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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21일자 2면 <본지, 투표 결과 맞혔다> 기사.
ⓒ 중앙일보PDF
아전인수도 이런 아전인수가 없다. 뻔뻔스럽다 못해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애처롭기까지 하다.

<중앙일보> 이야기다. <중앙일보>는 어제(20일) 대형 오보를 냈다. 전날 치러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7.0% 포인트 차이로 따돌리고 승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조사 연구팀이 한나라당 경선 방식에 따른 여론조사 시뮬레이션(모의조사)을 실시한 결과라고 했다.

<중앙일보>의 이 같은 보도는 개표를 하기도 전에 보도한 것이어서 그 정확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박근혜 후보 쪽에서는 '잘못된 예측'이라며 <중앙일보>의 보도에 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허용오차 벗어난 '오보'에도 자화자찬

개표 결과 <중앙일보>의 보도는 명백한 '오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표 차이는 2452표, 1.5% 포인트 차이였다. 박빙의 승부였다.

<중앙일보>는 어제 자사 여론조사팀의 모의실험 결과를 보도하면서 최대 허용오차 범위는 95% 신뢰수준에 ±2.1% 포인트라고 했다. 실제 개표 결과는 <중앙일보>가 예측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와의 표 차이인 7.0% 포인트에서 허용 오차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중앙일보>는 그러나 오늘(21일) '정정보도'와 '사과문'을 내기는커녕 어제 자신들의 보도가 '투표 결과를 맞혔다'고 자랑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오늘 '본지, 투표 결과 맞혔다/국내 언론 유일하게 보도'라는 2면 기사에서 어제 자신들의 '대형 오보'를 오히려 자랑하고 나섰다. 국내 언론 가운데 유일하게 투표 결과를 맞혔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주장이 가능할까?

<중앙일보>는 "국내 언론 가운데 유일하게 20일 오후 한나라당의 공식 개표 이전에 이명박 경선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크고, 동시에 맹렬하게 추격하는 박근혜 경선 후보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는 점을 정확하게 보도했다"고 자랑했다.

또 "이 같은 예측은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의 한발 앞선 조사와 현장 취재 기자들의 정확한 취재 및 분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19일 밤까지 조사와 취재, 분석과 토론을 거듭한 끝에 내려진 중앙일보의 종합적 판단이 '이명박 유력 속 박근혜 선전'이라는 한 줄의 제목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 이명박 후보의 '7%포인트차 승리'를 예상한 중앙일보 8월 20일자 1면 기사.
ⓒ 중앙일보PDF
제목만 비슷하게 맞으면 'OK' 하는 신문?

세상에, 언제부터 <중앙일보>는 제목만 보면 되는 신문이 됐을까? 언제부터 기사 내용은 터무니없게 틀려도 '제목만 비슷하게 맞으면 OK' 하는 신문이 됐을까? 언제부터 아무리 틀려도 우기면 되는 신문이 됐을까?

<중앙일보>는 '본지, 투표 결과 맞혔다'는 기사에서 어제 '자사 여론조사팀'의 '시뮬레이션' 결과 이명박 후보가 7% 포인트 차이로 박근혜 후보를 따돌리고 승리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렸지만, "독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승패에 대한 정보를 담지 않는 신문을 제작하는 것은 신중함에 집착한 나머지 책임을 회피하는 자세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어제 예측보도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미 투표 및 여론조사가 끝난 상태여서 보도가 표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도 적극적인 보도 방침을 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 좋다. 그럼에도 <중앙일보>는 어제의 '대형 오보'에 사과부터 하고 나섰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이명박 유력 속 박근혜 선전'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제목'을 방패 삼아 오히려 '투표 결과를 맞혔다'고 자랑하고 나선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한마디로 투표 결과의 보도에 있어서는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선거 보도의 기본을 저버린 것은 물론이고, 대형 오보를 사과하지는 않고 되레 '투표 결과를 맞혔다'는 억지 주장을 펴고 나선 것은 언론이기를 포기한 처사다. 모든 언론에 대한 모독이자 모든 여론조사에 모독이다.

태그:#오보, #중앙일보, #한나라당, #박근혜,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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