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통영지역 50개 단체는 최근 민족문제연구소에 유치환의 친일인명사전 등재 연구와 관련해 '항의서'를 보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될 친일인사 명단 1차 발표가 29일로 예정된 가운데, 등재가 예상되는 인사와 관련된 단체나 개인이 민족문제연구소에 항의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대표적으로 경남 통영지역 단체들이 '유치환(청마) 시인이 친일인사 명단에 포함될 경우 어떤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항의서를 보내왔다"고 24일 밝혔다.

"대시인이 친일 반역자? 천부당만부당하다"

항의서는 한국예총통영지부와 통영시공무원문학회, 공무원노조지부, 청마문학회, 민주평통자문회의협의회, 바르게살기운동지회, 새마을운동지회, 통영YWCA, 여성단체협의회, 재향군인회, 자유총연맹지부, 천주교태평·대건·복신성당, 충무제일교회 등 50개 단체가 공동으로 낸 것이다.

이들 단체는 "지난 해 6월 '청마우체국 개명운동'이 일어났을 때 민족문제연구소 통영모임에서 청마가 쓴 시 '수' '전야' '북두성'에 대해 친일 의혹이 있다고 했으나 이는 몇몇 사람의 근거없는 의혹제기"라며 "이로 말미암아 대시인이 친일누명을 쓰고 만 일은 두고두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들은 항의서에서는 "청마의 친일행적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밝혀 주기 바란다"면서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에서 주관하는 회의나 공청회에 통영문인협회가 참여해 반론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이들은 "청마 선생은 1919년 3월 통영장터의 시민만세 사건 당시 친구들과 함께 만세를 불렀다"면서 "5·16혁명 이후 관료의 부정비리를 계속 비판하는 등 위대한 대시인이자 교육자인 청마 선생을 친일 반역자로 몰다니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라고 거듭 밝혔다.

통영시(시장 진의장)도 연구소에 공문을 보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할 인물 중 유치환 시인이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와 포함되어 있을 경우 친일행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자료와 선정기준을 통보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통영문인협회(회장 정해룡)도 별도로 공문을 보내 "연구소의 자의적 판단으로 통영의 자존심을 짓밟는다면 14만 통영시민의 이름으로 강력 저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민족문제연구소에는 유치환 이외에 전자우편을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 친일인명사전 편찬에 대해 항의하는 사례가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군 위안 행사를 다녀온 한 불교계 인사의 유족은 전자우편을 보내 "국가보훈처에서 서훈도 받았는데 친일인사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친일인명사전 편작작업에 대해 항의 전화가 가끔 걸려온다"고 말했다.

친일 의혹에도 계속되는 유치환 기념사업

▲ 통영에서는 유치환에 대한 각종 기념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사진은 통영에 있는 유치환 생가와 문학관 전경.
ⓒ 오마이뉴스 윤성효
유치환의 친일 의혹은 오래 전부터 받아왔다. 그가 남긴 시 '수(首, <국민문학> 1942년 3월호)'와 '전야(前夜, <춘추> 1943년 12월호) '북두성(北斗星, <조광> 1944년 3월호)'이 대표적인 친일시로 꼽히고 있다.

특히 작품 '수'에서는 "비적(匪賊)의 머리 두 개 높이 내걸려 있나니…(중략)…이는 사악이 아니라 질서를 보전하려면 인명도 계구와 같을 수도 있도다"라고 했는데, 여기서 '비적'은 당시 독립군에 해당하고 독립군의 죽음은 황국신민으로서의 질서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이 있다.

또 지난 해 6월 통영문인협회가 유치환이 이영도한테 편지를 자주 보냈던 옛 통영중앙우체국을 '청마우체국'으로 이름을 바꾸는 운동을 벌였다. 그러자 3·1동지회 지회와 열린사회희망연대 등 단체들은 기자회견 등을 통해 '개명 반대'를 주장했다.

또 이응인 시인은 2002년 12월에 나온 민족문학작가회의 경남지부 기관지 <경남작가>에서 유치환의 친일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유치환의 유족들은 시민단체 대표와 이응인 시인에 대해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검찰에 고발했으나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같은 친일 의혹에도 불구하고 통영지역에서는 유치환을 기리는 각종 사업이 계속되고 있다. 통영에는 유치환 생가와 문학관이 있으며, 지난 21일 거제시 둔덕면 방학리에 있는 유치환의 묘소 앞에서는 '시비 제막식'이 열리기도 했다.

민족문제연구소 "항의 아랑곳 않겠다, 유치환 친일시 추가확보 가능"

김영만 친일청산시민행동연대 대표는 "유치환의 친일은 이미 드러난 셈이나 마찬가지인데, 친일인명사전 등재를 막으려고 연구소에 항의하고 심리적인 압박을 행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통영지역 단체의 항의서나 공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치환에 대한 평가작업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유치환의 친일시는 지금까지 알려진 3개가 있고 추가 자료를 확보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오는 29일 발표할 명단에 유치환이 포함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금 밝힐 수 없다"면서 "친일인명사전은 2007년에 나오는데 그때까지 자료수집과 연구작업은 계속 진행된다"고 말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