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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중앙일간지 기자가 '인천공항 출입금지기자실 사건' 이후 처음으로 실명을 걸고 출입기자실 폐지를 주장했다.

대한매일 임병선 기자는 4월 1일 인터넷 대한매일 홈페이지(www.kdaily.com)의 '기자커뮤니티'란에 실린 <기자실, 그 유쾌하지 않은 기억들에 대해>에서 대검찰청 출입기자를 하면서 받은 각종 향응 등을 떠올리면서 "대한매일이 가장 먼저 출입처 제도를 없애는 것이 그동안 국민들에게 끼쳤던 죄악을 씻고 참다운 매체로 거듭나는 첩경"이라고 적었다.

임 기자는 대검 출입때 "(진형구) 전 부장은 월개수라는 모임을 만들어 기자들과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월요일 개먹는 모임'이었다"면서 또 "각 부장검사들도 일주일에 한두번씩 기자들에게 돌아가면서 점심을 샀다"고 '유쾌하지 않은 기억'을 떠올렸다.

임 기자는 이 글에서 "검찰 직원들이 자신들에겐 일년 열두달 가도 점심 한번 안 사는 검사장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경쟁적으로 (기자들에게) 점심을 사고, 그것도 봉고까지 대기시켜놓고 기자들을 모시는 데는 눈초리가 곱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정작 본질적인 문제는 기자실이 있고 기자단이 있음으로써 취재를 열심히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기자는 "일부 기자들은 기자실이 취재에 도움이 된다는 옹호론을 펴는 것 같은데 (실상) 취재반경의 축소가 상당히 심각한 기자실의 부작용"이라고 밝혔다.

"원래 출입처를 감시하기 위해 기자들은 취재를 합니다만 어느 순간 그건 뒤집어집니다. 출입처 사람들이 기자들을 감시하는 수단으로 기자실이 이용된다는 것입니다. 성향 파악은 물론 지연 학연별 마크맨들이 정해지고 적절히 안배해 해당 기자들에게 술을 삽니다. 그런 일상적인 관계는 위기에서 큰 힘을 발휘합니다."

임 기자는 언론개혁 차원에서도 "기자실의 혁파"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임 기자의 글 전문.

기자실, 그 유쾌하지 않은 기억들에 대해

요즘 기자실 문제가 상당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며칠전에 밝혔듯이 기자실을 없애는 것이 진정한 언론개혁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편집부 근무 8년만에 첫 출입처로 나간 곳이 대검 기자실이었습니다. 첫날 폭탄주 사건으로 퇴락의 나락에 빠뜨려진 남자, 진형구 전 공안부장과 함께 점심 폭탄주로 첫 상견례를 했고 여기서 자세히 밝힐 수는 없습니다만 진 전 부장의 폭탄발언이 기사화된 과정에서 진 전부장이 저를 의심했다는 얘기를 들었으니 진 전부장과의 인연 또한 묘했습니다.

기자실 출입하고 한 3개월쯤 되니 이상한 것들이 눈에 보였습니다. 그때 진 전부장은 월개수라는 모임을 만들어 기자들과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월요일 개먹는 모임이었습니다. 또 각 부장검사들이 돌아가면서 점심을 사니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점심때 기자실 앞에 봉고가 대기해 있었습니다. 그곳을 지나치며 검찰 직원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 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신들에겐 일년 열두달 가도 점심 한번 안사는 검사장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경쟁적으로 점심을 사고, 그것도 봉고까지 대기시켜놓고 기자들을 모시는 데는 눈초리가 곱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마 다른 출입처들도 사정은 비슷할 거라 생각합니다.

정작 본질적인 문제는 기자실이 있고 기자단이 있음으로써 취재를 열심히 하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함께 모여있으니 누가 무얼 하는 지 금방 알게 됩니다. 그래서 특종을 하는 기자들은 회사에 들어가서 기사를 씁니다. 그러다보니 별 볼일 없는 브리핑 시간에 자리를 비운 기자들이 생기면 '그 친구 한 건 하는구만' 생각합니다.

