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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정리 : 김병기 정현미 기자
사진 : 권우성 기자


▲ 김창국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 권우성

"국민들은 아직도 최면상태에 빠져있습니다. 반세기동안 받아온 반공교육 때문입니다. 국보법에 걸리면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패가망신하는 상황에서 형성된 레드콤플렉스가 반세기동안 온전해왔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인권의 보루, 국가인권위(이하 인권위)의 사령탑 김창국(64) 위원장은 단호했다. 정권 유지를 위해 인권탄압의 수단으로 악용되어온 국가보안법은 전면 폐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인권위원장 임기중에 국보법 폐지에 대한 공식적인 의견을 내놓지 않으면 '인권위의 직무유기'라는 생각으로 최근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는 제7차 세계국가인권대회 준비에 분주한 김창국 인권위원장을 9일 단독인터뷰했다. 인권위원장실에서 1시간30여분 남짓 진행된 이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특히 최근 논란이 불붙고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 등 현안에 대한 소신을 강하게 피력한 뒤 제1기 인권위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위상 강화를 위한 방안 등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국민정서 무시? 인권위는 미래지향적일 수밖에 없다"

김창국 인권위원장은?

김창국 위원장은 전남 강진 출생으로 목포고등학교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고시 13회에 합격한 뒤 광주지검 부장검사 등 15년동안 검사로 재직하다가 지난 81년 변호사 개업을 했다.

그는 87년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93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97∼99년 참여연대 공동대표, 99∼2001년 대한변호사협회장, 2000년 한국방송공사 이사을 거쳐 2001년부터 국가인권위원회 초대위원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그는 특히 80년대 민변 회장으로 김근태씨 고문사건과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 등 시국 사건의 변호사를 맡아 '인권변호사'로 명성이 높다.
이라크 파병 반대·NEIS 인권침해 소지 권고·호주제폐지 의견 표명·테러방지법 제동…. 인권위는 국가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의 뜨거운 쟁점이 불거질 때마다 '인권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 최근에는 국회의장과 법무부장관에게 국보법 전면 폐지를 강력 권고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일부에선 국민정서와 다수 의견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하는데, 인권위는 미래지향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다수의 의견을 수렴하는 정책을 쓴다면 인권위는 필요없는 조직이다"라고 못박았다.

그는 또 과거사 청산 입법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서도 개인적 소견임을 전제로 "독립적인 국가기구화해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고 국민을 설득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권위의 위상 문제와 관련 "출범한 뒤 1년간은 인권위가 독립기구임을 인식시키기 위해 청와대와 갈등하고, 때론 언론과 싸우면서 보냈다"면서 "현재 국회에서 인권위법 개정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2기 인권위가 제역할을 하려면 인권영향평가제를 비롯해 예산과 인사의 독립, 조사 범위의 확대 등이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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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은 존재근거 약한 반인권법"


다음은 김창국 인권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요약이다.

- 오는 14일로 예정된 7차 세계국가인권기구대회가 임박했다. 준비에 바쁘실텐데, 이번 대회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이번 대회의 주제는 '전쟁과 각종 대 테러과정에서의 인권보호'입니다. 2차 대전 겪고 나서 인권을 제일 앞세운다는 유엔선언, 세계인권선언이 나왔지만 지금 각국에서 각종 분쟁, 테러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심각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권기구들이 어떤 역할을 수 있느냐,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회의입니다."

- 역대 최대 규모라고 들었습니다.
"70개국 150여 명이 방문할 것입니다. 특히 분쟁, 테러 문제에 직면해 있는 러시아, 아프가니스탄, 콜롬비아, 르완다 등의 인권관련 대표들을 초청해서 나라의 실례도 들어보고 논의한 뒤 그 결과를 서울선언문에 담습니다. 또 아시아에서 인권기구가 설립되지 않은 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 등의 대표들을 초청해 그 나라 인권기구 설립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 이번 대회의 주제가 '전쟁과 각종 대 테러과정에서의 인권보호'라면 이라크 상황도 거론됩니까.
"대 테러 문제를 다루면서 자연스럽게 (이라크에서의) 심각한 인권침해에 대해 거론될 것입니다. 미국의 입장에 대해서도 논의될 것입니다."

"헌재는 국보법 남용 소지 없어졌다지만..."

▲ 김창국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 권우성
- 지난해 이라크 파병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최근에도 인권관련 단체들이 인권위가 나서서 정부의 파병정책을 철회할 것을 권고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이미 한번 인권위의 입장을 낸 바 있어 또다시 입장표명을 내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 인권위 내부의 다수 의견입니다. 특별히 다른 사정이 생기지 않는 이상 다시 그 문제를 이야기하진 않을 것입니다."

- 그래도 최근 파병 연장동의안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번 더 검토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이라크파병 문제는 법적으로 인권위의 소관인가 하는 논란도 있습니다."

