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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숙 경남도의원.
ⓒ 오마이뉴스 윤성효
한나라당 일색의 경남도의회가 9일 개원한다. 51명 의원 가운데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무소속이 각각 1명이고 나머지가 한나라당이다. 이번 도의회 구성에서 새로운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이 입성한 것이다.

비례대표로 당선한 이경숙(53) 의원이다. 4기 경남도의회 사상 처음으로 진보정당 출신 정치인이라 할 수 있다. 이경숙 의원은 충남 공주 출생이다. 경남여성회 회장, 마창진참여자치연대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이 의원은 9일 개원을 앞두고, 분주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 6월 27일과 28일 대전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당선자 연수회'에 참석했으며, 3기 도의원 중에 활동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한갑현 전 의원을 만나 자문을 얻기도 했다.

'경남이 여성정책에 있어 전국 꼴찌'라며, 이 의원은 여성 분야 예산편성 등을 잘 살펴 나갈 것이라 밝혔다. 무엇보다 노동자와 농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도의회 개원과 동시에 뽑게 되는 의장단 선출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교황선출방식이라 하는데, 후보들 중에는 누가 누구인지를 잘 모른다. 정견도 듣지 않고 표를 찍어라는 것은 문제다.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다음은 그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 도의회에 임하는 자세는?
"20여년 해온 여성활동과 시민운동의 경험을 살려, 경남도의 여성정책을 살필 것이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대변자로 노동자와 농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열심히 하고 싶다. 초심을 잃지 않고 싶다."

2000년 총선연대 활동하며 현실정치에 관심

▲ 이경숙 경남도의원.
ⓒ 오마이뉴스 윤성효
- 평소에도 정치에 뜻을 두고 있었나?
"현실 정치에 참여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했다. 2000년 총선연대에서 활동하며 낙선낙천운동을 벌였다. 도내 김호일 하순봉 김용균 의원 등이 해당되었다. 당시 많은 여성을 만나보니 여성이 무관심하더라. 정치는 남자나 특정인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다. 유권자 51%나 되는데 여성의 의식이 바뀌어야 정치판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00년 총선연대 활동 이후 그가 회장으로 있는 경남여성회에서 '여성정치학교'를 개설했다.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지만, 처음 신청자는 고작 4명에 그쳤다. 고민 끝에 민주노동당에 이야기를 하고 해서 15명이 참여했다." 창원시의원에 당선한 이종엽 의원도 여성정치학교 출신이다.

민주노동당으로부터 비례대표 도의원 제의를 받고 그녀도 처음에는 망설였다. "교육을 통해 여성의 정치의식을 깨우친다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현실정치에 뛰어들 생각은 전혀 없었다"는 것. 그래서 8개 여성단체로 모인 경남여성단체연합회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결정했다.

"지역 여성운동의 1세대로서 여성정치 세력화를 위해 책임질 부분은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들이었다. 민주노동당 도지부와 여성단체가 간담회를 열어 제의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비례대표이기에 이름만 내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당명부식'이라 다른 선거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선거운동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도의정 활동 중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민주노동당의 대표로서, 노동자와 농민 서민이 만든 정당의 대표다. 그들의 권익 향상 위해 일해야 한다. 또 경남의 여성정책이 전국 꼴찌인데, 이 부분도 살펴보고 예산 배분이 적당한지를 살피고 싶다."

지방선거에서 여성 당선 벽 아직도 높아

- 이번 지방선거에서 개선해야 할 점은?
"정당명부제는 소수정당을 위해, 여성들의 정치 참여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었다. 그런데 지역 선거에서는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여전히 어렵다. 여성 할당제 30%를 정당에서 실시하기도 했지만, 여성이 지역의 벽을 뚫고 나온다는 게 어렵다. 이번에도 여성들은 참패한 선거였다. 부산에서 구청장에 겨우 한 명이 당선했을 정도였는데, 그것도 한나라당 후보였기에 가능했다."

- 전국적으로 민주노동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얻은 성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재정이나 조직에서 다른 정당에 비해 취약했다. 그럼에도 9%에 가까운 득표를 했다는 것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일부에서는 그 정도 갖고 좋아하느냐고 하지만, 나름대로 노력한 결과라 평가한다."

- 경남도의회에서 민주노동당은 1/47에 지나지 않는데, 여러 현안에 대한 판단에 있어 어떤 입장을 보일 것인가?
"경남에는 F3 경기장과 경륜장, 외국단배 제조공장 등 여러 현안들이 있다.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동료 의원들과 이야기를 해서 함께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 그 동안 여러 의원들을 만나 보았는데, 경륜장 등에 대해서는 문제가 많다고 하더라. 의회에서는 다수결이 원칙이지만, 혼자 힘으로 부족해 공조체제를 유지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히겠다."

- 지금까지 경남도의회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일단 들어가서 자료도 보고해야 문제점을 짚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의장단 선거 때문에 부작용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후보들이 전화를 하거나 편지도 보내고, 심지어는 화분도 보내온다. 교황선출방식이라 하는데 '밀실정치' 성격이 있다. 이런 정치는 부패권력을 낳게 한다."

그러면서 이경숙 도의원은 갖가지 '관행'을 문제 삼았다. "계속해서 의장 후보로 지목되는 사람들이 만나자고 한다. 아무런 정견도 들어보지 않고 의장을 선출한다는 게 문제다. 의회 사무처에 물어보니 관행이라 한다. 관행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 초선 의원들에게는 의정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설명해 주지도 않고 있다."

"'여성정책 전국 꼴찌' 탈피하는 데 최선"

- 맡고 싶은 분과위원회는?
"처음에는 문화환경위원회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여성단체 대표성을 띠고 나왔기에 주변에서는 교육사회위원회에 들어가서 낙후된 여성정책을 바로잡기를 기대한다."

- 한나라당 일색인 경남도의회에서 민주노동당의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차피 현안이 있으면 다수결원칙에 따른다. 우선 그 중에서도 같은 생각을 가진 의원들을 만나 공조를 택할 것이다. 그리고 토론도 할 것이다. 안되면 지역 시민단체의 도움을 얻을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지역 한 방송국에서 각 당에서 비례대표로 선출된 여성 의원 3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본 적이 있다. 선입관일지는 모르지만, 도민들이 바라는 여성정책을 펼치는 데 있어 벽을 허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 김혁규 도지사의 행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현 지사가 여성을 보는 시각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여성정책이 전국 꼴찌임에도 그런 부분 대한 문제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국장이 반드시 여성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남도는 여성국장도 남자다. 여성단체에서 매년 여성정책평가토론회를 하는데, 간담회 요청하고 개선해달라고 했지만 실현이 안 되는 일이 너무 많다. 그리고 경영행정을 펼친다고 했지만 실패한 정책이 많지 않나. 굳이 점수를 메긴다면 40점 정도를 주고 싶은데 그것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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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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