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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아카족 집. 비가 많이 와 뒷 배경이 흐리다
ⓒ 오문수
태국 북부 고원지대에는 '아카족'이라는 고산족이 산다. 원래는 중국 남부 지방에 살았으나 백여년 전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쫒겨나 미얀마와 태국 북부, 라오스 지방에 흩어져 산다. 1천m 이상의 고산지대에 사는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아편을 재배했으나 현재는 옥수수, 벼, 토마토 등을 재배하면서 살아간다.

지형적 장애물 때문이기도 하지만 혈통을 지키는 이들은 남들과 서로 교류하지 않고 살아왔다. 한가한 날을 잡아 데이빗 아사와 함께 그녀가 태어난 아카족 마을을 방문했다.

▲ 아카족 젊은 엄마의 전통복장
ⓒ 오문수
▲ 아카족 노인들의 전통복장으로, 자세히 보면 씹는 담배로 입술이 시커멓다
ⓒ 오문수
독립성과 문화적 주체성이 강한 고산족들은 자신들만의 전통에 대한 집착이 강해 데이빗과 아사가 기독교 포교를 하려하자 마을 사람들이 죽이려고 까지 했다. 그러나 어느 날 마을 사람 중 한 명이 아카캠프를 방문하여 찬송가를 듣고 감동받아 눈물을 흘리고 돌아가면서부터 포교가 허용됐다. 하지만 아직도 2백여 가구 중 1/10인 20가구만 기독교를 믿는다.

데이빗이 제일 먼저 데려간 곳은 우리의 서낭당에 비유할 수 있는 곳으로 마을에서는 동물의 정령신을 모셨다. 양쪽에 기둥을 세우고 상량을 걸치듯이 걸쳐 놓은 나무에는 여러 형태의 정령들이 얹혀 있다.

▲ 우리나라의 서낭당에 해당하는 정령신을 모시는 곳
ⓒ 오문수
마을에서 쌍둥이가 태어나면 이들은 신이 준 아들이 아니기 때문에 죽이고, 이들을 낳은 부모는 마을에서 1년간 쫒겨나 누구하고도 대화를 하지 못하고 격리되어 살다가 1년 후에야 돌아올 수 있다.

▲ 부엌의 모습으로 그을음 때문에 거의 모든게 시커멓다. 걸어놓은 고기도 보인다
ⓒ 오문수
데이비드와 아사가 직접 지은 교회 옆 목사관 건물로 들어섰다. 목재인 기둥과 비를 막기 위해 지붕에 덮는 갈대를 제외한 모든 것은 대나무로 만들었다. 심지어 갈대와 갈대를 엮는 얇은 줄도 대나무를 베어 싱싱한 상태에서 얇게 만들어 물에 담가두면 잘 휘어져 실처럼 감으면서 엮을 수 있다.

습하고 비가 많이 오는 지역 특성상 다른 재질로 엮으면 쉽게 썩기 때문에 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지열을 피하기 위해 거의 모든 집들은 지상에서 1m 정도 공간을 두고 집을 지었다.

▲ 아사가 시범을 보여준 여자들의 운반도구인 '가카', 무거운 짐을 운반할 때는 머리 어깨 양손을 모두 사용한다
ⓒ 오문수
1m 정도 빈 공간에는 닭 돼지 개 들이 함께 살아, 우스갯소리로 새벽닭이 울기 때문에 이 지역 사람들은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단다. 신혼부부가 결혼해 아이들이 없을 때는 집 밖에 조그만 집을 지어 살다가 아이들이 크면 집으로 돌아온다.

방은 2개가 있어 왼쪽 방은 여자가 오른쪽 방은 남자들이 따로 잠을 자, 부부라도 아침에야 만날 수 있다. 남자들 방은 단촐하지만 살림살이를 두고 부엌과 붙어 있는 여자들 방은 좀 더 복잡하다.

