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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9일 오후 5시 55분]

검찰은 9일 앞서 구속된 전대월 하이앤드 대표가 지난해 4월 총선 전후에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 선거사무소 핵심 관계자에게 8천만원을 제공했다는 진술과 함께 구속중인 왕영용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이 지난해 8월31일 청와대를 방문해 철도청의 부대사업에 대해 설명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와 관련 검찰은 9일 오전 지난해 8월 왕영용 본부장으로부터 부대사업에 대한 설명과 함께 '부대사업 활성화 방안'이라는 제목의 77쪽짜리 관련 자료를 받은 김경식 산업정책비서관실 행정관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그러자 청와대는 이날 오후 최인호 부대변인과 전해철 민정비서관이 나서서 관련 해명을 했다.

청와대는 우선 "김경식 행정관이 지난해 8월 청와대에서 왕영용 본부장을 만난 사실을 확인하고 당시 출입기록 등 관련 자료와 함께 이를 지난 4월 말 검찰에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은 지난 4월 24일 국정상황실의 보고 지연 건 공개 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혹시 있을지도 모를 유전사업 관련자들의 청와대 연관성 여부를 파악해 보기 위해 관련자들의 출입기록 등에 대해 자체 점검을 해왔다"면서 "이 과정에서 왕영용 본부장이 지난해 8월 31일 오후 4시 35분부터 오후 5시까지 청와대를 방문해 김경식 행정관을 만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검찰에 통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해철 비서관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김 행정관이 지난해 왕 본부장을 만난 사실을 김 행정관이 먼저 밝힌 것이 아니라 청와대에서 왕 본부장의 청와대 출입기록을 확인하자 뒤늦게 실토한 것으로 드러나 진술의 신뢰성에도 논란이 예상된다.

일단 청와대가 밝힌 김경식 행정관의 전언에 따르면, 당시 왕영용 본부장이 면회실로 와서 면담을 요청했고, 김 행정관은 과거 왕 본부장과 건교부에서 함께 일했던 연고로 이를 수락해 사무실에서 약 15분 안팎 동안 대화를 나눴다는 것이다.

이때 왕 본부장은 철도청이 하고 있거나 할 예정인 수십개 사업의 개괄적 내용이 담긴 77쪽 분량의 자료(부대사업 활성화 방안)를 가지고 왔고, 김 행정관은 부대사업의 종류와 업무 개괄에 대하여 목차 중심으로 간략한 설명을 왕 본부장에게서 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문제가 된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 추진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청와대는 77쪽 분량의 자료 가운데 문제의 '쿠르드오일' 관련 내용이 2쪽 분량으로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행정관에 따르면, 면담후 왕 본부장이 건넨 자료와 설명이 철도공사 부대사업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으로만 되어 있어 위(산업정책비서관)에는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청와대는 이러한 김경식 행정관과 왕영용 본부장간의 면담사실 이외에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사업 추진과 관련하여 청와대에서는 러시아 순방 관련 의제논의 등 어떠한 조치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 4월 24일 국정상황실의 유전개발사업 의혹에 대한 보고지연 건을 공개한 후에 국정상황실의 보고누락 및 은폐 의혹이 크게 불거졌는데도 김 행정관이 먼저 밝히지 않고 민정비서관실의 조사로 출입기록이 밝혀지고나서야 뒤늦게 '자복'한 것은 석연찮은 대목이다.

더구나 국정상황실이 지난해 11월 15일 이 사업 건에 대해 '자체 종결'하고 관련 자료를 산업정책비서관실에 참고자료로 이첩했을 때 이 문건을 수령한 담당자도 김경식 행정관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관련자들의 보고누락 및 은폐 의혹을 잠재우기 힘들게 되었다.

전해철 비서관은 국정상황실의 누락, 은폐의혹이 제기되었는데도 누락 사실을 확인한 즉시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의혹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 "(그 부분에 대해) 민정수석실도 굉장히 고민을 했다"면서 "두 세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 이것이 검찰이 수사중이라는 것이고 그 다음에 먼저 저희들이 이야기를 하면 검찰의 수사에 지장을 줄 수가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즉 검찰이 수사중인 사안에 대해 청와대와 관련자가 먼저 '자복'하거나 언론에 '해명'을 하는 것 자체가 수사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사려깊은 배려'인 셈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같은 '사려깊은 배려'에도 불구하고,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뒷북치는 '찔끔해명'으로는 이미 이광재 의원에게 옮겨붙기 시작한 유전 개발사업 의혹의 불길을 잡기에 역부족인 것 같다.

다음은 전해철 비서관과의 일문일답이다.

- 김경식 행정관이 지난해 8월 31일 왕영용 본부장을 만난 사실을 청와대가 처음 인지한 시점은 언제인가.
"4월 29일날 인지했다. 인지하게 된 것은 4월 24일경에 국정상황실에서 보고가 지연된 것을 우리가 자체 확인하고 대통령께서 밝혀진 사실에 대해 모두 공개하라고 해서 그 이후에 민정수석실에서 확인하는 과정에서 왕 본부장이 청와대에 출입한 사실을 4월 29일 확인했다. 그래서 그 즉시 저희들이 사실을 확인하고 김 행정관이 왕 본부장으로부터 받은 자료와 출입사실 확인원 등을 즉시 검찰에 제출했다."

