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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데스다대학교 설립자 겸 이사장인 조용기 목사.
ⓒ 오마이뉴스 권우성
조용기(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 목사가 교육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지 않고 지난 5년여동안 불법적으로 사설 대학을 운영해온 사실이 드러나 큰 파문이 예상된다.

조 목사는 지난 7월 경찰에 출두해 불법 사설 대학 운영에 대해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조 목사의 불법 사실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으며, 이르면 9월 초순경 이 사건에 대해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조용기 목사가 설립자 겸 이사장인 베데스다대학교(Bethesda Christian University·미국 캘리포니아 에너하임 소재)는 교육부로부터 정식인가를 받지 않은 채 5년이 넘도록 서울캠퍼스를 불법운영해 왔다.

검찰, "9월초 조 목사 기소여부 결정"

<오마이뉴스>의 '조용기 목사 비인가 대학 5년간 불법운영' 보도 이후 언론사들의 취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9월초에 조 목사를 불러 사설대학 불법운영에 대해 확인한 뒤 기소여부를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25일 오후 "9월초에 조용기 목사를 불러 (베데스다대학 서울캠퍼스 불법 운영을) 확인한 뒤 기소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조 목사는 경찰에서 '인가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서울캠퍼스 운영을) 시작했는데 안 돼서 폐쇄했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조 목사는 지난 1976년 미국에 베데스다대학을 설립한 뒤 신학대학원, 음악학부, 유아교육학과, 디자인학부 등을 개설해 운영해오고 있다. 또한 지난 1999년 3월 서울캠퍼스(Seoul Extension Site)를 개설하고 지난해 3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5층 규모의 서울캠퍼스를 준공했다.

이 대학은 미국 본교에서 51%, 서울캠퍼스에서 49%를 수업하는 방식으로 대학과 대학원을 운영했지만 교육부로부터 정식인가는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교육청은 지난 2월 23일 조 목사를 '고등교육법위반'으로 강남경찰서에 고발했으며, 이 학교는 지난 6월 30일 서울캠퍼스를 폐쇄했다. 서울캠퍼스가 문 닫는 과정에서 교직원들이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대학측을 노동부에 고발했으며 학생들에 대한 후속 조치를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학기당 수업료 400여 만원...교수 월급은 200만원도 못 미쳐

강남교육청 관계자는 23일 "(베데스다대학 서울캠퍼스가) 교육부의 심의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대학을 불법으로 운영해 경찰에 고발했다"며 "학생들이 입은 손해를 보상받기 위해서는 등록금 반환 소송이나 손해배상 소송의 방법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은 지난 7월말경 경찰이 기소의견을 달아 송치한 조용기 목사의 베데스다대학과 관련한 수사 기록을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조 목사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직접 출두해 서울캠퍼스 불법 운영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23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7월말에 경찰 수사서류가 검찰에 넘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건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쳐 9월초에 방향(기소여부)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교육청 고발로 폐쇄된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캠퍼스.
ⓒ 오마이뉴스 조호진
한편 베데스다대학 서울캠퍼스에는 대학생 및 대학원생 130여 명이 재학했고, 학기 당 수업료가 320만원(신학과. 유아교육학과) - 400만원(음악과)대로 일반 사립대학보다 다소 비싼 편이다.

베데스다대학 서울캠퍼스의 한 전직 교수는 "교수 월급은 200만원에도 못 미치는 박봉이었다"면서 "교수들은 비인가 대학이기 때문에 순복음교회 직원으로 편법 등록돼 의료보험 등을 적용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조용기 목사라는 세계적인 목회자가 이사장인 대학의 서울캠퍼스가 불법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학생을 가르쳤다"며 "그렇게 믿고 다니던 대학이 갑자기 학교 폐쇄를 통보하면서도 학생들에게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재단의 잘못으로 학교가 폐쇄된 만큼 학비 전액을 환불하고 향후 대책을 세우기 보다 미봉책으로 덮으려 했던 것을 보면서 실망감이 컸다"며 "이 학교 대다수 학생들은 순복음교회 출신이어서 재단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안다. 문제를 제기하면 마귀나 사탄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베데스다대학 서울캠퍼스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재학생 가운데 80여명(전체 130여명)은 가을 학기부터 미국 본교에서 수업을 받고 나머지 학생들은 교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한세대학교(총장 김성혜, 조용기 목사 부인)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며 "교수와 직원들은 (권고사직 등으로) 정리했으며 미국 본교에서 공부할 학생들은 (수업 공간이) 당분간 비좁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 베데스다대학 학생 90%가 한국인... "영어시간만 영어 수업"

▲ 베데스다대학의 신.편입학생 모집 홍보 전단. 전단지 상단의 2층 건물이 미국 베데스다대학 본교 건물로 이 대학의 유일한 건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베데스다대학은 비인가 학교 운영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가을학기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모집을 하고 있다.

이 대학은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신학대학협회(AABC)와 미국기독교대학인준협의기관(TRACS)의 학위 인가와 캘리포니아주정부 사립고등교육기관(BPPVE)의 대학 인준을 통해 한국어 및 영어권 학생들과 교역자들을 교육하는 미국 내 가장 명성 있는 한국인 운영의 대학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대학은 수능이 아닌 고등학교 졸업 내신성적으로만 학생을 선발하고 있으며. 현재 18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며 90% 가량이 한국 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학 서울캠퍼스의 한 전직 교수는 "베데스다대학은 영어시간만 빼놓고 거의 한국어로 수업을 하고 있다. 단지 대학이 미국에 있을 뿐 유학의 개념으로 보기 힘들다"며 "본교 건물이 한 동뿐이어서 예전에도 실습이 어려웠는데 갑자기 80명 가깝게 늘어나면 학생들이 제대로 수업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베데스다대학 한 관계자는 "토플을 안 받고 입학하다보니 영어수업에 문제가 발생해 한국말로 수업하고 있다"면서 "수업료에는 본교에서 수업하는 2개월 동안의 기숙사 비용도 포함돼 학비가 비싼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측의 무책임한 운영에 대해 비난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7월 14일 이 대학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뭐지 이건'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신입생 모집하시나 보죠? 이런 상태의 학교 누가 옵니까? 학생들에게 진실을 밝히시죠"라고 항의했다.

'재학생'이란 네티즌은 지난 같은 달 10일 "아직 재학생 상황은 안 끝났는데 신입생을 받느냐"며 "미국(본교)에 신입생들이 들어가서 실기에 지장 없게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항의와 우려를 함께 표시했다.

한편 베데스다대학 서울캠퍼스 불법운영과 관련,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의 한 관계자는 25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목사님이 조사를 받을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게 진행될지 몰랐다"면서 "목사님은 학교 행정에 관여하지는 않지만 당국이 고발하면서 심각성을 느끼고 즉각 폐교조치했다"고 밝혔다. 조 목사는 선교차 현재 외국에 체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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