▲ 살림살이가 없는 남자방, 오른쪽 대나무 벽이 옆방과 붙은 곳으로 옆방 모습이 다 보인다.
ⓒ 오문수
▲ 살림살이가 있는 여자방으로 복잡하다. 두 번째 부인도 첫째 부인과 함께 잔다
ⓒ 오문수
하긴 방을 구분하는 벽이래도 대나무로 얼기설기 엮어져 다 보이기 때문에 부부가 함께 잠자리에 들기도 곤란하다. 만약 시부모를 모시면 마당 한켠에 집을 지어 분가한다. 아카족은 일부다처제로 둘째 부인이 시집와도 여자 방에서 첫째 부인과 함께 자는데 위계질서가 분명하다. 현재는 많이 개화됐지만 지금도 둘째 부인이 있는 경우도 있다.

전통복장은 나이든 여인과 젊은 여인들의 복장이 다르고 노인들을 공경한다. 이들은 '가카'라는 운반도구를 이용해 물건을 나르는 데 짐이 무거울 때는 머리와 어깨에 댄 나무판자, 그리고 양손을 뒤로 돌려 바구니를 받쳐 든다.

▲ 부엌에서 약간 벗어난 실내 천장에 있는 제비집으로, 제비똥을 방지하기 위해 대나무 발을 밑에다 댔다.
ⓒ 오문수
집안 천장에 새집이 있어 물어보니 제비집이란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왔다던 강남'이 바로 여기다. 제비는 아침에 나가 저녁이면 돌아와 잔다. 고산족들은 개, 고양이, 닭, 돼지, 새 들과 함께 산다는 느낌이다. 방밑에 있는 닭, 돼지는 그렇다 치고 부엌 위에 있는 제비가 밥먹을 때 똥을 싸면 어쩔까 걱정이었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제비집 밑에 촘촘히 엮은 대발로 방지턱을 만들어 붙여 놨다.

모든 벽과 바닥이 나무와 대나무로 구성됐지만 사방 1m쯤 되는 부엌은 화재를 방지하기 위하여 흙이 깔려 있다. 흙 부분에다가 화덕 같은 도구를 이용하여 음식을 하는데 연기가 방안에서 나기 때문에 온통 검은색 가구이고 연기 냄새가 배어 있다. 식탁은 대나무로 짰고 밥통은 박을 건조시켜 한 쪽만 둥그렇게 파낸 부분에 밥을 넣고 보관하기도 한다.

2년 전에 전기가 들어오고 작년에야 2차선 아스팔트 도로가 났지만 여자들은 도로곁으로 혼자서 못 다닌다. 아사가 어렸을 때만 해도 백 여명의 마을 여아들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길을 가다가도 낯선 사람을 보면 길가 수풀 속으로 숨었다. 납치된 여아들은 방콕의 사창가에 팔려갔다.

▲ 대나무로 만든 식탁으로 주걱과 젓가락, 양념을 갈기 위한 도구와 나무의자가 보인다
ⓒ 오문수
캠프로 돌아오는데 계곡과 계곡 사이에 구름이 천천히 흘러가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비가 와서 사진을 못찍고 돌아와 못내 아쉽다. 태국의 하늘은 믿을 수가 없단다. 태양이 쨍쨍 내리쬐다가도 어느새 비가 오기 시작한다. 널어놨던 빨래를 몇 번이나 비를 맞혔다.

전기줄, 도로, TV 등 문명의 모습이 보여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지만 그래도 어딜가나 따뜻하게 맞아주는 그들의 순수함에 감동된다.

가난한 이들은 매달 한 번 있는 아이들 정기 면회날에도 못오고 일년에 두 세번 그것도 큰맘 먹어야 가능하단다. 어둡던 과거에서 벗어나 밝은 세계로 나가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문명 때문에 순수성과 아름다운 인간성을 잃어버리는 모습을 종종봤다. 문명세계에 사는 가진 자의 오만함일까?

덧붙이는 글 | 남해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아카족, #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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