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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3일 새벽 2시 30분]

▲ 행패를 말리던 시민을 자신의 자동차로 치고 달아났다가 붙잡힌 미국인 '로드리게스', 이 미국인은 경찰과 기자들에게 '기억나지 않는다', '말하지 않겠다'는 등 혐의를 부인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신촌 미군난동'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만취한 40대 미국인이 행패를 말리던 시민을 자신의 자동차로 부상을 입힌 뒤 뺑소니치고 달아나다 붙잡힌 사건이 발생했다.

목격자와 피해자 진술에 따르면, 만취한 미국인 로드리게스(45)는 2일 새벽 5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 소방서 뒷골목에서 이곳을 지나던 강 아무개(39)씨의 택시 범퍼를 들이받았고 강씨가 항의하자 달아났다.

이에 강씨가 곧바로 쫓아가 이 미국인의 차량을 세웠다. 강씨는 차량 피해에 대해 책임을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미국인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때 마침 이곳을 지나던 시민 유진영(40·자영업)씨가 미국인의 행패를 만류하자, 미국인은 이번에는 유씨의 목을 졸랐다.

주변 시민들이 미국인을 떼어내면서 소동이 겨우 진정된 가운데 유씨는 '고 홈'이라고 소리치며 귀가할 것을 종용했다. 곧 이어 미국인은 사건 현장을 떠났고, 그 사건은 거기에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미국인은 자신의 쥐색 구형 소나타 차량을 몰고 금방 다시 나타나 그때까지 택시기사 강씨와 대화를 나누던 유씨를 치고 그대로 뺑소니쳤다.

이에 주변에 있던 택시운전사 안요찬씨가 해밀턴호텔까지 1km 가량 도주한 미국인을 쫓아가면서 경찰에 신고했고 곧 출동한 경찰에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인 차량에 부딪쳐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유씨는 곧바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순천향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뒤, 현재 용산구의 모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용산경찰서에서 조사 받고 있는 이 미국인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말하지 않겠다'는 등 '앙심을 품고 고의로 사고를 냈다'는 목격자들의 주장과 달리 혐의를 일체 부인하며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드리게스는 주한미군으로 4년간 근무하다 9개월 전에 전역한 뒤 정보통신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음주 측정 결과 이 미국인의 혈중알콜농도는 0.176%(0.1% 이상 음주운전은 면허취소)으로 만취한 상태라고 밝혔다.

"미국인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다는데… 어이없고 가증스럽다"

▲ 미국인의 행패를 말리다 봉변을 당한 유진영씨. 유씨는 '미국인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진술에 '가증스럽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유씨 일행은 강원도로 놀러갔다가 이태원을 거쳐 귀가하던 도중 한국 택시기사가 미국인에게 위협받는 장면을 목격하고 이를 말리다 봉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씨는 키 192cm에 몸무게 120kg의 거구로, 만취한 미국인의 행패에도 불구하고 유화적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미국인은 곧 바로 앙심을 품고 나타나 보복 범죄를 저질렀다고 목격자들이 진술했다.

유씨는 2일 "덩치가 큰 흑인에게 택시기사가 맞는 상황을 목격하고 다가가 미국인에게 '고 홈'이라고 말하며 집에 가라고 하자 갑자기 내 목을 졸랐다"며 "겨우 힘을 써서 빠져 나온 뒤, 택시 기사에게 '저 사람을 잡으려면 사고가 나니까 차 넘버를 적어 112에 신고하라고 말한 뒤 미국인을 돌려보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유씨는 또한 "미국인이 가면서 '퍽 유(fuck you·가운데 손가락을 세우며 하는 미국식 거친 욕설)'라고 욕을 했다"며 "주변에 있던 20∼30명의 시민들이 '행패를 잘 말렸는데 키를 빼앗지 그랬냐'고 말해 '키를 뺏으면 싸움이 될 수 있어 그냥 보내는 게 낫다'"고 거듭 설명했다.

유씨는 "택시기사에게 경찰에 신고하라고 말하며 도로 가장자리에 서 있었는데 그 미국인이 차량을 몰고 다시 나타나 들이받고 달아났다"며 "주변 목격자들이 미국인의 고의적 사고라고 증언하고 있는데 미국인은 가증스럽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이가 없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당시 사고현장에 함께 있었던 유씨의 후배 염인식(39·서울시 마포구)씨는 "미군 소나타 차량과 택시가 접촉사고로 혼란스러웠다"며 "키가 작은 택시기사는 덩치 큰 흑인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고, 형님이 가서 이러면 안 된다고 말리자 그 흑인이 형님의 목을 졸랐다"고 증언했다.

염씨는 또한 "형님이 어렵게 미군에게서 빠져 나온 뒤 집에 가라고 하면서 차를 빼 갈 수 있도록 길까지 열어주었다"며 "언덕으로 갔던 미국인 차량이 다시 돌아와 형님을 치고 해밀턴호텔 쪽으로 뺑소니쳤다"며 고의적인 사고라고 강조했다.

"자정 넘으면 미군의 민간인지역 출입금지 등 조치 시급하다"

▲ 가해 미국인은 유씨의 만류로 사고 현장을 떠났다가 곧 바로 나타나 유씨를 친 뒤 헤밀턴호텔 방향으로 뺑소니쳤다고 목격자들은 진술하고 있다. 사진은 사고 현장.
ⓒ 오마이뉴스 조호진
만취한 미국인의 보복행위로 행패를 말리던 시민이 부상당한 사고 현장을 목격한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오마이뉴스>에 이를 제보했다.

사고현장을 목격한 소태호(36. 이태원에서 자영업)씨는 2일 <오마이뉴스>에 전화를 걸어와 "미군에 의한 범죄를 종종 목격하기도 하고, 직·간접적으로 미군에게 피해를 많이 당해 상대하지 않는다"며 "미국인의 행패를 말리기 위해 의로운 행동을 한 시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처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씨는 또한 "보복성 사고가 분명하다. 단순 뺑소니사고로 처리해선 안 된다. 서부의 무법자 같은 행동을 한 범죄자에게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김판태(39) 미군문제부팀장은 "미국인 또는 미군들에 의한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그들이 한국의 법과 한국인의 인권을 무시하기 때문"이라며 "이들에 의한 범죄는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매우 엽기적이고 흉악한 사건"이라고 우려했다.

김 부팀장은 또한 "미군 당국은 범죄가 발생해 여론이 악화되면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12시가 넘으면 미군의 한국 민간인지역 출입금지 조치 등 국민안전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하며 특히, 불평등한 소파개정을 미군 당국과 조속히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군범죄를 지켜본 시민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미군범죄에 대한 한국 수사당국의 저자세도 문제삼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언론이 취재에 돌입하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사실 감추기에 급급한 태도를 보여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들은 사건 자체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렸다. 이들은 미국인의 피의 사실공표 금지를 강조하며 사건 개요조차 알리기를 꺼렸으며, 실무 수사진은 자신이 담당 수사관이라는 사실조차 감추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한국 사람 같으면 당장 구속 아니냐"며 경찰의 미온적인 수사에 반발했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미온적인 수사가 아니다. 조사결과 혐의가 드러나면 적법하게 처리할 것"이라며 "미국인이 피해자 유씨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새로운 진술이 나오고 있어 폭력 혐의와 고의적 범죄에 대해 중점적으로 수사해 적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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