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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및 정리 : 김병기 장윤선 기자
- 사진 : 권우성 기자
- 동영상 : 김호중 기자


ⓒ 오마이뉴스 권우성

"김영삼 정부 이후 기득권세력들이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강압이 통하지 않는 문민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억압과 착취를 할 수 없으니까 이들은 이데올로기 통치방법으로 살아남았다. 반대세력에 대해 무조건 색깔론으로 저주한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이것마저도 써먹기 어려워졌다. 디지털세대에게는 색깔론이 먹혀들지 않는다.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불안감에 떨수록 반대세력은 계속 색깔론을 더욱 들고 나오는 것이다. 예전에 그들이 하던 방식대로 잡아 가두지도 않으니까, 그들은 마구 뛰쳐나와 광장에서 지껄이는 것이다."


한완상 총장은 누구?

1936년 충남 당진 출생이다.

55년 경북고등학교, 60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한 뒤 67년 미국 에모리 대학교 대학원 정치사회학 박사, 70년부터 서울대 문리대 교수를 거쳐 93년 제3대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그 뒤 99년부터 상지대 총장을 역임하다가, 2001년 1월부터 1년간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냈고 2002년 10월부터 한성대 총장을 맡고 있다.

한 총장은 '민중과 지식인' 등의 저서로 유명하며 유신시절부터 반독재 민주화 운동에 투신해 왕성한 활동을 해온 대표적인 현실참여파 교수로 평가받고 있다.
한완상 한성대 총장(68)의 시국 진단이다. 한 총장은 최근들어 부쩍 우익집회가 늘어난 것은 '기득권 세력의 두려움'에 기인한다고 단언했다.

한 총장은 또 최근 열린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학법 개정에 사립학교들이 '학교 폐쇄'를 거론하면 반발하는 것에 대해 "학교는 역사·미래·민족·국가·사회의 것이지 내 것·내 가족의 것·내 친척의 것은 아니다"라면서 "공익적 성격을 지닌 사립학교의 주인은 학생·교수·직원이다, 주인이 있는데 주인에게 묻지도 않고 오너 몇이 모여 문을 닫겠다? 도대체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총장은 "21세기 시대정신은 흑백논리가 아니라 무지개 논리로 봐야 한다, 관용을 기본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냉전시대는 흑백·단죄·탄압 이런 것들이다, 그런 시대에 오랜 세월 법관을 해온 사람들이 앉아서 헌재 판결로 입법행위가 탄생하도록 만드는 것은 심히 걱정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 총장은 8일 오후 3시30분부터 1시간 가량 한성대 총장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했다. 한 총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 대선에서의 부시 재선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과 최근 보수우익단체들의 동향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을 쏟아냈다.

한 총장은 부시의 재선 이후 미국의 상황을 '공황상태'로 진단한 뒤 "부시 대통령은 21세기의 첫 4년에 세계적 영향을 끼치는 인물로 당선돼 21세기가 20세기보다 더 두려운 시대가 될 수 있다는 공포심을 주었다"고 우려했다.

한 총장은 이어 "6자회담이 빠른 시일 안에 재개되면서 평양과 워싱턴 사이의 양자회담이 진행돼야 한다"면서 "그렇게 되려면 북한을 종교적으로 '악'이라고 규정한 미국의 시각이 교정되어야만 북한과 합리적으로 대화를 할 수 있고, 이성적 외교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총장은 보수 언론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한 총장은 "신문을 읽을 때 나는 섬뜩한 느낌이 든다, 보도와 해설을 보면 가끔은 심지어 '신흥 종교단체 기관지'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면서 "색깔론적 보도행태를 읽을 때는 기득권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이렇게 큰가, 새 시대에 대한 두려움이 이렇게 큰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이렇게 두려워하는가, 이런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한 총장은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사회 통합 문제와 관련해서도 다음과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사회 통합 얘기를 하면 모두들 산술적 통합을 말한다. 탕평책을 펴서 산술적으로 반대하는 사람 끼워주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것은 이미 문민정부, 국민정부에서 모두 실패했다. 산술적, 평균적으로 섞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5년 후, 10년 후, 20년 후, 전체 국민이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어떤 성취, 꿈의 실현을 위해 그 방향으로 같이 가자는 차원에서 비전을 세우는 것이 통합이다. 이 길에 죽어도 같이 못 가겠다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더 좋은 비전을 만들라고 하고, 우리는 이 비전으로 간다고 말하고 그 길을 가는 게 통합이다."