- 왕 본부장이 한번 아니라 수 차례 청와대에 출입했다는 주장이 있다.
"저희가 확인한 바로는 작년 한번 뿐이다. 그외에 문제가 된 허문석씨라든지 다른 사람들은 출입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 왕영용 본부장 같은 사람이 청와대 선임 행정관에게 철도청 사업에 대해 보고를 하면 상급자인 산업정책비서관이나 관련 수석(경제정책수석)에게 보고가 되는 것이 보고체계 아닌가.
"결론부터 말하면 김 행정관이 산업정책비서관에게 보고한 사실이 전혀 없다. 따라서 당연히 그 위 수석에게도 보도한 사실이 없다. 김 행정관에게 보고를 안한 이유를 물으니 일단 이 자료가 자신의 주업무보다는 참고자료로 생각해서 그냥 놔두고 위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 그러면 왕 본부장이 김 행정관에게 관련 자료를 왜 보여줬다고 생각하나.
"김 행정관과 왕 본부장이 건교부에서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다. 그래서 실제로 그날도 왕 본부장이 공식절차를 통해 온 것이 아니고 면회실에서 전화를 했다. 그래서 김 행정관이 거절하지 못하고 들어오라고 해서 청와대 체류시간은 25분이지만 실제 이야기한 것은 10여분 정도라는 것이다. 그리고 보고서 분량이 77쪽 되는데 철도공사 자회사가 36개 정도인데 자세한 설명을 하기는 어렵지 않겠냐."

- 자료는 김 행정관이 가지고 있었나?
"그렇다."

- 이 자료에는 유전사업과 관련된 내용이 없나?
"자료의 제목은 '부대사업 활성화 방안'인데 주내용이 36개 자회사 사업현황이 나와 있다. 문제가 된 '쿠르드오일' 건도 36개 사업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 현황도 나와 있다. 전체가 77쪽인데 쿠르드오일과 관련된 부분은 1-2쪽 분량이다."

-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점은 석연찮다.
"저희들도 그 부분이 굉장히 궁금했는데 내용이 특별한 것이 없다. 본인 말로는 내용이 특별한 것이 없을뿐더러 참고자료라고 해서 위에 보고하지 않고 본인이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 부처 공무원이나 공사에서 오면 행정관이 이런 식으로 보고 여부를 판단하나.
"필요하면 비서관에게 보고하겠지만 이 건처럼 특별하지 않고 참고자료라면 본인이 보고하지 않고 보관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 단순히 참고자료를 전하기 위해 오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온 목적이 뭐라고 하나.
"그 부분은 왕 본부장이 검찰에서 진술하고 수사결과에서 밝혀질 부분이다."

- 왕 본부장이 왜 이 자료를 가지고 왔는지 김 행정관에게 얘기했을 것 아닌가.
"제목이 부대사업 활성화 방안이다. 철도청이 민영화하면서 많은 자회사로 가는 것과 관련 일반적인 이야기를 했을 뿐이고 유전사업과 관련해서 특별한 이야기를 한 적은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한다."

- 유전사업뿐만 아니라 77쪽에 포함된 내용이 일체 보고되지 않은 것인가.
"그렇다. 본인이 그냥 보관하고 있었다고 한다."

- 지난 4월 24일 국정상황실 관련 보고누락, 은폐 의혹이 제기되었는데 이것을 안 이후에 왜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는지.
"그 부분은 사실 민정수석실이 굉장히 고민을 했다. 두 세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 이것이 검찰이 수사중이라는 것이고, 그 다음에 먼저 저희들이 이야기를 하면 그것이 검찰의 수사에 굉장히 지장을 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관련 자료 일체를 검찰에 보내고 추후에 검찰수사에서 사실이 확인되리라고 판단했다."

- 유전의혹이 3월 29일부터 언론에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김경식 행정관이 왜 한달 넘게 사실을 이야기 안했나.
"본인 말에 따르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것 같아 얘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정상황실도 문제가 생기고 그랬는데 자기가 만난 사실을 얘기하면 별 것 아닌데도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것 같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스스로 먼저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고 민정에서 사실을 확인한 뒤에 나온 것인가.
"그렇다."

- 국정상황실에서 유전의혹 건을 자체 종결하고 산업정책비서관실에 넘겼을 때 김 행정관은 그 문건을 보지 못했나.
"그 문건을 받은 것은 김 행정관이 맞다."

- 그런데도 자기가 8월에 받은 문건과의 연관성을 몰랐다는 것인가.
"그 부분도 검찰 수사에서 다 밝혀질 것이다."

- 검찰수사에서 밝혀지겠지만 물어보긴 했을 것 아닌가.
"지난해 8월, 11월 그 상황에서는 러시아 유전사업이 아직 핫이슈가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본인은 다만 참고자료로 생각해 보관만 했다는 것이다. 또 그 뒤에 이야기 하지 않은 것은 본인한테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까봐 그랬다는 것이다."

- 김경식 행정관은 어디에 있었나.
"건교부에 있다가 청와대에 파견나온 것으로 안다."

- 지난해 8월 이후 현재까지 이광재 의원이 청와대 출입한 것은 언제언제인가.
"이광재 의원 출입건은 별도로 확인하지 않았다. 이 의원 관련 부분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라."

-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이 관련돼 있고 이광재 의원이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소속이니 청와대 출입사실을 알고 싶은 것이다.
"저희들이 별개로 확인하지 않았다."

- 청와대가 처음 인지한 시점에 11월에서 8월까지 앞당겨진 것인데 두 차례 다 위에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은 보고체계에 구멍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데.
"8월 31일 김 행정관이 그것을 참고자료로 봤고 그래서 비서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이다."

- 그러면 김 행정관이 스스로 밝힌 것도 아닌데 문책이 따르나.
"그에 대한 책임 유무도 일단은 검찰 수사를 지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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