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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진구씨등 고문 피해자들이 '정형근 의원'이라며 고문을 했던 수사관의 몽타쥬와 남산 안기부 지하 취조실 측면도 등을 공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최경준


지난해 이철우 열린우리당 의원에 대한 한나라당의 색깔공세로 촉발된 고문 의혹과 관련 고문 피해자들이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을 포함한 '고문수사관' 명단을 발표하고 나섬에 따라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경원 전 의원을 비롯해 심진구·양홍관씨 등은 15일 국회에서 '정형근에 의한 고문 피해자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군사폭력정권의 수호기관이었던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에서 직간접적으로 고문폭력에 관련한 대표적 인물로 정형근씨를 국민과 역사의 이름으로 고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심진구씨는 86년 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으로, 서경원 전 의원은 88년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 혐의로, 양홍관씨는 92년 민족해방애국전선 사건으로 각각 당시 안기부에서 고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심씨 등은 특히 "'사법경찰관 피의자 심문 조서'에 기록돼 있는 수사관 10여명이 고문을 했다"며 당시 수사관들의 명단이 적힌 수사기록과 '고문 가해자'들의 몽타쥬, 남산 안기부의 지하 취조실 측면도 등을 공개했다.

이들이 공개한 문서에는 유○봉, 구○호, 김○택, 공○성, 안○훈, 김○택, 김○갑, 김○태씨 등 모두 8명의 안기부 수사관 또는 경찰관의 이름과 서명이 기재돼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형근 개인에 대한 정치적·개인적 이해관계로서가 아니라 폭력과 독재, 특권과 부패로 얼룩진 대한민국의 정체성, 정통성, 진정성 찾기의 일환이며 인권을 제일 국시로 선언한 헌정 회복의 양심선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정형근씨가 자신이 관련한 사건수사과정에서 일체의 고문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수많은 고문 피해자의 아픔을 다시금 짓밟는 것이며 선량한 국민을 속이는 죄악임을 고발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심진구씨는 본인이 직접 그렸다며 파이프 담배를 물고 있는 남자의 몽타주를 공개한 뒤, "지금의 정형근 의원"이라고 지목했다. 심씨는 "남산 안기부 조사실에 끌여가 얻어 맞으며 조서를 쓰고 있는데, 이때 정형근씨가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고 들어와 '간첩도 15일이면 다 분다'며 자백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심씨는 "정형근씨가 국회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국가와 역사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해서 잠도 못자고 있다"며 "세계인권 선언일에 끌려가 온몸이 벌거벗겨진 채 13일동안 고문을 당하고 피투성이가 됐다"고 말했다.

심씨는 또 "정형근씨가 계속 '고문한 적이 없다, (고문했다면)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겠다' 해놓고 그냥 넘어가려고 한다"며 "정형근씨의 본질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놔두면 참혹한 역사가 되풀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형근 의원으로부터 '성고문'을 받았다고 주장해온 양홍관씨는 "고문피해와 관련해 검찰에 고소한 적이 있지만 검찰은 특정인을 지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했다"며 "정형근 의원이 저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는데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 피의자 신문조서를 만들었던 사람의 명단을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씨는 또 "정 의원이 본말을 전도하고 선후를 착각하고 있다"며 "고문이나 조작 의혹을 먼저 제기한 것은 정 의원인데 스스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양씨는 "정 의원이 '문제를 먼저 제기한 사람들은 역사 앞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는데, 만약 고문한 사실이 없다면 국민과 역사 앞에 제 목숨을 걸겠다"며 "진상규명의 본말이 전도되는 것을 막기위해 공개 TV 토론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의 국회간첩조사 비상대책위' 간사인 유기홍 의원은 "이번 고문 수사관들의 실명이 확인된 것은 고문수사 실체 논란에 대해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가폭력에 의한 고문 피해 및 용공조작과 관련한 역사적 진실이 밝혀지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 의원은 또 "고문 수사의 실질적 책임자로 피해자들에 의해 지목되고 있는 정형근 의원은 고문 및 가혹행위 피해자들과의 공개 토론회 등 고문의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한 책임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정형근 의원이 안기부 재직 당시 실제 고문에 가담했는지 여부를 다룬 TV 프로그램이 16일 밤 방송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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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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