다음은 한완상 한성대 총장과의 인터뷰 요약이다.

"미국에게 한반도 전쟁 절대 불가능하다는 인식 심어야"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부시 재선 이후 미국사회는 공황상태에 빠졌다는 말이 전해진다. 또 양극화 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마이클 무어는 자살하지 말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는가.
"이라크전쟁을 유발시킨 테러의 현장은 뉴욕이다. 그러나 뉴욕시민과 뉴욕주 자체는 부시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고 케리 후보에게 줬다. 9·11 공포로 당선된 부시 후보가 뉴욕주에서 패배했다는 게 미국의 공황을 의미하는 것이다. 부시 후보가 이번 미국 대선에서 과연 정신적으로 이겼는가 생각해볼 문제다. 지난 4년간 부시 대통령이 벌인 우경화된 외교정책, 기독교 근본주의적인 신앙에 바탕을 둔 독선적 외교정책, 일방적·승리적 외교정책에 대해 성숙한 미국 시민들의 실망감이 많이 확산되고 있다."

- 이런 미국 상황이 이라크 문제 등 지구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나.
"세계가 당분간 양극화 될 것으로 본다. 아랍과 이스라엘 갈등이 상당히 염려스럽다. 아랍근본주의와 아랍 온건파간의 갈등도 치유되기 힘들다고 본다. 특히 지난 몇년간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낙인찍었던 지역에서 부시독트린이 어떻게 적용될지 근본적으로 우려된다. 미국의 군사적 우위에 도전하는 그 어떤 세력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외교정책이 특별히 '악의 축'으로 규정한 지역에서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초미의 관심이다. 이란과 북한이 부시 외교정책에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인지 걱정이다.

20세기의 교훈은 이데올로기로 양극화되어 인류에게 고통을 준 시대였다는 것이다. 20세기 전반부에는 나치라는 극우체제가 존재해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고, 후반부에는 전체주의와 공산주의체제가 인류를 극도로 힘들게 만들었다. 21세기에는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말아야 하는데, 부시 대통령은 21세기의 첫 4년에 세계적 영향을 끼치는 인물로 당선돼 21세기가 20세기보다 더 두려운 시대가 될 수 있다는 공포심을 주었다."

- 북핵과 6자 회담 등 앞으로 풀어가야할 남북, 북미간 현안이 산적해 있다. 부시의 재선 이후 일부에서는 '극단적 결과'를 우려하기도 하는 데.
"6자 회담을 눈앞에 두고 한반도에 전쟁이 생기지 않을까 두려움이 있다. 6자회담이 빠른 시일 안에 재개되면서 평양과 워싱턴 사이의 양자회담이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북한은 악'이라는 종교적인 인식을 스스로 교정해야 한다.

이미 세상이 다 알다시피 부시 대통령을 재선시킨 핵심은 미국의 근본주의적 기독교단체다. 이들이 북한을 종교적으로 '악'이라고 규정하면 십자군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우리 민족의 존망이 걸려 있는 문제다. 미국이 종교적 시각을 교정해야만 북한과 합리적 대화를 할 수 있고 이성적 외교를 할 수 있다. 부시가 북한문제는 외교적으로 풀겠다고 생각한다면 상대방을 종교적 악마로 보면 안된다. 종교적 악마는 박멸의 상대이지 화해와 교섭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 올바른 해법이 있다면?
"제2기 부시행정부의 외교주체들은 북한은 그래도 외교적으로 풀 수 있는 상대라는 것을 천명해야 한다. 미국이 북핵문제를 외교적 방식으로 풀려면 6자의 틀에 맡기지 말고, 북한으로 하여금 체제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부시 대통령도 갈라진 미국을 대내적으로 단결시키려면 케리 후보의 처방을 부분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평양과 포괄적으로 논의를 하는 것이다. 줄 것은 확실히 주고, 받을 것은 확실히 받는 것이다. 북한에게 에너지와 식량을 확실히 주고, 북핵을 완전 포기하도록 하고, 핵문제에 대해 검증할 수 있는 방식을 받아내는 것이다. 워싱턴과 평양간에 이 안을 확실히 밝히고, 6자회담 틀 안에서 그것을 추인하는 방식이면 좋겠다."

