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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신:2일 오전 11시 30분>

이인제 자민련 입당, 충청권 후계자 되나
김종필 총재, 2일 기자간담회서 밝혀


1일 오후 '불법도청 문제' 등을 이유로 민주당을 탈당한 이인제 의원이 자민련에 입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실은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2일 오전 마포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1일 민주당을 탈당한 이인제 의원이 자민련에 입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5월 3일 김종필(오른쪽) 자면련 총재와 이인제 의원이 서서울 골프장에서 함께 카트를 타고 라운딩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의원의 입당 의사를) 그 전에 이야기 들었지만 어제 비로소 결심한 것으로 안다"며 "우리 당에 온다는 것을 따뜻하게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총재는 "이 의원이 당 총재를 맡을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세상에는 어떤 가능성도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며 "당원들의 생각도 있으니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이 의원의 자민련 입당이 확정되거나 공식 절차가 잡힌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인제 의원실의 박태우 보좌관은 "오늘 아침 뉴스를 보고 알았다"며 "이 의원이 아직 (자민련 입당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이나 이렇다할 말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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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자민련 유운영 대변인도 "두 분이 (입당 문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그런 얘기가 오간 것으로 안다"면서도 "며칠 내로 두 분이 만날 계획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한편 김 총재는 간담회 자리에서 "후보들이 마음에 안 차 아직 선택대상을 못 정했다"며 "당 정비 후 총의를 물어 부족하지만 누구를 지지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대선에서 지지후보를 아직 낙점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재는 또 이 의원이 노무현 민주당 후보를 '급진 세력'으로 규정한데 대해 "진보주의자를 결정적으로 나쁘게 보지 않지만 위험성은 여전히 갖고 있고 경계한다"며 "좀 더 두고보자"는 입장을 취했다.

아울러 최근 확산되고 있는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반미 감정에 김 총재는 "일부 국민이 반미를 넘어 배미, 항미로 번져가는 것 같은데 이는 지나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김종필 총재와 기자들과의 문답 요지.

- 이인제 의원 입당하나.
"가는 사람 잡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 말라는 금언이 있다. 오는 사람은 존중하고 같이 하는 게 도리다. 이 의원이 우리 당에 온다는 것을 따뜻하게 환영한다."

- 이 의원이 입당의사를 언제 밝혔나.
"그 전에 그런 이야기 들었지만 어제 비로소 결심한 것으로 안다. 두고봐라. 우리 당에 오겠다니 앞으로 자주, 매일 만날 것이다. "

- 이 의원이 당 총재를 맡는다는데.
"들어온 뒤의 일이다. 당원들의 생각도 있고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 것이다."

- 이 의원이 총재를 맡으면 김 총재는 은퇴하나.
"세상에는 어떤 가능성도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내가 왜 은퇴하나. 대선에는 안나가지만 후생가외, 후생들이 올라오는 것을 격려할 것이다. 내가 할 일이 그런 것이다."

- 이 의원이 입당하면 대선후보 지지는 어떻게 되나.
"솔직히 나 자신도 아직 대상을 못 정했다. 대상들이 마음에 안찬다. 당이 정비된 뒤 총의를 물어 부족하지만 누구를 지지한다는 행동을 하겠다."

- 지지선언할 것인가.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하는 게 마음에 안든다.

- 대선구도가 보혁구도로 전개된다고 보나.
"그런 초기단계로 보는데, 어떤 사람은 뭐가 두려운지 처음에는 그렇다고 하다가 나중에 취소했다. 싫든 좋든 그런 구도로 가기 시작했다. 그런 대열에 자민련이 크게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한다."

- 노 후보가 급진세력이라는 이 의원의 말에 공감하나.
"난 무슨 진보주의자를 결정적으로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거기도 취할 바가 있다. 그러나 위험성은 여전히 갖고 있고 경계한다. 우리나라에서 횡행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런 대상이 있나 없나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

- 총리 재직시 도청 불안을 느껴봤나.
"내가 총리로 있을 때 국정원에서 도청 안했다고 믿는다. 해서는 안된다고 했고 그러기로 국회에서 약속했다. 정말 도청하고 거짓말했다면 다 씻어버려야 하고 안했는데 했다고 주장한다면 쓸데 없는 싸움을 말아야 한다."

