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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란교회의 김홍도 목사는 지난 8일 주말예배 설교에서 "기왕이면 예수님을 믿는 장로가 대통령이 되도록 기도해야 한다"며 '이명박 지지' 성향을 드러냈다.
ⓒ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지난 8일 주일예배 설교의 일부내용을 접하고는 목사의 한 사람으로서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것(설령 자신의 뜻과는 달라도 하나님의 말씀이기에 선포해야만 했던 요나와 구약의 예언자들을 생각해 보십시오)인데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합리화시키는 도구로 하나님의 말씀을 도용하시더군요.

시대상황에 대한 이해나 견해가 서로 다를 수는 있다고 하지만, "지금 우리는 붉은 용의 세력에 짓밟혀 처참하게 망하느냐, 사탄을 격파하고 승리하여 선교대국이 되어 축복을 받느냐의 기로에 달려 있다"며 "적화통일 즉 붉은 용이 지배하는 나라가 되지 않으려면 목숨 걸고 기도해야 한다"는 대목에 가서는 견해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상황판단을 잘못해도 한참 잘못한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을 반대하면 다 친북세력?

미래에 대한 예측도 그렇습니다. "적화통일이 되면 6만 교회가 다 파괴되고 대학살이 자행되고 경제가 몰락해 거지의 나라가 된다"고 하셨지요. 그 이유는 "공산주의는 남의 것을 빼앗아 골고루 나눠 가지자는 사상이기 때문에 거지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어느 누구도 일방적인 적화통일이나 흡수통일을 바라지 않으며, 평화통일을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아실 터인데 마치 한나라당이나 이명박씨를 반대하면 다 친북세력이요, 좌파세력이요 빨갱이요 적화통일을 부추기는 자들로 몰아붙이고 있을 뿐 아니라 적화통일이 될 것 같이 위협하고 있습니다.

"친북·좌파세력은 이명박씨를 대선에 못나오게 하려고 온갖 일을 다 해서 치우려고 합니다. 그 다음에 박근혜씨라도 대통령이 되면 다행이지만 (친북·좌파세력은) 포문을 박근혜씨로 옮겨 또 잡아치웁니다. 그 사람이라도 되면 다행이지만 여자라고 더 얕잡아 보지요. 우리는 구국 금식기도를 선포하는 바입니다.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 붉은 용이 이 나라 지배하지 못하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이사야서의 말씀을 인용하겠습니다.

"내가 기뻐하는 금식은, 부당한 결박을 풀어 주는 것, 멍에의 줄을 끌러 주는 것, 압제받는 사람을 놓아주는 것, 모든 멍에는 꺾어 버리는 것, 바로 이런 것들이 아니냐?"(이사야서 58:6)

지난 8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는 '2007한국교회대부흥 100주년 기념대회'가 열렸지요. 그 날 같은 장소 1층에서는 기독교기업 이랜드의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경에 둘러싸여 농성을 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그 때 어디에 계셨을까요? 일자리를 빼앗기고 절규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있었을 것입니다.

생존권을 찾기 위해 절규하는 이들이 김 목사님의 시각에서 보면 친북좌파세력이요, 불순세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곳에 함께 있던 예수님도 김 목사님의 시각으로 보면 친북좌파세력이요, 빨갱이겠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좌나 우로 나누고 정죄하는 것이 얼마나 비성서적인 것인지요. 최소한 하나님을 믿는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은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말라'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이 시대에 주시는 의미를 곰씹어봐야 할 것입니다.

사람마다 자란 환경이 다르고 생각이 다릅니다. 그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나와 다르면 무조건 정죄를 하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행동입니다. 게다가 종교의 힘을 빌려 자신의 생각을 합리화하기 시작하면 사이비종교가 되어버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후보검증은 지도자의 덕목을 시험하는 것

ⓒ 뉴스앤조이 유헌
성서적으로 한 나라의 지도자는 하나님이 세우시는 것입니다. 이 말씀은 그저 우리들이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은 김 목사님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저런 이유로 이명박씨를 지지하고, 구국금식기도회를 하자고 하시는 것이겠지요.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지만 사람들이 해야 할 일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한 나라의 지도자는 보통 소시민들보다는 다른 잣대를 가지고 바라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도 사람인데"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이지요. 윤리적으로 소시민들보다 더 나아야 한다는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는 대선경쟁에 나선 이들에게 소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정도의 윤리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입니다.

소시민들도 상식이라 생각하고 지키는 것들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입니까? 그런데 "(이명박 후보의 경우) 숨겨둔 여자·사생아 (얘기도) 있지만, (설사) 있다고 해도 우리는 상관하지 않겠다, 마음 흔들리지 말고 밀고 나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해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상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상관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될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소시민들도 지키는 상식들을 넘어서는 행동을 했다면 권력을 쥐고 나면 어떨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요.

더군다나 그 당사자가 교회의 장로라면 더 큰 문제가 아닐까요? 후보들에 대한 검증, 그것은 누구를 음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갖춰야할 기본적인 덕목들을 잘 갖추고 있는지를 시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마치 무슨 좌파세력, 불온세력, 빨갱이들의 음모요, 적화통일이 되어 이 나라가 망할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도 시국강연회도 아닌 예배시간에,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해야하는 설교시간에 그랬다면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결박을 풀고 멍에를 꺾으십시오

김 목사님도 잘 아실 터이니 '예배가 무엇인지, 설교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구국금식기도'를 선포하셨는데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금식은 그런 금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런 금식을 선포하심으로 상처받는 하나님의 자녀들, 세상의 비웃음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금식은 "부당한 결박을 풀어 주는 것, 멍에의 줄을 끌러 주는 것, 압제받는 사람을 놓아주는 것, 모든 멍에는 꺾어 버리는 것"이라고 하십니다. 그런 금식이 없는 예배를 하나님은 구역질난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압제 받는 사람들, 멍에를 메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 사람들을 외면하고 우리가 어떻게 하나님을 말할 수 있고, 하나님 나라를 말할 수 있습니까? 그런 사람들의 절규를 외면하고 대선주자들에 대한 지지 입장이나 밝히는 것이 어찌 교회의 일이겠습니까?

자신의 뜻과 하나님의 뜻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갖길 바랍니다. 하나님의 뜻과 자신의 뜻을 혼동하는 것은 개인에게 뿐만 아니라 듣는 모든 이에게도 불행한 일입니다.

태그:#김홍도, #이명박,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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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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