- 북미간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미국에 대해 한반도 전쟁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한 옵션이 뭐든지 간에 한반도 전쟁은 절대로 안된다고 단정적으로 명쾌하게 밝혀야 한다. 이에 중·러·일도 동의한다고 본다. 이들도 한반도 전쟁을 반대할 것이다. 미국 정부도 강력히 설득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도 지금까지는 6자회담에서 1/6 목소리만 냈는데, 그럴 게 아니라 북·미 양자대화를 지속시키는 가운데, 우리는 미국에 대해 한반도 전쟁은 절대로 안된다는 입장을 명백히 세워줘야 한다. 중·러·일을 설득하는 노력을 우리가 맡아야 한다."

"주인에게 묻지 않고, 오너 몇 명이 문 닫겠다? 대체 어느 시대 살고있나"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최근 4대 개혁법안을 두고 우익들이 총궐기하고 있다. 시청앞에서 20만명이 시위를 벌였고, 7일에도 1만 명이 모여 서울역에서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집회를 했다.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청산, 언론개혁입법 등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들이 왜 거리로 나섰다고 보는가. 이들이 지키고자하는 가치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역설적으로 말하면, 그들은 아주 심각하게 기득권 상실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혁입법을 반대하는 세력이 지키려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반대세력의 역사적 계보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계보는 냉전수구세력이다. 그들은 일제식민주의시대의 부일세력들이다. 분단 이후 이들이 남쪽에서 두가지 수단으로 권력을 유지해왔다. 강압과 권력으로 반대소리를 짓눌렀고, 교묘한 이데올로기로 통치해왔다. 두 방법으로 박정희 권위주의 시대에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받았다. 자유민주세력도 좌익으로 매도되는 현실이 있었다.

김영삼 정부 이후 이 기득권세력들이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강압이 통하지 않는 문민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억압과 착취를 할 수 없으니까 이들은 이데올로기 통치방법으로 살아남았다. 반대세력에 대해 무조건 색깔론으로 저주한다. 노골적 억압은 못하니까 전가의 보도처럼 색깔론을 써왔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이것마저도 써먹기 어려워졌다. 디지털세대에게는 색깔론이 먹혀들지 않는다.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이들이 불안감에 떨수록 반대세력은 계속 색깔론을 더욱 들고 나오는 것이다. 예전에 그들이 하던 방식대로 잡아 가두지도 않으니까, 그들은 마구 뛰쳐나와 광장에서 지껄이는 것이다."

- 결국 남아있는 '무기'는 색깔론이라는 이데올로기 공세라는 말인가.
"그렇다. 그래서 자꾸 좌경화 이런 말이 나오는 거다. 그것밖에 써먹을 게 없으니까. 두려움에서 나오는 세를 과시하기 위해 그런 것이다. 촛불시위, 붉은악마 시위, 탄핵 등에서 나타나는 디지털세력의 힘을 보고, 자기들도 힘을 보여주고 싶은데 보여줄 게 없으니까 주로 색깔론을 보여주는 것이다.

곰곰히 따져보면 참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4대 입법은 조금씩 다 다른 것이다. 그런데도 국보법, 사학법, 언론개혁법, 과거사청산에 모두 통용되는 게 있다. 그게 바로 색깔론이다. 새 시대를 열려는 세력을 저주할 수 있는 힘은 오로지 색깔론뿐이니까. 그래서 국보법수호집회에도 사립학교법 개정반대 시위에서도 모두 색깔론이 나오는 것이다."

- 사실 최근 우익들의 궐기는 이념이라는 색깔을 쓰고 있지만, 사실상 기득권이라는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것 아닌가.
"그렇다. 그들이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사학법 개정반대 논리가 뭐냐면 학교에서 정치적 파당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가 사회주의 학교가 된다고 하는데, 나는 평생 학교에 몸담은 사람이라서 그게 얼마나 허구적인 주장인지 예증할 수 있다. 이 대학(한성대)도 학내 비리문제로 관선이사가 파견돼 있다. 외국어대와 상지대도 공익적인 인사로 구성된 관선이사가 파견됐다가 최근에 정이사 체제로 넘어갔다.

관선이사들은 대부분 공익적 철학과 비전이 확실한 사람들이다. 우리 대학이 학교사회주의는 아니지 않는가. 외대가 학교사회주의 아니지 않는가. 사립학교법이 개정되면 사회주의가 될 것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색깔론이다. 그말은 곧 내가 학교를 세웠고 내 것인데, 왜 내 맘대로 못하게 하냐는 그런 목소리이다. 그걸 우회적으로 그렇게 표시하는 것이다."

