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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터키와 월드컵 3-4위전 경기를 치른 지난달 29일 꼭 3년만에 서해에서 남북 해군간에 교전 사태가 다시 발생, 모처럼 조성된 남북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사태 발생 직후 전국에 비상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1일 전사자 4명의 합동장례식이 해군장으로 치러졌다. 일단 사태가 수습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북한문제 전문가 3인으로부터 서해교전 사태의 배경 및 원인, 그리고 향후 남북관계 전망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 해상교전으로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우리측 해군 고속정 편대가 30일 연평도 해상에서 작전 전개중이다. ⓒ 연합뉴스


6·29 서해교전 사태가 수습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북한 전문가들은 서해교전 사태에 대한 진단과 해법에 대해 한결같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남북간의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해교전 사태에 대한 해법에 있어 방법론적인 차이가 약간씩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NLL을 공동어로구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대체적인 의견일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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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연구원 전현준 박사는 "결국 이번 서해교전 사태는 정전체제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필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하루 빨리 평화체제로 전환되어야 하며 이에 앞서 꽃게잡이 철에는 NLL을 공동어로구역으로 설정한다든지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 이장희 교수는 "엄밀히 말하면 NLL은 우리 영해가 아니며 53년 유엔군사령부가 남측의 군사행동을 규제하기 위해 만든 군사 내규에 불과하다"면서 "분단국가로서 NLL 같은 애매모호한 규정들은 하루빨리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나와야 하며 이 지역을 남북한 어로협력차원에서 공동어로구역으로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우리 정부는 이번 사태를 도발이라고 표현하고 있고 일부 언론들도 잘못된 방향으로 오도하고 있다"면서 "여야가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6·15 공동선언을 통해 만들어진 남북간 화해협력의 큰 틀을 파괴하는 역사적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이번 사태는 서로 다른 해상분계선을 주장하던 남측과 북측의 맞닥드려야할 필연적인 사고"라면서 "군사당국자회담이나 2차 정상회담 등을 통해 남북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관련한 근원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서해교전 1년 후에 남북 최초 정상회담이 열린바 있다"면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각계 전문가들이 진단한 '6·29 서해교전 사태의 원인과 해결책'이다.

▲1999년 6월 15일 오전 우리 해군 고속정이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북한 경비정과 충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현준 박사(통일연구원)

"아직 확답을 할 수는 없다."

이번 교전이 북한측 고위층의 기획에 의한 도발인지 아니면 단순히 꽃게어장을 놓고 벌어진 우발적인 사고인지는 좀더 두고 봐야한다.

하지만 북한군이 처음부터 우리 함정에 정 조준한 상태에서 공격한 것을 보면 처음부터 의도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99년 당시 서해교전에서 북한측이 상당히 피해를 본 이후 추락한 군의 위신을 되찾기 위해 보복을 노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점을 꽃게 잡이 막바지 철이자 월드컵 막바지인 6월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서해교전은 월드컵 기간 외신이 많이 찾는 것을 이용, NLL 문제를 이슈화시키고 NLL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북한도 더 이상의 군사적 움직임이 없고 우리 군도 비상태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보복을 시도할 움직임을 보이고있지 않다. 따라서 당분간 남북은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의 햇볕정책은 타격을 받을 것이며 경색될 것이다. 벌써부터 국민들의 대북 지원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고 특히 군부의 시각도 강경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측이 사과를 한다면 달라지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남북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미관계에는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북한이 이번 사태에서 지난 99년과는 달리 미국을 거론하고 있지 않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이번 서해교전 사태는 정전체제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필연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하루 빨리 평화체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에 앞서 꽃게잡이 철에는 NLL을 공동어로로 설정한다든지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이장희 교수(한국외국어대 법학과)

"이번 사태의 배경은 아무리 봐도 김정일 정권 차원에서 벌어진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북한은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획기적인 변화상을 보였다. 실질적으로 북한의 변화된 모습은 활발한 민간 교류를 통해서도 볼 수 있었고 최근에도 북한 중앙통신이 6·15 2항을 언급할 정도였다.

아마도 남북이 화해협력이라든가 긴장완화를 통해 관계가 개선되자 정체성 위기를 느낀 일부 북한 군부의 좌충수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런 사태는 분단국가로서 반드시 극복해야할 시련이라고 생각한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금강산 민영미씨 억류사건 때도 남북관계는 긴장했지만 이를 계기로 남측 관광객들의 신분보장 합의서가 도출된바 있다. 이처럼 NLL도 과거의 경직된 생각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

엄밀히 말하면 NLL은 우리 영해가 아니다. 1953년 8월 유엔군사령부 연구사령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군사 내규에 불과하다. 남측 해군의 군사행동을 규제하기 위해 만든 군사 상한선이다. 정전협정을 통한 군사분계선이 아니다. 우리 정부는 이번 사태를 도발이라고 표현하고 있고 일부 언론들도 잘못된 방향으로 오도하고 있다.

하지만 남한이 NLL을 마치 영해처럼 다스리기 때문에 북측과 문제가 계속 불거졌던 것이다. 유엔사령부 역시 NLL을 남측 영해로 보지 않는다. 분단국가로서 NLL 같은 애매모호한 규정들은 하루빨리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6월은 꽃게잡이 철이고 NLL은 최대 어로이기 때문에 이 지역에 대해 남북한 어로협력차원에서 공동어로로 만들어 근본적인 해결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6·15 이후 정부에서도 이 안을 냈지만 보수적인 시각(언론)으로 인해 사라진 적이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논의되어야 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남북관계를 표현하는데 있어 용어선정을 잘해야한다. 또한 이번 문제를 여야가 정치적으로 이용해 6·15 공동선언을 통해 만들어진 화해협력의 큰 틀을 파괴하는 역사적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일단 남북간에는 조정기간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야당에서 정부에 큰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럴수록 민간교류 협력은 꾸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고유환 교수(동국대 북한학과)

"3년전 연평해전의 연장선상에서 봐야한다. 당시 북한군은 많은 피해를 봤고 그동안 보복기회를 노렸던 것으로 보인다. 전력이 남측에 비해 열세인데다가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보복시기를 늦추다가 이번에 결행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이미 새로운 해상분개선을 만들어 99년 9월 우리측에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2000년 3월에는 '서해5도 통상질서'를 만들어 NLL 무력화에 주력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서로 다른 해상분계선을 주장하던 남측과 북측의 맞닥드려야할 필연적인 사고다.

이번 사태의 시기문제와 관련해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월드컵 기간을 노린것이라는 추측이 있는데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북한군이 남한에서 월드컵이 열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꽃게잡이 철과 관련이 있다. 꽃게잡이는 북한이 불량국가로 낙인이 찍힌 이후 무기수출, 마약 밀거래등이 어려워지자 주력한 중요한 외화벌이 수단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NLL 지역을 분쟁지역화시켜 NLL을 무력화시킨 후 영유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남북관계는 현재 정체상태에 있는데 경색국면에 접어들 것이다. 국민의 정부의 햇볕정책도 타격을 받을 것이고 햇볓정책을 수정하라는 목소리가 강화될 것이다.

정부는 위기를 돌파할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군사당국자회담이나 2차 정상회담 등을 통해 남북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관련한 근원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서해교전 1년 후에 남북 최초 정상회담이 열린바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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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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