- 최근 인권위는 국회의장과 법무부장관에게 국보법 전면 폐지를 권고했는데,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적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래 전부터 국보법 폐지에 대한 소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인권위 위원장을 맡으면서 임기 중에 국보법에 관한 인권위의 공식적인 의견을 정리해 내놓지 않으면, 인권위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이 문제는 예민한 사안이고 국민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실증적으로 검토해보자는 생각으로 1년 반 동안 준비를 해 왔습니다.

헌법재판소는 90년에 한정 합헌 결정을 내놨습니다. 그 내용은 7조를 국가존립안정이나 국가의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경우로 한정해 처벌하는 것으로, 한정·축소 해석을 할 경우에는 위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국보법 조항 자체로는 규정이 애매하고 의미가 포괄적이기 때문에 사건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할 소지가 많습니다. 그렇게 해서 91년 7조가 개정된 것입니다.

그 이후에도 7조 위헌 소원이 들어오고 했는데, 그때 헌재가 제한적으로 해석하도록 법이 고쳐졌으니 이제 남용될 소지가 거의 없어졌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91년 조항이 고쳐진 후 남용된 사례가 없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 국보법 남용의 대표적인 사례를 꼽는다면 어떤 게 있습니까.
"이장희 교수 책('나는야 통일 1세대')이 7조 위반으로 1심에서 유죄판결했지만, 최종적으로 무죄로 판결났습니다. 소설 ‘태백산맥’도 입건했었고, 경상대 장상원 교수의 ‘한국사회의 이해’도 7조에 걸렸다가 무죄로 나왔습니다. 4·3사태와 관련한 영화 ‘레드헌트’도 인권영화제에 상영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가 무죄로 풀려났습니다. 또한 공산당선언 전문을 인터넷에 올렸다고 해서 입건됐다가 무죄로 풀려난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런 일들이 모두 7조가 개정된 후의 일입니다."

- 개정론자들은 그나마 국보법 악용 소지가 줄어들었다고 주장하지 않습니까.
"문민·국민의 정부라고 하는 10년 동안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전 사건의 90%가 7조 위반입니다. 2000년 이후로는 한총련 이외에는 별로 없었는데 6·15 정상회담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한쪽에서는 국보법으로 구속되는 사건이 별로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놔두자고 하는데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온다면 이 법은 또다시 악용될 수 있습니다."

"광화문서 인공기 흔든다면 '저 사람 돈 것 아닌가?' 웃어넘길 수도"

- 최근 헌재는 제7조에 대해 합헌, 대법원은 한총련 학생 유죄 선고했습니다. 이같은 판결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반세기 동안 반공교육을 받아오면서 커온 것, 그리고 국보법에 걸리기만 하면 본인은 물론 일가족이 취직도 안되고, 패가망신했다는 것 등이 국민들에게 레드콤플렉스를 심어줬습니다. 이러한 레드콤플렉스를 가지고 반세기를 살아오면서 많은 국민들이 최면상태에 빠져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깨어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마 인권위가 국보법 논의에 불을 붙였다고도 생각되는데 이렇게 자꾸 거론해서 실제로 뭐가 문제고, 폐지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면 (레드콤플렉스는) 많이 없어질 겁니다."

- 레드콤플렉스를 부추기는 일부 보수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한 지적도 많습니다.
"이들은 헌법상 북한을 국가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국보법을 없애버리면 간첩행위를 하거나 주체사상자들이 사무실 차리고 국민들의 인식을 혼란시켜도 처벌을 못한다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대법원이 북한을 적국으로 간주한다고 하는 판례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처벌할 수 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인권위가 발표한 보도자료중 이같은 내용 일체를 뺐습니다.

만약 광화문에서 누가 인공기를 흔든다면 '저 사람 돈 것 아닌가? 뭐하는거지?'하고 그냥 웃어버려도 되는 일 그걸 가지고 굳이 반국가단체 찬양, 고무, 동조…. 이렇게 꼭 형사처벌 할 건 아니잖아요. 사실 법의 해석을 제대로 한다면 그런 행위는 지금도 처벌할 수 없습니다. 일부 언론 역시 레드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 국보법을 둘러싼 쟁점의 하나는 북쪽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인데요. 이번 권고문에서는 반국가단체가 아니라 국가로서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독은 헌법을 만들 때 '이 헌법은 통일될 때까지 이 지역에서만 적용된다'고 명시했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면서 영토조항을 ‘한반도’로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UN에 동시 가입했고 주권국가입니다. 또 우리는 북쪽을 국가의 실체로 인정하고 남북 교섭을 했습니다. 정부차원의 협상은 7·4 공동성명 이후 264번정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결국 우리는 이미 북쪽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는 말씀이네요.
"그렇죠.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헌법에는 정부가 비준한 국제조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고 되어있습니다. 국제인권 B규약(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의 19조가 표현의 자유입니다. 국보법은 그것에 정면으로 위반됩니다. 국제법과 국내법이 충돌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 신법이 우선하고 일반법보다는 특별법이 우선합니다.