"새시대를 열려는 세력을 저주할 수 있는 힘은 오로지 색깔론"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사학이 개방형 이사제를 극도로 꺼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확한 통계는 모르겠으나, 한국 사학 중 비리와 부패로 점철된 오너들이 아직도 경영하는 대학이 있을 것이다. 대체로 건전한 사학과 그렇지 않은 사학을 구분해서 말해야 한다. 머릿속에 이 대학은 내 것이다, 내 재산이다, 이런 인식이 있어서 내 자식에게 꼭 물려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학교는 역사·미래·민족·국가·사회의 것이지, 내 것·내 가족의 것·내 친척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학교는 웅변적으로 공익적인 기관이다. 내 것이니까 내 맘대로 한다는 것은 안된다."

- 사립학교들은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개정안이 자본주의 체제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사학 설립자는 자본주의체제에서 내가 세운 학교를 내 맘대로 좌우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생각하겠지만, 최고의 자본주의 이론가 아담 스미스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장이 조절된다'고 했다. 아담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을 작용하는 주요한 힘으로 공익성과 공공성을 굉장히 중시했다. 사학들도 자본주의의 고전 정신을 따라 공익적인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을 필요가 있다."

- 이들은 학교폐쇄까지 주장하고 있다.
"공익적 성격을 지닌 사립학교의 주인은 학생·교수·직원이다. 주인이 있는데, 주인에게 묻지도 않고, 오너 몇이 모여 문을 닫겠다? 도대체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 건가. 학교는 공립이든 국립이든 사립이든 민주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민주적으로 운영된다면 학교의 운명은 그 주인들이 결정할 문제다. 몇 사람이 모여 문을 닫겠다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 최근 보수 신문들도 국보법 폐지 반대와 사학법 개정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신문을 읽을 때 나는 섬뜩한 느낌이 든다. 보도와 해설을 보면 가끔은 심지어 '신흥 종교단체 기관지'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어떻게 이렇게 표현하는가. 색깔론적 보도행태를 읽을 때는 기득권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이렇게 큰가, 새 시대에 대한 두려움이 이렇게 큰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이렇게 두려워하는가, 이런 생각이 든다.

21세기에 합당하게 남으려면 신문은 따뜻하고 깨끗하고 든든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신문들은 굉장히 차갑다. 공정거래까지 위반하는 행위를 보면 이들에게는 이상한 냄새가 난다. 신문을 읽으면 맘이 든든해져야 하는데, 이 신문들을 읽으면 불쾌하고 불안해진다. 어떤 의미에서 신문이 사회를 발전적으로 안정시키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갖는 확신에 찬 느낌, 그런 느낌을 받는다."

- 하지만 국보법 개폐, 행정수도이전 등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도 보수 언론들의 입장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오고 있다. 이들의 아젠다 세팅 파워가 여전한 것 아닌가.
"아젠더 세팅 파워가 건재하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게 보이게 한 것은 현정부의 잘못도 있다. 행정수도 이전문제를 '천도의 문제'로 옮기도록 하는데 대해 정부가 방관했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행정수도 이전은 천도가 아니라 행정기능의 이전이다. 과밀한 수도권을 행정기능의 이전을 통해 해소하자는 쉽고 간단한 논리로 아예 못 박고 갔다면, 헌법재판소가 관습법이라는 기괴한 논리를 쓸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건 바로 이 정부의 잘못이다. 종이신문이 천도문제가 되면 아젠다 세팅이 쉽다는 것을 이미 안다."

- 정책홍보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라는 말인가.
"종이신문이 숙달된 조교라면 이 정부는 아주 서툰 신문 같은 차이라고 할까. 종이신문이 내거는 문제는 '왜 민생문제는 도외시하고 4대 개혁입법이냐'이다.

지난 반세기동안 냉전수구세력이 지배하면서 밑바닥 사람들의 민생은 도외시했다, 지식인들을 탄압하면서 생존권을 박탈했다고 치고나가면서 진짜 민생을 염려한다면 근본적으로 민생을 위축시킨 과거의 잘못된 유산·관행·법·제도를 고쳐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민생을 우선시 하기 때문에 밑바닥 사람들이 생업에 잘 종사하기 위해 과거의 잘못된 법을 고친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그게 맞지 않는가, 정직한 얘기고. 그런데 이 정부가 그걸 못한다.