일부 기자들은 기자실이 취재에 도움이 된다는 옹호론을 펴는 것 같은데 저는 취재반경의 축소가 상당히 심각한 기자실의 부작용이라고 봅니다. 물론 이렇게 항변할 수도 있습니다. 열심히 하는 기자들은 기자실이나 기자단이란 존재가 있어도 다 특종하고 좋은 기사 쓴다고요. 이런 특수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출입기자들은 하향 평준화의 유혹에 넘어가게 됩니다.

또한 검찰을 출입할 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출입처를 감시하기 위해 기자들은 취재를 합니다만 어느 순간 그건 뒤집어집니다. 출입처 사람들이 기자들을 감시하는 수단으로 기자실이 이용된다는 것입니다. 성향 파악은 물론 지연 학연별 마크맨들이 정해지고 적절히 안배해 해당 기자들에게 술을 삽니다. 그런 일상적인 관계는 위기에서 큰 힘을 발휘합니다. 물론 편집국 안에서 출입처별로 상당한 시각차를 드러내 공동취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없지 않아 생깁니다.

또 한가지 출입처 사람들이 갈수록 영리해지고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기자들 신상과 성향까지 분류하고 마크맨까지 붙여놓았으니 각 언론사들끼리 싸움 붙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 자리에서 밝힐 수 없지만 그런 좋지 못한 장면을 목격한 것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팩스나 문서를 통하지 않고 은밀한 목소리로 저녁 술자리를 알려주고 만나는 짓도 여러번 했습니다. 기자들은 모두 취재를 위한 일이었다고 둘러댈지 모르지만 과연 그랬을까요. 내가 이 정도 대접은 받을만해 라고 자신을 합리화했을 뿐입니다.

저는 좋은 신문은 기자들에게 주어진 보호장치들이 해제됐을 때 나온다는 평범한 사실을 확인하고자 할뿐입니다. 출입처 간부들의 개인적 출세를 위해 여기저기 말을 옮겨 인사운동을 벌이는 좋지 못한 선배들 얘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이쯤 되니 어떤 검사장이라도 기자들과 아름답지 못하지만 계속 유지해야 할 관계를 지속시켜 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출입처를 당장 없앨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마 여러 기존 오프라인 매체들이 최소한의 보루로 출입기자실을 유지하려고 하는 한 쉬 사라질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점차적으로라도 기자실은 역사의 유물로 남아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언론개혁의 시발점이 이루어질 겁니다.

우리 신문의 정운현 차장, 예를 들어볼까요. 변변한 기자실 하나 없지만 어느 누구 못지않게 훌륭한 취재를 하고 계십니다. 지금도 언론개혁 시위장 같은 데 함께 나가보면 시위하는 분들, 대부분 기자들이 많죠, 아 정차장 왜 발에 기브스했지 합니다(정운현 차장은 요즘 '사고'로 발에 기브스를 하고 다닌다...편집자 주) 이런 존경심의 표현은 어떤 출입처 취재원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대한매일이 가장 먼저 출입처 제도를 없애는 것이 우리 신문이 그동안 국민들에게 끼쳤던 죄악을 씻고 참다운 매체로 거듭나는 첩경이라는 점을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모든 성역이 깨지고 있습니다. 사주 권력의 보루였던 세무조사도 이젠 법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공정거래위의 조사는 과거 광고 등으로 무한 실탄지원을 해왔던 재벌기업의 언론 소유에 대해 아 근본적으로 안되는 것이구나 하는 인식을 뿌리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각 언론사 세무조사를 하면서 일부 기자들의 계좌추적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과거 출입처 간사들을 중심으로 접대골프 등 여러 부정적인 기자 행태에 대해 면밀한 추적작업이 진행중이랍니다.

곧 있으면 지금 혼란되고 엉성해보이는 여러 조치들도 제도적으로 시스템적으로 안정화될 것으로 봅니다. 저는 그런 작업의 맨끝에 기자실의 혁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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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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