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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학규 경기도지사(왼쪽)와 그의 어머니 양현자 여사.
ⓒ 오마이뉴스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6일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천상(天上)의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 눈길을 끌고있다.

10남매 중 막내아들인 손 지사는 "밭 매느라고 똥독이 올라 퉁퉁 부르튼 손이 아파 쩔쩔 매시던 모습이 떠오르며 마음이 미어진다"며 "어머니, 하늘나라에서는 나무 안해도, 밭매고 똥지게 지지 않아도 편히 살 수 있겠지요?"라고 안부를 물었다.

이어 "이 막내아들이 빨갱이라고 생각하며 두려움과 고통 속에 돌아가셨을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며 "정보부와 기관에서 어머니와 원정 에미는 더 말할 것도 없고 형님들을 고문하고 협박하며 고통을 주었을 때 어머니의 고통은 어떠했는가"라고 안타까움을 쏟아냈다.

손 지사는 "어머니, 하늘나라에서는 이념대결, 이데올로기 전쟁 때문에 받는 고통은 없겠지요?"라며 "이제 이 세상에도 이데올로기 전쟁 때문에 고통받는 이가 없고, 가난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 없도록 좋은 세상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편지 끝에 "어머니, 천당에서 풍성한 양식으로 마음껏 드시고 건강하세요"라며 "저는 아직도 어머니 말씀대로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밥 잘 먹고 건강하다"고 덧붙였다.

1977년 모친 장례식장에서 체포돼

손 지사는 해방 직후인 1947년 부친 손병화씨와 모친 양현자씨 사이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모두 초등학교 교사출신으로 경기도 시흥에서 교직생활을 하다 결혼에 골인했다. 부친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 차량전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당시 그는 만 3살에 불과했다.

손 지사의 모친은 교사출신답게 교직생활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 그에게 교직을 권했다고 한다. 그가 경기고에 진학하려고 하자 모친은 "사범학교에 가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어머니는 어린 나에게 밥풀 하나 버리지 못하게 했다"며 "지난 50여년을 한결같이 어린시절 어머니의 가르침대로 식사할 때 한 톨의 밥알도 남긴 적이 없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손 지사는 모친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1970년대 유신정권 시절 '수도권특수지역선교위'에서 도시빈민선교운동을 하다가 수배를 당했던 그는 모친의 장례식장에서 체포되었다. 1977년의 일이었다. 당시 그의 현상금은 '200만원 2계급 특진'으로 당대 최고액이었다.

손 지사는 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10남매를 키우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며 "고생밖에 안하신 어머니는 내가 '빨갱이'였다는 불안감을 안고 돌아가셨다"고 안타까워했다.

손 지사가 천상의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어머니, 하늘나라에서는 이념대결, 이데올로기 전쟁 때문에 받는 고통은 없겠지요?"라고 물은 것도 이런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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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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