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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28∼30일 평양에서 개최된다. 8일 오전 10시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개최하여 `제2차 남북정상회담`개최의 건을 심의ㆍ의결하였다.
ⓒ 청와대 제공

남북한 당국이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평양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그동안 남북 정상회담은 올해 대선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 포인트 중의 하나로 간주되어 왔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이 이번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일단 남북정상회담 찬반을 둘러싼 정치권의 '뜨거운 반응'과 달리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체로 "정상회담 그 자체보다는 회담의 의제 및 결과에 따라 대선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질 것"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정치컨설팅업체 '민'의 박성민 대표는 "남북정상회담이 처음도 아니고 이미 예고된 것인 데다가 북한 핵문제가 완만하게나마 해결되는 국면에 나온 것이어서 대중의 반응은 별로 크지 않다"면서 "폭발성 있는 이슈가 되기에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내밀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보수적인 자세를 견지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연구실장도 "그동안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남북정상회담 같은 이슈는 큰 사회적 변동을 유발할 수 있는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먹고사는 경제 이슈보다는 국민의 관심권 밖에 있었다"면서 "의제가 확정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는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회담 의제·결과 따라 대선 영향력 다르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온 한나라당 경선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관심이 쏠린다. 남북정상회담은 현재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인 한나라당의 대선후보가 확정(8월 20일)된 지 8일만에 열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반응이 엇갈린다. 먼저 한나라당 경선에 집중했던 국민들이 남북정상회담으로 눈을 돌린다는 점에서, 발표 시점상 이명박 후보를 막판 추격 중인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초대형 변수가 언론지면을 뒤덮으면 국민 관심이 경선 대신 정상회담에 집중되고, 그럴 경우 이 후보보다는 아무래도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가며 마지막까지 추격의 고삐를 죄어야 하는 박 후보가 더 불리할 것이라는 얘기다.

박성민 대표도 "남북정상회담으로 그동안 이전투구로 치닫던 한나라당 경선의 뉴스밸류가 떨어짐에 따라 마지막 한나라당 경선 국면은 조직력 싸움의 양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 '조직력'에 앞선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 8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오는 28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접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반면 남북정상회담 자체는 박근혜 후보보다 이명박 후보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념 변수가 작용하는 남북정상회담은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중도 세력보다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전통 보수세력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후보들의 경선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한나라당의 우려와 달리, 남북정상회담은 '경선용'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이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뒤에 열리는 데다가 정상회담 의제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경선 보던 국민들, 정상회담으로 눈돌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국이 막상 정상회담 국면으로 진입하면 국민의 관심권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및 북미 관계 정상화 같은 한반도 분단체제의 대전환으로 이어질 경우, 그 '폭발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남북정상회담 같은 한반도 이슈에 대해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영향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한나라당은 일단 청와대의 남북정상회담 발표 이후 "시기·장소·절차가 모두 부적절한 남북정상회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8일 오전 "현 시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며, 대선을 4개월 정도밖에 남겨놓지 않은 터에 선거판을 흔들어 정권교체를 막아보겠다는 술책일 가능성이 크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이 이같은 명시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은 그 동안의 여론조사 결과 및 지지층의 견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남북정상회담 관련 여론조사.
ⓒ 리얼미터
지난 5월 당시 8·15 광복절 이전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실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북정상회담이 대선정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차기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45.3%)'가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8·15 이전 개최에 찬성한다(37.1%)'보다 8% 가량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지정당별로 보면 민주노동당(13.2% < 73.1%), 열린우리당(25.4% < 54.7%), 민주당(31.5% < 51.3%) 순으로 남북관계 회복을 위해 8·15 이전에 정상회담 개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 가운데 한나라당 지지층만이 유일하게 차기 정권에서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57.3%)이 8·15 이전 개최 의견(28.3%)보다 높게 나타났다.

'보수적 박근혜'보다 '중도적 이명박'에게 불리하다?

그러나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남북정상회담이 현실화되기 전의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정국이 정상회담 국면으로 본격 진입하고 회담 의제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같은 한반도 분단체제의 대전환으로 이어질 경우, 평상시 국민의 관심 밖이었던 한반도 이슈가 관심권으로 이동해 국민의 전반적 이념지형이 진보 쪽으로 이동하는 스펙트럼의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거대한 흐름을 거스르는 대선후보는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특히 상대적으로 '이념적 완고성'이 강한 박 후보가 본선에 진출할 경우 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성민 대표는 "박근혜 후보 지지율이 30%를 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박 후보의 이념적 완고성이다"면서 "또한 박 후보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몇 안 되는 정치인이지만, 오히려 한반도 이슈가 제기될수록 여성이라는 점이 복잡한 한반도 문제를 푸는 데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8일 오후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 대전충남연설회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러나 한반도 이슈가 강화될수록 오히려 보수적인 박근혜 후보보다는 중도적인 이명박 후보가 상대적으로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귀영 연구실장은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던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이 두터운 박근혜 후보보다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던 계층과 중산층 지지층이 두터운 이명박 후보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 실장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를 조사하면 개최 당위론이 높지만,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찬반 의견이 반반이거나 임기말에 굳이 할 필요가 있냐는 냉소적 반응이 많다"면서 "(전통적인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 박근혜 후보는 입장이 어떻든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한 실장은 이어 "그러나 한반도 이슈에 관심이 큰 범여권 성향의 지지층의 관심이 다른 쪽으로 쏠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명박 후보가 어떤 입장을 취하든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남북정상회담을 반대할 경우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태그:#남북정상회담, #이명박,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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