종이신문은 개혁입법이 민생과 반대되는 것처럼 포장한다. 그런데 기실 그건 그들의 허구적 논리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는 종이신문들이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혀주고, 마당을 확대시켜주고 있다. 자업자득이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정치적 자부심을 부여해달라는 것"

ⓒ 오마이뉴스 권우성
- 한나라당이 4대 개혁입법에 대해 위헌소송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입법부가 자기 스스로 입법활동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몸짓이다. 헌재가 헌법을 21세기 시대정신에 알맞게 해석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면 입법권이 한계에 부딪칠 때마다 한번씩 시도해볼 수 있으나, 스스로 입법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시대정신을 해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의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21세기 시대정신은 흑백논리가 아니라 무지개 논리로 봐야 한다. 관용을 기본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냉전시대는 흑백·단죄·탄압 이런 것들이다. 그런 시대에 오랜 세월 법관을 해온 사람들이 앉아서 헌재 판결로 입법행위가 탄생하도록 만드는 것은 심히 걱정된다."

-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낮은 것에 대해선 어떻게 해석하나. 우익인사들의 공세가 먹히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노 정부의 정책에 대한 지지세력의 실망감의 표현인지.
"염려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대통령을 포함해 여야 정치인을 보면 20%의 지지도를 더 받은 사람이 없다. 정치권 전반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비판, 더 무서운 무관심이 굉장히 강고하다는 뜻이다. 정치적 허무주의, 불신이 있다는 것을 배경에 깔고 그중 누가 더 지지 받느냐 따져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그나마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만일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30% 이하로 떨어지고, 야당의 P의원의 지지도가 50%다, 그러면 문제가 되지만 그 정도는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염려해야 할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들로부터 잃은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이다. 정치인들이 참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자기에 대해 국민들이 더 불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을 깨달아야 한다. 그런데 어느 신문도 그런 얘기를 안 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의 개인 지지도가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 아닌가.
"DJ정부는 민족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민족문제에 대해 선명성이 없다. 그래서 일부 떨어져 나갔다. 노동문제에 상당히 실망해 또 떨어져나갔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우리가 미국의 잉여농산물을 얻어먹고 살 때가 아니니까 그만큼의 정치적 자부심을 부여해달라는 것이다

일본의 수상이 우리를 부러워할 만큼 문화적으로 우리가 월등하다. 일본의 수상도 '욘사마'라는 말을 들어본 일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 민족의 창조적 저력의 일단이다. 이만큼 성장했으면 정치적으로도 성장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준만큼 정치도 성숙해야 한다. 강대국에 대해서도 민족자긍심을 가지고 YES, NO를 똑바로 해줘야 하는데 그걸 못하니까 안타까움이 있는 것이다.

21세기 새로운 시대, 힘의 축으로 부상하는 이 세대를 우군으로 삼고, 역사적인 행군을 해야 한다. 우리 세대는 정말로 엽전, 바지저고리 시대였지만, 지금 정치인들은 그러면 안된다. 그런데도 요새 정치인들은 우리 세대 때처럼 엽전, 바지저고리 시대의 인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 최근 우익단체들이 거리로 나서고, 색깔론이 난무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사회 갈등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회 통합이 시급한 것은 아닌가.
"통합 얘기를 하면 모두들 산술적 통합을 말한다. 탕평책을 펴서 산술적으로 반대하는 사람 끼워주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것은 이미 문민정부, 국민정부에서 모두 실패했다. 산술적, 평균적으로 섞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5년 후, 10년 후, 20년 후, 전체 국민이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어떤 성취, 꿈의 실현을 위해 그 방향으로 같이 가자는 차원에서 비전을 세우는 것이 통합이다. 이 길에 죽어도 같이 못 가겠다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더 좋은 비전을 만들라고 하고, 우리는 이 비전으로 간다고 말하고 그 길을 가는 게 통합이다.

산술적 연대는 이미 지난 10년간 실패했다. 각료 속에 어느 파, 누구를 산술적으로 집어넣어서 하는 것은 다 실패했다. 지금 필요한 통합은 우리 국민에게 더 나은 혜택을 줄 수 있는 목표 속에 공감을 주는 것, 보다 더 나은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꿈을 줄 수 있는 것이다.

한반도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된다, 이 점에 동의한다면 모두 모여라, 이런 게 통합이다. 사실 보수 쪽도 전쟁해서 어느 날 갑자기 아프리카 오지나라 수준처럼 떨어진다면 그것은 모두 반대할 것이다. 그들(보수)의 가치를 정당화시키는 방식으로 산술적인 통합을 이루는 것은 의미가 없다. 산술적 탕평책은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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