 없다.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를 규격봉투에 담아 25가구당 1개씩 배치한 수거 용기에 버리게끔 되어 있다.

"음식물을 규격봉투에 담아서 버려야 하는데 그 비율이 절반도 못 미쳐요. 보세요. 여기 음식물 수거용기에는 규격봉투에 넣은 게 하나도 없잖아요."

이 반장의 불만이 계속된다. 규격봉투가 아닌 까만 비닐봉지에 담긴 음식물 쓰레기는 손이 두 번 가는 일거리다. 꽁꽁 묶인 까만 봉지를 일일이 뜯어 음식물 찌꺼기는 용기함에 담고 봉지는 따로 모아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다시 다 작업하느라 두 시간 정도를 더 추가로 일해야 되는 거예요. 일반 쓰레기의 30%, 음식물 쓰레기 50% 정도가 규격봉투를 사용하지 않거든요."

실제 그가 가리킨 음식물 수거 용기 속엔 온톤 까만 비닐봉지뿐이다.

▲ 잘못 사용된 봉투를 일일이 손으로 찢어 내고 있다
ⓒ 김진석
음식물 쓰레기를 일일이 수거용기에 다시 담고 나면 새벽 4시 쯤 음식물 전용차가 와서 쓰레기를 싣고 강동구로 향한다. 3~4년 전 쯤부터 일반 쓰레기는 김포매립지, 음식물 쓰레기는 강동구에서 처리하고 있다.

새벽 4시에 하는 작업 또한 만만치 않다. 좁은 골목마다 세워 놓은 수거 용기를 따라 차가 움직인다. 그러면 김달호씨가 차 뒤에 매달린 채 이동하며 음식물 쓰레기를 차량에 옮긴다. 음식물 쓰레기 수거하는 일은 쓰레기 치우는 일 중 가장 고된 일이다. 때문에 아무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음식물 쓰레기 차량 운전 4년째인 박원호(55)씨는 누구보다도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에 대해 잘 안다.

"이 일이 가장 힘들어요. 저야 운전하는 거지만 밖에서 음식물 쓰레기 옮기는 분들은 추우나 더우나 밖에서 일하잖아요, 그리고 여름엔 쓰레기의 절반이 물로 변해요. 실수하면 쓰레기를 다 뒤집어써요. 술 먹은 사람들은 수거 용기 엎어놓고 가죠. 지나가던 차가 쓰러뜨리죠. 사람들은 지나갈 때 코 막고 지나가죠."

뿐만 아니다. 주민들의 항의도 잦다.

"옛날엔 10가구당 하나씩 있었어요. 그리고 그래야 되고요. 근데 수거 용기를 집 앞에 놓잖아요. 그럼 항의를 하는 거예요. 더럽고 지저분하다고, 그래서 지금은 25가구당 하나씩 있어요."

또 새벽에 일하고 있을 때 항의하러 뛰쳐나온 사람도 한둘이 아니다.

"가구 같은 건 옮길 때 소리가 시끄러워요. 그러면 잠옷 바람으로 나와서 그래요. 국민세금으로 먹고 살면서 국민에게 왜 피해를 주냐고. 다른 게 아니에요. 주민들이 하는 말에 뒤집어지는 거예요. 또 차를 대고 일을 하잖아요. 그럼 지나가던 차가 길 막고 일한다고 욕해요. 그래도 우린 주민들한테 아무 소리 못해요. 뭐라 그러면 당장 인터넷에 글 올리고 구청에 전화해서 결국 시말서 쓰게 되거든요."

박원호씨가 할말이 많은 모양이다.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30~40점이란다.

"자기네가 먹을 땐 즐겁게 먹어요. 그 나머지는 더럽다고 버려요. 자기들이 즐긴 나머지를 뒤에서 처리하는 사람들도 똑같은 사람인데 최하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괄시해요. 젊은 사람들도 자기 비위에 안 맞으면 술 먹고 욕하는 사람 많아요."

뿐만 아니다. 워낙 좁은 골목길이라 주차해 놓은 차들 때문에 빠져나가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렇게 힘든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겨울 같은 때 할머니들이 수고 많다면서 따뜻한 차나 커피를 주세요. 그런 따뜻한 정 때문에 일하는 거죠."

골칫거리 가운데 또 하나가 무단투기다. 청소과에서 단속반 3개조를 8시간 동안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적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예전엔 우편물 등에 적힌 주소를 추적해서 잡곤 했지만 요즘은 거의 모든 우편물을 갈기갈기 찢어서 버리기 때문에 알아볼 수가 없다.

혹시 무단 투기하는 것을 목격해도 소용이 없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러는데 왜 나만 가지고 그러느냐, 언제부터 그렇게 잘 지켰느냐"고 화를 내기 때문이다.

