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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준 기자가 인천국제공항 기자실에서 겪었던 참담한 사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굳이 놀랍거나 새삼스런 일도 아닙니다. 그간 어떤 공기관이든 기업이든 간에 기자실은 게으른 기자들만의 '놀이터'였습니다.

제가 지방에서 주·월간지 기자로 활동할 때도 기자실 출입은 언제나 제한당했습니다. 한번은 검찰 쪽에 취재할 것이 있어 기자실에 들렀더니 출입을 막는 공무원이 있었습니다. "왜 막느냐?"고 하자, 그는 "우리 사정도 좀 봐달라"며 애원조로 말했습니다. 그때 한 명의 기자가 문을 열더니 "왜 담배 아직 안 사와!"하며 반말로 고함을 지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열린 문 안에서 펼쳐진 광경은 가히 너구리굴이 따로 없었습니다. 너도나도 심각한 얼굴로 담배를 빼물고 손에 손에 들고 있는 것은 포커였습니다. 포커판에는 만원짜리 지폐가 수북히 쌓여 있었고 기자실을 관리하는 여직원과 꽤 직급이 높은 공무원은 차 심부름에 담배심부름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런 지방기자실은, 모두 다라고 할 순 없겠지만, 사실상 취재를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기자들의 노름판이기도 합니다. 기자실 관리자의 책상서랍에는 항상 돈다발이 들어 있다고 담당공무원으로부터 들었습니다. 노름을 하다가 돈이 떨어진 기자들이 알아서 꺼내갈 수 있도록 항상 현금을 준비해 둔다는 것이었습니다.

명절 때면 각 기자들에게 촌지를 돌리고, 특정 홍보기사가 나갈 때마다 기자들에게 뇌물이 지급되는 곳이 기자실입니다. 제가 한 광역자치단체장의 비서실장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기자들 뇌물 주고 밥 사먹이느라 판공비를 쓰고도 모자라 개인적으로 1년에 7천만원이 넘는 빚을 졌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노름과 뇌물도 문제이지만 보도자료에 의존하는 기자들의 게으른 취재관행도 문제입니다. 사실상 보도자료에 의존하는 취재시스템이라면 굳이 기자실은 필요가 없습니다. 해당신문사 사무실 팩스나 이메일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고, 추가적인 보충취재가 필요하면 전화를 하면 되는 것입니다.

제가 들렀던 지방기자실은 또한 신문판매와 광고영업장소이기도 합니다. 공기관에서 실시하는 홍보성 기사에 대한 대가 수수는 물론, 민간기업의 기자실에서는 공공연하고 노골적인 광고영업이 이뤄집니다. 특정언론에만 광고를 주었다가는 보복성 기사를 감내해야 하고, 계도지 부수를 늘리기 위한 협박도 공공연히 자행됩니다.

2년전쯤인가, 한 자치단체장이 기자들의 이런 행패를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어 기자실을 폐쇄하고 언론과 당당히 맞섰던 적이 있습니다. 그 일로 기자패거리의 끊임없는 보복성 기사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언론권력의 개혁은 기자실 폐쇄로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아울러 우리 나라에만 있는 출입기자단 같은 제도도 없애야 합니다. 출입기자단이라는 명목으로 금품과 음식향응을 제공받고, 특정사안에 대해 패거리식 협박과 공갈을 일삼는 아주 질 나쁜 존재라는 것은 기자실을 운용하는 곳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이와 함께 '중앙'이니 '지방'이니 하는 희한한 분류법도 사라져야 합니다. 서울이 중앙이라는 것은 누가 만든 말입니까. 서울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한 지방일 뿐이며 따라서 서울에 소재하는 언론도 하나의 지방지일 뿐입니다. 굳이 중앙지를 지역을 기준으로 한다면 대구나 상주쯤에 소재한 언론사를 중앙지라고 부를 수 있을 뿐입니다. 서울에 있다고 해서 중앙지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은 아주 웃기는 자기들만의 표현일 따름입니다. 서울 소재 언론은 앞으로 '서울지방지'라고 불러야 마땅합니다.

언론은 그냥 언론일 뿐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언론들이 중앙입네, 지방입네, 주간지네 월간지네 하며 선을 긋고 차별한다는 것은, 사회정의를 외치는 언론사가 할 짓이 아닙니다.

사실상 우리 언론은 가장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집단입니다. 따라서 오늘의 언론은 누구를 개혁할 입장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들 스스로를 먼저 개혁해야 합니다. 아울러 이번 오간사의 어설픈 권위주의 횡포 사건이 시민들이 나서서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의 기성언론은 이미 스스로를 개혁할 의지도 힘도 없습니다. 이제 시민이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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