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이전의 패배와 비교할 때 이번의 패배는 어떤가.

“낭패감이 더 크다. 부산시장 출마할 때는 '내가 부산야당 다시 살리자' 그것이었다. 사람이 살면서 자기 경험 속에서 세계를 형성하는데, 그 때는 김영삼 대통령이 씨알도 남겨놓지 않고 쓸어간 폐허속에서 야당을 살리자는 것이 나의 주제였다.

이번에는 '다음 대선에서 지역구도를 뛰어넘자. 다음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지역주의를 극복해서 역사를 만들어가자'라는 것이었다. 단순히 지역구도라는 것이 현재만이 아니라 후에 역사를 평가할 때 대단히 불행했던 것으로 기록된다는 것이다.

'이 역사를 우리가 바로 잡아서 다음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역사적인 소명의식을 갖고 도전한 것이어서 패배했을 때 낭패감이 더 컸다.”

- 그래도 정치인이기 때문에 계속 도전은 해야 하는데, 일부에서는 또 선거에 나올 것이 아니라 입각을 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게 좋은 건지 부담이 될 지도 생각 안해봤고. 지금 당장 생각은 내일의 문제에 관해서 아무것도 결정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좀 쉬고싶다. 그리고 12년동안의 정치과정을 다시한번 정리해서 여러사람들에게 내가 왜 이 길을 걸어왔는지 설명하고도 싶고, 내 스스로도 그것이 과연 현실성있고 타당한가에 대해 반문해보고 싶다.

그 다음에 그동안 피폐해진 내 생활을 재충전하고 싶다. 인간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지금 현재는 그 생각이 제일 앞선다. 그 다음 문제는 그 다음에 생각하고 싶다.”

- 현실 정치인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때 현실적 타당성, 실현가능성을 재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는데, 그 대목에 대해서 부족하다고 느낀 것인가?

“내가 재검토해보고 싶다고 한 것은 이번 선거도전 등 하나하나의 행위를 재검토해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동안 추구해왔던 몇가지의 노선, 방향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정통성에 집착하는 버릇이 있다. 역사와 정통성. 바른 역사, 바른 정통성 속에서 정치, 경제, 문화 모든 것이 바로 날 수 있다는 집착이 있다.

이런 것이 혹시 시대적으로 낡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또는 좀더 풍부한 정책적 내용이 보충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이번 도전에 대해서는 무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당선을 예견했었다.

안전한 곳에서 위험한 곳으로 갔지만 그만한 도전을 하지 않고서 어떻게 우리 사회와 시대를 변화시키겠는가. 결코 무모한 것도 아니었고 과욕도 아니었다.”

- 이 모든 어려움의 시발은 90년 3당 합당때 YS를 안따라 간 것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후회는 없는가.

“지금 다시 그런 경우에 빠진다고 해도 못가지 않겠느냐 생각한다. 좀 다른 것은 그때는 정치를 그만둔다는 생각으로 안따라갔다는 것이다. 근데 계속 정치를 하게 됐다."

- 쉬고싶다고 했는데, 주로 뭘 하면서 쉬나? 등산? 낚시?

“그런 것을 별로 안좋아한다. 취미가 없다고 하면 삭막한 사람이라고 할까봐 겁이 나는데, 실제로 취미가 없다. 제일 좋아하는 것이 책읽기다. 책만 읽으면 마치 축구할 때 TV보면서 골이 터질 때 흥분 하는 것같은 느낌이 들때가 많다.

사실은 내가 홈페이지 운영을 하고있지만 글 한편 제대로 똑똑하게 못올리고 그랬다. 이제는 인터넷을 위한 글을 쓰려고 한다. 그동안의 정치과정을 정리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것을 인터넷을 통해 하고 싶고, 쌍방향성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싶다.”

- 이번에 낙선했기 때문에 대권도전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좀 불리하다는 것이 신문의 분석인데, 대권도전의 의지가 여전히 있는가.

“당선되었다 해도 대권도전 의사를 총선때 하는 것은 말은 좀 빨랐다. 대권도전 의사가 거짓말은 아니지만 그 시기에 꺼낸 것은 총선전략용이 컸다. 당선이 되건 안되건 대권도전은 상황을 좀더 지켜보면서 천천히 결정할 생각이었다.”

- 게시판의 의견중에 현 민주당에서 나와서 국민후보로 대권후보에 출마하는게 어떤가라는 말이 올라왔는데.

“지금 그 이야기를 하기엔 너무 이르다. 적어도 민주당의 후보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 다만 막판의 상황에서 민주당 후보가 내가 그동안 추구해왔던 여러 가지의 정치적 가치, 목표, 방향에 너무 어긋난다고 생각되는 경우 그때가서 차기의 교두보, 지분권의 행사라는 전술적 관점에서 검토해 볼수 있다. 어쨌든 지금 그것까지 이야기 하는 것는 너무 빠르다.”

- 386 후보들이나 노무현 후보나 젊음의 강도에 있어서는 결고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되는데, 386 신인으로 당선된 사람에게 정치선배로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참 어려운 질문이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했다.

“멀리 목표를 둬야한다고 할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가 20년 또는 50년 뒤에 만들어가야 될 사회가 어떤 것 인지를 항상 염두에 두면서 거기로 가는 과정에서 내가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은지 항상 점검해보는 그런 역사적 관점과 안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홈페이지 주소는 아는가? 이메일은 있는지?

“노하우.co.kr이었나? 이메일 주소는 사실 기억나지 않는다. 비서관들이 하기 때문에...”(실제 홈페이지 주소는 Knowhow.or.kr)

- 젊은 후보들이 초당적으로 협력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는데.

“그것은 그것대로 의미가 있다. 당과 관계없이 정치인에게 자질 문제는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함께 자질을 향상시켜 나가자는 움직임이 초당적으로 있을 수 있고, 이는 당과 관계없이 발전시켜야 할 것이 있다.

선거제도, 크로스 보팅, 표결 실명제 등 정치문화와 정치제도 등에 관해서 여야가 힘을 합할 것이 있다.”

- 게시판에 올라온 의견을 묻겠다. '앞으로 남북정상회담도 있고 정치개혁도 해야하는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를 이끌어갈 16대 국회에 노무현 의원은 꼭 있어야 하는데, 보궐선거 출마 의사는?'

“그것은 내가 원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가만히 있어도 오기도 하는 것이다. 그것을 노리고 준비하고 하는 것은 오히려 정치인을 구차하게 만든다. 그런 것은 미리 계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천하대세에 따라서 큰 흐름만 잡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중요한 시기에는 본인이 좀 나설 필요는 있다. 지금 그런 너무 세세한 결정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