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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후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송두율 교수가 부인과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신 : 21일 오후 6시10분]

"국보법은 우리 스스로를 옭아맨 관습에 불과하다"
송 교수, 서울구치소 앞 '즉석 환영식'서 소감 밝혀


"고향 땅 제주에 가서 푸른 바다를 보고, 광주에 가서 뜨거운 대지를 밟고 싶다."

9개월만에 서울구치소 담장 밖으로 나온 송두율 교수는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위와 같이 답변했다. 송 교수는 특히 "계몽의 역할을 해야할 언론이 그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면서 "기자들은 기사 한줄, 논설 한 장 쓸 때 계몽과 민족의 앞길을 생각하면서 써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송 교수는 21일 오후 5시20분경 부인 정정희씨의 팔장을 낀 채 변호인단과 함께 서울구치소를 나섰다. 서울구치소 밖에서는 변호인단과 송 교수 무죄석방을 위한 대책위 관계자, 인권활동가, 민가협 어머니 등 50여명의 환영객이 마중을 나왔고, 50여명의 취재진도 몰렸다.

▲ 송두율 교수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들은 이 자리에서 '즉석 환영식'을 거행했다. 김진정회(23)씨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송 교수는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1심, 2심 최후진술 등을 통해 여러 가지 철학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역사가 나의 무죄를 밝혀주고, 국가보안법의 마지막 순간을 분명히 기록할 것이다. 재판부가 이 시대의 흐름을 열린 자세로 판단 내렸다. 그동안 고생한 가족, 대책위, 변호인단, 독일에서 온 동료와 변호사들에게 감사드린다. 이번 사건에서 우리는 깨우침을 얻을 수 있다. 국가보안법은 법도 아니다. 이 법은 우리 스스로 옭아맨 관습에 불가하다. 자유롭게 21세기를 지향하는 한반도의 모습을 무엇일지 찾는 노력을 해보자."

송 교수의 발언에 앞서 권오헌 양심수 후원회장은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가 오늘 석방됐다. 일부 유죄 판결난 부분은 있지만 근본적으로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한 전형적 획을 그은 사건"이라고 규정한 뒤 "재판부는 국가보안법을 확대해석하지 말라고 했고, 지도적 임무에 대해서도 무죄판결을 내렸다. 죄형법정주의도 인정했다. 이제 국가보안법은 존립 명분을 잃었다. 수구 냉전 논리는 물러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관 스님은 "오늘 분단장벽을 뚫었다. 해외에서 모든 이들이 환영하고 있다"며 "국보법 누명을 벗고 민족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임기란 민가협 전 상임의장도 "무죄가 마땅하다. 37년만에 온 분을 이렇게 가두어서야 되겠는가"라며 "송 교수님은 9개월간 국가보안법 독소에 걸려서 좌절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앞으로 건강하고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통일을 위해 함께 싸워달라"고 당부했다.

조영건 경남대 교수는 "마녀재판은 끝났다"면서 "국보법과 분단 수구세력, 언론의 책임이 크다. 송 교수는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카지무라 재독 일본 언론인은 "축하하고 환영할 일이다. 독일 사회 전체가 기뻐하고 있다"면서 "독일에서는 한반도 통일을 위해 송 교수가 꼭 필요하다고 알고 있다"고 밝혔다.

송 교수의 부인 정정희씨는 "남편은 37년만에 귀국해서 민주주의를 누리기는커녕 9개월간 옥살이를 했다"며 "재판부가 미래지향적 판결을 해서 기쁘다"고 말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이날 '즉석 환영식'을 마친 관계자들은 '국가보안법 철폐' '양심수 석방' 등의 구호를 외쳤다.

▲ 송두율 교수가 부인 정정희씨와 함께 서울구치소에서 걸어서 밖으로 나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부인 정정희씨가 발언을 하는 동안 송두율 교수가 독일에 있는 아들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송두율 교수와 부인 정정희씨가 환영객들과 함께 '국가보안법 철폐' '양심수 석방'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신 대체 : 21일 오후 5시 30분]

송두율 교수 집유 석방 "정치국 후보위원 근거 없다"


서울고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송두율(59. 독일 뮌스터대) 교수를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판단할 근거가 없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는 검찰과 징역7년을 선고한 1심 재판부의 선고내용 대부분을 뒤집은 것이다. 검찰은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판사는 21일 오후 2시부터 열린 선고공판에서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인 송 교수의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여부에 대해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1) 후보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중앙위원에 먼저 선출되어야 하는 데 그런 사실이 없다.

2) 김일성이 직접 후보위원으로 지명할 수는 있으나 사후에라도 당 중앙위원회에서 송 교수에 대한 후보위원 사실을 공개했어야 하나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

3)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은 북한의 핵심 중 핵심 인물로 화려한 경력과 공헌이 있는 인물이어야 하는데 송 교수는 이에 부합하지 않는다. 검찰은 각종 출판활동으로 송 교수가 북한 사회에 공헌했다고 한다. 그러나 송 교수가 후보위원이 됐다고 하는 김일성 면담 직전까지 송 교수 쓴 책은 단 한 권밖에 없다.