- 김 총재가 10선 의원에 집착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무슨 소리를 염불처럼 외워도 나와는 무관하다."

한편 이 의원의 탈당으로 민주당내 충청권 출신 의원들의 동반탈당이 예상됐으나 이들은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은채 당의 대선승리를 위해 결속을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석호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2일 "충청권 의원 다수가 선대위원장실에 모여서 이번 대선에 흔들림 없이 임하고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던 의원들도 같이 하겠다는 연락을 취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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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1일 오후4시25분>
민주당 "후보경선 두 번 불복... 민주주의 말하지 마라"


▲ 이인제 의원의 탈당 소식이 알려지자 정동영, 김근태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젊은 의원이 낡은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이인제 의원의 전격적인 탈당 선언에 민주당 의원들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의원들 사이에서 "이참에 '철새 의원'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1일 오후3시30분 민주당 김근태, 송영길, 이미경, 이해찬, 정동영, 허운나 의원은 기자실을 찾아와 이 의원의 탈당에 대해 "대선후보 경선을 두 번이나 불복한 이 의원은 민주주의를 논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국민경선에 참가했던 김근태 의원은 "이인제 의원의 성명을 보며 정치를 이렇게 하나 하고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었다. 마치 의도적으로 이러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이 의원이 지금 할 일은 침묵"이라고 자숙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 정강을 더욱 발전시키려는 노무현 후보의 노력을 국민들이 지지하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단일후보와 더불어 노력하겠다"고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약속했다.

국민경선을 '완주'한 정동영 의원도 "국민경선을 청와대의 정치공작이라고 하는데, 참여한 내가 보기에 그것은 민심에 의해 뒤집힌 결과였다"며 "이것이야말로 '낡은 정치' 청산의 표본이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만 가세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미경 의원은 기자회견 후 가진 간담회에서 "(지난달 26일) 김원기 상임고문, 정대철 선대위원장을 만났을 때만 해도 '나는 그냥 가만히 있겠다'고 얘기했다는데... 국민들도 이 의원이 그때 민주당 후보가 안되길 잘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기남 당 정치개혁추진위 본부장도 별도 성명을 내 "지난 경선에서 구 동교동계가 이 의원을 지원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라며 "특정지역 패권세력의 공작이 있었다면, 이 의원을 후보로 만들려고 애쓴 일뿐이다"고 반박했다.

이해찬 의원은 "이 의원은 97년 신한국당 경선을 불복했기에 '민주주의 부정'의 낙인이 벌써 찍힌 사람이었다. 이번에 승복했다면 낙인을 벗겨내고 정치적 성장을 할 수 있었는데, 경선을 두 번 불복하는 초유의 일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런 식으로 나오면 경선 자체가 필요 없다.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의원이 탈당하면 1년 동안 당적 변경을 못하게 하는 등 '철새 방지'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민주 탈당한 이인제, 거취는 어디로?"
JP와의 연대 가능성 커...영향력은 미지수

이인제 민주당 의원이 1일 오후 2시 '도청 의혹'을 빌미로 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것과 관련, 당 안팎에서 거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 의원의 탈당은 사실상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지지로 볼 수 있다.

정동영, 김근태, 이해찬, 송영길, 허운나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이 의원의 '탈당 선언'이 끝나자마자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낡은 정치의 표본"이라며 이 의원을 맹렬히 비난했다. 또 홍성범 민주당 중앙선대위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의원은 동네 이장으로도 뽑아줘서는 안 될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이번 탈당은 '대선'이라는 중요한 시점에 이뤄진 것이어서 한 동안 이 의원의 거취가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설'과 '자민련 연대설'이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이 의원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일단 이 의원은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열어놨다. 이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대선전 특정후보를 지지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필요하다면 많은 분들과 상의해 그런 선택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이미 예견돼온 JP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제 곧 뵙게 될 것이며, 그 분이 명예롭게 정치를 마감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것이 내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혀 연대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 의원이 당장 한나라당에 입당하거나 자민련과 연대할 거능성이 적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선 지난 97년 대선에서 '경선불복자'라는 꼬리표가 붙은데 이어 이번에도 대선을 앞두고 탈당해 자칫 '후보가 마음에 안 들면 판을 깨고 나서는' 정치인으로 낙인찍힐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의 경우 최근 의원영입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으나 이 의원의 영입이 과연 득이 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어 한나라당 입당은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이 의원의 '행보'는 하나의 변수가 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 있다고 하겠다. 즉 이번 대선에서도 충청권의 '표심'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의원이 JP와의 연대를 통해 '충청권의 후계자'로 나설 경우, 그 결과는 누구도 예상키 어려운 점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지난 대선과는 달리 충청권에서 상당수 지지세력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자민련의 세력약화로 충청권이 '무주공산'이라는 점에서 그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번 이인제 의원의 탈당으로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한편으로는 '앓던 이'가 빠진 점도 있지만, 충청권 공략은 더욱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 김영균 기자