국제조약은 국내법에 비해 특별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법원이나 정부는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이를 감안해 대법원이 국보법 관련자에 대해 무죄라는 판결을 내놓으면 깨끗이 해결될 문제입니다. 실제 지난 90년대 중반 대전지법의 김모 판사가 1심에서 이런 판결을 낸 적 있었으나 항소심에서 깨졌고, 그 이후로는 이같은 판결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 대법원이 8일 영생교 신도에 대해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는데, 일부 언론에선 이를 '사형제 존치' 입장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건 언론의 잘못된 시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대법원은 법을 적용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법에 명시된 대로 판결할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형제도의 문제는 법률에 사형을 선고할 조항이 90개가 넘는다는 것입니다. 극한 흉악범에 한해 그 조항을 대폭 줄이는 방법도 있을 수 있습니다."

"과거청산 기구도 독립기구화해야"

▲ 김창국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 권우성
- 인권위도 사형제 문제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인권위는 사형제도 문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각 지역별로 국민조사, 국회의원, 경찰 언론인,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분야별·직역별로 나눠서 조사중입니다. 아직 결론을 내지는 않았지만 설문조사에서 재미난 부분은 검사와 경찰은 80%가 사형제도 존치를 원하고, 판사, 변호사, 언론인 등은 폐지 쪽이 우세합니다. 직업에 따라 사형제를 보는 시각이 다른 겁니다. 전체 국민은 존치론 쪽이 다소 우세합니다."

- 하지만 국보법 폐지 의견을 낸 것처럼 사형제도도 여론조사를 통해 결론을 내리지는 않겠지요.
"사람들은 '인권위가 앞서나가는 것 아니냐', '여론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어옵니다. 그러면 '인권의 가치를 정착시키려면 인권위의 업무는 미래지향적일 수밖에 없다’고 답변합니다. 당신들이 보기에는 앞서나간다거나 국민정서에 반한다고 할 지 모르지만 인권위의 특성상 그렇지 않습니다. 국민정서, 다수의견 반영해서 정책을 세우면 인권위는 필요없는 기구가 되는 것 아닌가요. 사회 시스템에서 소외 받고, 힘없는 소수의 사람들이 없도록 그 사람의 인권을 배려하는 것이 인권위의 존립근거입니다."

- 국회에서 과거사 청산 입법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습니다. 이를 어디에서 담당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인권위처럼 독립된 국가기관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어떤 입장이십니까.
"개인적 소견으로는 독립기구화되는 게 바람직입니다. 대통령 직속으로 하는 경우라도 독립적으로 존재해야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 오는 11월로 1기 인권위가 마감하는 데, 3년간 이 기구를 이끈 초대위원장으로서 성과로 꼽을만한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임기가 끝났을 때 '괜찮은 국가기관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인권위 업무 시작하면서 곤혹스러웠던 것은 인권위의 독립성 확보문제였습니다. ‘인권위는 독립기구다’라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것으로 초기부터 1년 이상을 보낸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청와대와 갈등을 빚기도 하고 언론과 싸우기도 하고, 국회에 가서 ‘인권위가 제4부란 말이오’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인권위가 독립기구라는 인식이 정착된 듯합니다.

또 하나의 성과를 말하자면 인권위가 단순한 진정사건을 처리하지 않고, 굵직굵직한 인권현안에 대한 의견을 내다보니 정부가 법령을 개정하고 정책을 수립할 때 인권위가 뭐라고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국가보안법 폐지, 이라크 파병 반대 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고, 테러 방지법의 경우 국회의장을 직접 찾아가 설득했습니다. NEIS에 대한 권고는 정보인권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부각시킨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국가기관이라고 하면 자신들을 홀대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소외계층을 배려해주는 국가기관이 있다는 것에 대해 희망과 기대를 준 것이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 예산과 인사 문제, 그리고 조사 범위의 문제 등 한계도 지적되는데.
"예산과 인사가 독립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인권위법 통과 과정에서 권한이 많이 축소되어 정말 억울한 사안이 들어와도 법 한 개 때문에 손을 못 대는 경우도 많습니다.

1년 이상 지난 것은 손 못 대게 하고, 수사기관이 착수하면 인권위는 손을 떼야 합니다. 군의문사 사건과 같은 경우 손을 댈 수가 없습니다. 최근 군 의문사 관련 사건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국방부쪽에서 처음에는 자료도 제공해 주고 진술서도 써주는 등 협조를 받았는데, 끝에 가서 사체를 부검하겠다고 하니까 법을 내밀면서 거부했습니다."