"저술 일부 친북적이나,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작고 체제위협 사안 아니다"

재판부는 이날 배포한 4쪽짜리 보도자료를 통해 "가장 핵심이 되는 재판의 쟁점인 반국가단체의 간부 기타 지도적 임무에의 종사한 점을 비롯한 일부 공소사실들에 대해 무죄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송 교수가 '저술활동을 통해 반국가단체를 위한 지도적 임무'에 종사했다는 혐의와 관련해서는 "피고인(송 교수)의 저작물은 그 구체적 내용이 북한에 편향된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피고인의 전체 저술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국가의 안전과 체제를 위협할 만한 내용이 아니"라는 판결이다. 또 "저술모두가 공개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사상의 자유시장에 충분히 여과될 수 있는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김일성 장례식 참석·김정일에게 축하편지'부분도 무죄

'김일성 장례식 참석·김정일에게 보낸 3회의 축하편지'에 대해서도 1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조문 대상자가 '북한 수괴 김일성'이더라도 의례적인 참석일 뿐 다른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축하편지도 설 명절과 생일 때 보낸 편지인데다 내용이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시대변화에 발맞춰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기조에서 이번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북이 적화통일노선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그 규범성을 갖추고 있지만, '지도적 임무'나 '목적 수행' 또는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라는 등과 같은 다의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을 규정함으로써 인권침해의 소지가 크다"는 것.

재판부는 이어 "이를 이 사건(송두율 교수 사건)에 구체적으로 적용함에 있어서는 국가보안법의 입법취지 내지 근본정신에 따라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만 제한적으로 적용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고 밝혔다.

"5차례 밀입북·황장엽 상대 사기미수는 유죄"

그러나 ▲북한 사회과학원 등의 초청으로 5차례 걸쳐 밀입북해 주체사상을 교양학습하고 대남담당 고위당국자들과 접촉함으로써 각 반국가단체의 지역으로 특수탈출했다는 점 ▲황장엽을 상대로 허위사실을 들어 1억원의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해 그로부터 금원을 편취하려다가 패소판결을 받아 미수에 그쳤다는 점등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면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형을 선고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①피고인은 조선노동당 가입사실과 친북활동 사실이 밝혀져 학자 내지 민주화 운동가로서의 권위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었다. 이제 그 나머지 몫은 일반 국민들의 건전한 토론과 비판에 맡겨두어도 충분하다.

②피고인이 주창한 내재적 방법론은 일부 그 부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북한사회를 바르게 인식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접근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③96년 이후 피고인이 북한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갖게되면서 별다른 친북활동을 하지 않았고,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실을 알고도 스스로 우리나라에 귀국해 우리 실정법의 틀 안에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④피고인의 밀입북 이후 10여년이 지나는 동안 남북간의 긴장관계가 완화되고 각종 교류와 협력이 활발해지면서 북한은 단지 우리의 전쟁 상대방이 아니라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로 인식하기에 이르렀고, 따라서 국가보안법을 적용함에 있어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을 종전과 같이 모든 사안에서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곤란하다.

⑤이 사건이 시의부적절한 이념논쟁을 불러 일으켜 남과 북의 대화에 걸림돌이 되고 우리 사회의 내부적인 갈등을 초래하고 있는 현실을 심각하게 우려했다."


송 교수는 독일국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법원에서 곧바로 석방되지 않고 오후 5시께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될 예정이다.

한편 지난달 30일 열린 송 교수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서울지검 공안1부(구본민 부장검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된 송 교수에 대해 징역 15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번 판결과 관련, 송두율 교수의 부인 정정희씨는 "누명이 벗어지고 인권이 승리한 날"이라며 "국가보안법 철폐"를 외쳤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상고하겠다는 반응이다. 김수민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는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법원의 판단을 분석하겠다"면서도 "상고심에서 현명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 상고를 기정사실화 했다. 또 "과거 이선실 간첩사건도 1심에서 일부 무죄가 났다가 항소심에서 번복된 일이 있었다. 간첩사건에선 이런 일이 많다"고 말했다.

송두율 교수 수사-재판 일지

▲ 2003년 9월 18일 = 법원, 국가정보원이 송두율 교수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 발부
▲ 9월 19일 = 송 교수 독일 베를린에서 '귀국의사' 기자회견
▲ 9월 20일 = 미하엘 가이어 주한 독일대사, 권영민 주독 한국대사와 접견하고 "송 교수 문제를 한·독 양국 정부가 현명하게 대처하자" 입장 표명
▲ 9월 22일 = 송 교수 입국
▲ 9월 23일 = 송 교수 국정원 자진 출두
▲ 9월 24일 = 송 교수 국정원 재출두. 법무부, 송교수에 대해 출국정지 조치
▲ 9월 27일 = 송 교수 국정원 4차 출두, 김형태 변호사 "송 교수 김철수 맞지만 후보위원 아니다"
▲ 10월 1일 = 국가정보원, 송 교수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 "송 교수는 북한 정치국 후보위원"
▲ 10월 2일 = 송 교수 기자회견, "후보위원 통보받거나 활동한 적 없다"
▲ 10월 3일 = 검찰, 송 교수 소환
▲ 10월 6일 = 송 교수, 검찰 2차 출두. "후보위원급 대우받았으나 후보위원 아니다" 의견서 제출
▲ 10월 7일 = 검찰, 오길남씨 참고인 소환조사
▲ 10월 8일 = 송 교수, 검찰 3차 출두. 검찰, 황장엽씨 출장조사
▲ 10월 14일 = 송 교수, 노동당 탈당 및 독일국적 포기 성명발표
▲ 10월 21일 = 송 교수, 검찰 9차 출두. 검찰, 송 교수 사전구속영장 청구
▲ 10월 22일 = 검찰, 송 교수 구속수감
▲ 10월 31일 = 법원, "송 교수 변호인 입회 불허는 위법"
▲ 11월 19일 = 검찰, 송 교수 구속기소
▲ 12월 2일 = 송 교수 첫공판. 송 교수 '정치국 후보위원' 부인
▲ 2004년 3월 9일 = 검찰, 송 교수 징역 15년 구형
▲ 3월 30일 = 서울중앙지법, 송 교수에 징역 7년 선고.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 인정
▲ 7월 21일 = 서울고법, 송 교수에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선고.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로 인정하기 어려워"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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