의도적인 무단투기도 있지만 주민 자신도 모르는 무단투기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바로 골목길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헌옷 수거함때문이다. 이 반장은 "헌옷 수거함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 버려진 우리의 양심
ⓒ 김진석
"수거함은 개인이 설치한 거예요. 실제로 버려진 옷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쓰이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팔 수 있는 옷들은 팔고 이불처럼 팔지 못하는 것들은 그냥 두고 가거든요. 헌옷 수거함은 없어져야 돼요. 헌옷 수거함이 있으면 반드시 무단 투기가 이루어져요.

이불은 재활용이 가능하니까 규격봉투에 담아서 버려야 하는데 그대로 수거함 주변에 버려요. 이불 처리하는 데도 돈이 많이 들어요. 우리가 못 가져가죠. 헌옷 수거함에서 모아진 옷들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진 우리가 파악할 수가 없어요."

주민들의 의식부족으로 분리수거가 잘 안된다는 점과 함께 또 하나의 어려운 점은 인력부족이다. 지난 10년 동안 성동구에서는 단 한 번의 인력채용도 없었다고 한다. 정년퇴임이 59세라 인원은 자꾸 감소한다. 95년에 420명이던 인원이 현재 181명이다. 5594세대(03.2.28 기준)가 살고 있는 금호 3가를 4~5명의 인원이 담당한다.

일반쓰레기가 하루 평균 2.5톤 차로 4차, 재활용 3차, 폐가구 1차, 음식물 쓰레기가 격일로 1차 정도니 그 정도 인원으론 역부족이다. 물론 생활쓰레기는 용역회사가 맡고 있다지만 현재 20% 정도의 인력이 더 필요한 상태다.

분리수거 차량이 다니며 주민들이 직접 재활용을 버리면 일이 많이 줄어들겠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 요즘은 대부분 맞벌이라 집안에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또 예전에 우유팩을 동사무소에서 수거하기도 했지만 주민들의 참여율이 저조해 지금은 하지 않는다.

그래도 10년 전과 비교하면 작업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다 기계화가 됐잖아요. 예전에는 무조건 리어카로 다 다녔는데, 지금은 차가 못 다니는 골목을 제외하고는 다 다녀요. 또 5~6년 전까지는 연탄 때문에도 많이 힘들었어요. 연탄가루도 많이 먹었는데 그런 것도 없고. 임금수준도 물가에 비례해서 적당히 올랐어요."

오늘 하루 금호 3가에서 나온 일반 쓰레기만 23톤이다. 일반 쓰레기가 8톤이고 나머진 나무, 스티로폼, 폐기물, 플라스틱류다. 결코 적은 양이 아니지만 많지 않다는 게 한 아저씨의 설명이다. 이제 본격적인 이사철이 되면 양이 더욱 많아지고 여름이면 음료수를 많이 마시기 때문에 페트병이 많아진다고 한다.

쓰레기를 대충 정리할 무렵은 아침 6시 30분. 날이 훤히 밝아온다. 깨끗해진 거리로 등교하는 학생이 하나둘 보인다. 등산을 가려는 듯한 아주머니의 모습도 보인다. 등굣길을, 출근길을, 또 등산가는 발걸음을 상쾌하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밤새 일한 환경 미화원 덕분 아닐까?

▲ 보이지 않는 땀과 노력이 있어 상쾌한 아침을 시작합니다
ⓒ 김진석

"직업정신이 투철한 진정한 프로라고 생각합니다"
몸으로 실천하는 아름다운 청년 이승훈씨 인터뷰

김달호 씨와 언덕길을 오를 때였다. 손수레 뒤로 다가와 말없이 밀어주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그가 이승훈 씨다. 그는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 중인 평범한 대한민국 청년이다.

기자는 그가 뒤에서 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 자문을 했다. 굳이 도와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내 스스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이었다. 스스로 반성을 하며 멀어져가는 그를 쫓아 갔다.

- 아까의 모습(뒤에서 손수레를 미는 모습)을 봤다. 평소에도 그런 행동을 많이 하는가.
"(머리를 긁적이며)자주는 못한다. 하지만 생각을 많이 한다."

- 평소 환경미화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난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을 진정한 프로라고 생각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난 그렇지 않다. 한 가지 예로 우리 동네에서 일하시는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은 근무시간이 아닌 낮 시간에도 거리를 지날 때 쓰레기가 눈에 띄면 치우고 만다. 매우 존경스럽다."

-그렇다면 본인이 환경미화원이라고 가정하자.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거리를 내 집처럼 생각하자'라고 말하고 싶다. 규격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버리는 사람들, 모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자기 집안에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겠나?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올바른 시민정신이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내가 다녔던 학교만 해도 교양인, 지성인이라고 하는 대학생들이 오히려 많은 것들을 지키지 않는다. 점수를 준다면 100점 만점에 40점이다. 금연 구역에서 담배 피고,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리고, 분리수거역시 잘 안된다. 우리 스스로들 반성하고 자각해야 한다." / 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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