"인권영향평가제 도입하고 독립성 확보해야"

- 군 의문사도 인권위 영역이라고 볼 수 있나요.
"과거 사건의 경우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의 민간인 학살 문제 등 시효가 모두 지난 옛날 사건들에 대해 명예회복과 일부 보상을 해주고 있지만, 앞으로 일어날 의문사는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입니다. 공권력에 의한 사망 사고라는 범주로 해석하면 인권위가 다루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따라서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사건과 현재 일어나는 의문사, 앞으로 일어날 의문사는 인권위에서 다뤄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1년 이상 지난 사건은 손을 댈 수 없다는 부분에 대한 법 조항을 고쳐져야 가능한 일입니다."

- 최근 여당쪽에서 인권영향평가제 도입 등 인권위법 개정을 통해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권위 권한 강화문제로 작년 12월 인권영향평가제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 내놓았다가 시한이 지나서 폐기됐습니다. 인권영향평가제는 환경영향평가제처럼 인권 관련 중요한 법개정 할 때 (평가의뢰서를) 인권위에 제출해서 인권위가 심사해 법안에 첨부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그 제도가 도입되면 NEIS 문제같은 일들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 우리나라의 인권상황을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어느정도의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까.
"인권 법학자들은 인권개념의 발전을 1단계 자유권적 기본권, 2단계 사회권적 기본권, 3단계 집단적 권리로 분류합니다. 현재 선진국은 2단계인 사회권적 기본권이 가장 문제되고 있는데 그 중 차별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후진국 쪽은 아직도 1단계입니다. 우리는 이 두 단계를 모두 다루는데 인권위에 진정된 것을 분류하면 차별사건은 점점 늘고 있지만 10%미만이고, 인권침해 부분이 80%이상입니다.

과거에는 ‘인권’하면 고문, 양심수 등을 생각했는데 이제 그런 사례는 대폭 줄었고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적습니다. 과거에는 뭐가 차별인지 몰랐었지만 이제는 차별문제를 인식하고 계속해서 (민원신청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제 사회권적 기본권 하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 교육, 건강, 환경, 노동권 등이 모두 들어가는데 지금 한국은 2단계로 옮겨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선진국화되는 이동속도도 빨라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 선진국 수준에 이르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 2단계 수준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합니까.
"하나는 시스템 제도를 정비해서 사전에 예방하고 국가의 정책을 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중장기 제도를 만드는 일입니다. 또 하나는 인권 의식을 향상시키는 일입니다. 전자를 위해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을 내년 상반기 중으로 확립할 예정입니다.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방법은 인권에 관한 교육과 홍보에 있습니다. NAP에도 인권 교육 방법론을 넣고 인권영화, 동화, 애니메이션 등을 인권문화컨텐츠 개발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국보법 '기사회생'의 역사

다음은 김창국 위원장이 회고하는 '국보법 기사회생' 역사의 한토막이다... 편집자주

1948년 12월 1일 국가보안법이 제정·공포되고 1953년에 형법이 처음 만들어졌다. 형법의 부칙 12조에 형법을 제정함으로써 필요 없어진 법령이 15개가 들어가 있었고, 이중 국가보안법이 포함되어 있었다.

국회에서는 당시 김병로 대법원장에게 형법제정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안 설명 끝에 "폐지할 법령을 우리가 넣었는데, 이건 우리도 여러모로 생각해보니 국보법의 여러 죄명을 형법에 담고 국보법은 폐지해도 되겠다"고 설명했다.

그때 사회를 본 사람이 조봉암이었고, 윤길중 법사위원장도 나와서 국가보안법은 폐지해도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의원이 "법체계의 이론상으로는 법사위원장의 말이 맞을 지 모르나, 국민 정신(당시에는 ‘정서’란 말이 없었다)을 감안하면 ‘특별한 이 법을 그대로 나눠도 괜찮지 않느냐’, ‘국보법 관련 죄의 처벌을 못하지 않겠느냐’고 생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때가 7월 초였는데 휴전협정이 7월 27일이었으니 전방에서는 한치라도 땅을 많이 확보하려고 하던 시기였다. 그 후 국보법 폐지를 표결에 부쳤고 재적인원 102명 중 찬성 10표, 반대 0표, 92명이 기권해 과반수 부족으로 국보법이 살아남았다. 국보법이 지금까지 존재하는 것은 그 이유에서이다.

최근 대법원 일부의 판단이기는 하지만, 판결문에 '간첩을 형법으로 처벌할 수 있더라도 국보법은 그 자체로도 존재 의미가 있다'고 명시했다. 51년 전과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참 아이러니컬 한 것은 당시 사회를 봤던 조봉암은 국보법 때문에 생명을 잃었고, 윤길중씨도 그 법 때문에 고초를 겪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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