<1신: 1일 오후3시6분> 이인제, 민주당 탈당 '나는 정치공작의 희생양'

▲ 1일 이인제 의원이 민주당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의원은 당분간 무소속으로 남아 향후 자민련 또는 한나라당 입당으로 정치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 오마이뉴스 자료 사진
이인제 의원이 1일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탈당 회견에서 이 의원은 최근 국가정보원의 불법도청 논란과 관련, 자신이 '정치공작의 희생자'임을 강조했다.

지난 4월 민주당 국민경선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패한 이 의원은 "국민경선에서 선출된 후보가 여론조사에 후보직을 걸고 정치도박을 벌이는 해괴망측한 일이 벌어졌다"며 노 후보를 공격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2시 국회의원 회관 커피숍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가 참여해 만든 정당에서 내가 정치공작의 희생양이 돼 당을 떠날 줄 몰랐다"며 "도청 파동을 지켜보며 여론조작을 일삼는 부패한 패권세력의 국정 농단을 더 이상 방관해선 안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냉전적인 사고가 가져올 폐해도 문제지만, 급진이념세력이 가져올 국가적 재앙은 더욱 심각하다. 이념으로나 지역적으로 편향되지 않는 중도개혁의 국민통합정치를 펴는 것이 국민의 여망"이라며 "이번 대선에서 부패한 세력과 급진 과격세력의 집권연장 기도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다시 시련을 맞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민주당원들에게 "지난 4월 전당대회 이후 민주당은 특정 세력이 당을 좌지우지하는 위험한 패권주의의 온상으로 전락했으며 특정이념에 맞지 않는 사람은 모두 적대시하는 이념적 패권세력의 독무대가 됐다"며 "민주당이 협소한 지역, 편향된 급진이념에 포위된 정당이 되자, 국민들이 민주당을 떠났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특정지역 패권세력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불법도청과 여론조작으로 집권을 연장하려고 한다. 김대중 정권은 정치공작과 불법도청의 전모를 밝히고 국민에게 사죄하라"며 "나는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순수한 열정으로 중도개혁노선을 관철해 나가겠다"고 진로를 밝혔다.

이 의원의 탈당은 후단협 소속 의원들의 탈당 러시 때부터 예견돼온 일이었다. 다만 그의 행보를 두고는 다양한 시각이 있었다. 김종필 자만련 총재의 후임자격으로 충청권 맹주로 간다는 소문에서부터 한나라당 입당까지도 거론됐었다.

오늘 탈당선언에서 이 의원은 당장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이 당장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한동안은 무소속으로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편 김근태, 정동영 등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은 이 의원의 주장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은 이인제 의원 탈당 기자회견문 전문.

"정치공작과 급진주의에 나라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 1일 민주당 탈당을 선언하는 이인제 의원.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새천년민주당의 창당에 기여했던 제가 추악한 정치공작에 희생된 현실이 아직도 믿겨지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불법도청과 여론조작은 특정지역 패권세력의 집권연장 술책에서 나온 것임을 확신합니다. 이러한 정치공작은 정치 발전과 민주주의를 위해 반드시 근절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더 이상 저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며, 새로운 정치를 통해 국가의 안녕과 번영이 이룩될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김대중 정권이 벌인 정치공작과 불법도청의 전모를 국민앞에 밝히고, 사죄할 것을 엄중히 요청합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우리 사회는 다시금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IMF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난 우리 경제는 미·일 금융시스템의 붕괴 위기와 세계적 경제불황으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개인 파산자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국가채무 또한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습니다. 민족화해의 흐름 속에서 자라던 한반도 평화는 북한 김정일 정권의 서해 도발과 핵 개발 소식으로 인해 좌초 위기에 처했습니다.

