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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한 '좋은 이웃되기 운동본부'의 경솔한 행동과 배현희 기자의 '당당하게 사는 것이 그리 어려운가?'라는 기사를 읽은 많은 사람들이 재미교포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느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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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사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여서 이런 사람, 저런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부 교포들의 행태를 잣대로, 재미교포들이 비굴한 자 내지는 저 혼자 잘 살려고 조국을 버린 자로 오해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물론 기사에서 지적된 것과 같은 일부 한인 사회의 병폐는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번 사건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는 교포라면 국민들처럼 분노와 함께 약자의 슬픔을 느꼈을 것이다. 다만 그 분노의 대상이 되는 미국 땅에서 사는 특수성 때문에 사건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즉시 전달받기 어렵고, 감정 표현이 국내에서처럼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교포들은 미국의 제도 속에서 경쟁하고 살아야 하면서도,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야 하는 두 가지 어려운 과제가 동시에 주어지기 때문이다.

외교통상부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 사는 재외 동포는 2001년 현재, 212만3167명(미국통계청자료, 107만6872명)이라고 한다.

교포들은 다른 나라에 사는 어려움 속에서도 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교포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에는 어디에서나 한글학교(한인학교)를 세워 모국어를 가르친다.

교포들 스스로 세운 학교가 미국에만 997개나 되며, 5만8067명의 학생(재외동포재단 자료, 2002년 5월 현재)들이 한글과 한국의 문화 및 역사를 배우고 있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작은 학교들을 합치면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학생들은 이민 1.5세대나 2세, 3세 그리고 그들의 친구인 미국인들이다. 이들은 다른 학생들이 파티다 뭐다 해서 놀러 다니는 금요일 저녁이나, 늦잠자고 싶은 토요일 오전에 한글학교에 와서 모국의 언어와 역사, 문화를 공부한다.

재미교포들의 이러한 노력은 미국수능시험의 일종인 SATⅡ에서 한국어를 채택하게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이광규(서울대학교 명예교수)씨는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한 이후, 한국어사에서 가장 큰 업적이라고 했다. 한국어를 국제적인 언어로 인정받게 한 것이고, 미국에 이어 호주와 일본이 수능고사에서 한국어를 채택하였다.

이민 초기의 하와이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던 한인들이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에도 조국을 위하여 독립자금을 보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광규씨의 '재미교포는 민족의 자산'(2002.7. 필라델피아 재미 한인학교협의회 학술대회 발표)에 따르면 한국이 공업화를 하는 시기에는 재미교포들이 한국의 산업기술 방면에 많이 참가하여 한국의 공업과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고 한다.

당시 한국에서는 과학기술처에 특별 기구를 두고 재미 과학자, 기술자를 초빙하여 그들의 능력을 활용하였다. 한국의 KIST와 포항공대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한다.

근래에는 IMF로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이국땅의 어려운 살림살이 속에서 아껴 모은 달러를 본국에 송금하는 운동을 했다.

지난 여름에, 태풍 루사로 전국이 난리가 났을 때도 많은 교민들이 본국의 재난에 가슴 아파하며 수재의연금을 모아 본국에 전달했다.

지난 유월 월드컵 경기 때는 재미 교포들도 서울에서처럼 빨간 셔츠를 입고 길거리에서 목 놓아 한국을 응원했고 함께 기뻐하였다.

재미 교포는 한국의 문화와 상품을 미국사회에 알리는 전도사들이다. 이들이 미국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여 잘 사는 것은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해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이 잘 되면 교포들도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고, 교포들은 성공하여 그들의 이웃에 한국을 알려야 한다. 비록 멀리 떠나 와 살지언정 재미교포는 한민족 공동체이다. 본국민과 재미교포가 서로 협력하여 민족번영의 시대를 이루어야 할 때이다.

또한 재미교포들도 이번 일을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로 삼고, 당당하게 살 때만이 다른 사람들도 우리를 정당한 대우를 해 준다는 것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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