국민의 여망인 정치개혁은 부정부패와 패권주의에 발목 잡혀 있으며, 계속되는 정쟁으로 국가 리더십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의 안정적 발전을 추구하는 길은 중도개혁, 국민통합에 있습니다.

이념으로나 지역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중도개혁의 국민통합정치를 펴는 것, 이것이 우리 시대에 부여된 과제이자 국민적 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번 대선에서 부패한 세력과 급진 과격세력의 집권연장 기도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다시 시련을 맞게 될 것입니다. 정치 혼란, 사회 불안, 대중 영합주의가 판을 치던 몇몇 남미국가들의 현실을 보십시오! 우리가 그 전철을 되풀이 할 수는 없습니다.

저 이인제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여러분께 호소하고 싶습니다. 냉전적인 사고가 가져올 폐해도 문제지만, 급진 이념세력이 가져올 국가적 재앙은 더욱 심각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을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당원 동지 여러분!

저는 3김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를 이룩하겠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중도개혁의 전국정당인 새천년민주당 창당에 참여하였습니다. 그 결과, 지난 4·13 총선에서 영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승리했습니다.

이것은 국민들이 민주당을 통해 중도개혁 노선, 국민통합 정당의 희망을 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4월 전당대회 이후 민주당은 어떻게 변했습니까? 특정세력이 당을 좌지우지하는 위험한 패권주의의 온상으로 전락했습니다. 특정이념에 맞지 않는 사람은 모두 적대시하는 이념적 패권세력의 독무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민주당이 협소한 지역, 편향된 급진이념에 포위된 정당이 되자, 국민들은 민주당을 떠나갔습니다. 6·13 지방선거와 8·8 보선에서 민주당은 호남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반성과 개혁으로 거듭나길 거부했으며, 급기야 생사고락을 같이 하던 동지들이 하나 둘 떠나갔습니다.

더욱이 혁명적 정치개혁이라고 자랑하던 국민경선의 의미를 후보 스스로가 무효화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까지 초래되고 말았습니다. 국민경선에서 선출된 후보가 여론조사에 후보직을 걸고 정치도박을 벌이는 해괴망측한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정치가 정도를 가야지, 승리만을 위한 잔꾀로 흘러서는 안 됩니다. 이는 민주당의 불행이자, 국가적 불행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새로운 정치가 아닙니다.

21세기에 있어서는 안될 구시대적 이념정치의 유산이자, 상징조작 정치일 뿐입니다. 민주당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선 철저한 반성과 자기혁신이 필요합니다. 이것만이 올바른 해결책이며, 정치개혁의 근본 방향인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에서 희망을 찾는 것은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어렵게 되었습니다.

제가 참여하여 만든 정당에서 정치공작의 희생양이 되고, 당의 현실에 절망한 채, 당을 떠나게 될 줄을 어찌 상상이나 해 보았겠습니까?

저는 민주당을 떠나며, 당원동지 여러분들에게 역사와 민족 앞에 부끄럽지 않은 진정한 승리의 길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싶습니다. 소아의 이익을 버리고 국가적 대의 속에서 만나길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는 오늘의 이 결심을 하기까지 끝없는 번민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급진 이념세력이 집권했을 때 닥쳐올 국가위기를 생각하면서 밤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또 저에게 쏟아질 원망과 비난을 생각하면서 결심을 주저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번 불법도청 파동을 지켜보며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여론조작을 일삼는 부패한 패권추구세력의 국정농단을 더 이상 방관해선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것은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한 저에게는 엄청난 자기부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 개인의 안녕보다 국민복리를 우선시 하는 것이 정치인이 걸어갈 길임을 확신했기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 이인제는 이념적 패권세력이 들이대는 편협한 잣대를 단호히 거부하며, 국가의 평화와 안보를 훼손하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순수한 열정으로 중도개혁노선을 관철해 나가겠습니다.

특정이념과 특정지역에 편향되지 않는 국민통합을 이루어내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반부패, 반패권의 진정한 정치개혁을 통해 사회의 안정과 번영을 추구하며 민족의 통일을 이룩하는데 온 힘을 다 바쳐 나가겠습니다.

국민여러분의 넓은 이해를 바랍니다.

2002년 12월 1일 국회의원 이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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