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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권 문제로 사측과 갈등을 빚다 모두 사표를 낸 시사저널 전직 기자들이 2일 저녁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을 출범시키며 새매체 창간을 선포했다. 문정우 단장을 비롯한 기자단이 새매체의 성공을 기원하며 고사를 지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따르릉."

지난 7월 4일. 시사기자단 사무실 전화가 연신 울려댄다. 전 <시사저널> 기자들이 더부살이하는 목동 방송회관 사무실의 유선 전화는 딱 한 대. 전화를 걸어오는 분들은 하나같이 '용기내세요. 힘내세요'라고 말했다. 뒤늦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시사저널> 사태는 그렇게 오열하는 기자들의 모습으로만 기억되는 듯했다.

어쩌면 <시사저널> 기자들은 쓸데없이 너무 많이, 너무 오래 울었는지 모른다. <시사저널> 사태는, 뼈대만 추리고 보면 허망할 정도로 간단한 사건이다. 삼성과 친분이 있는 사장이 몰래 뺀 삼성 기사 하나 때문에 1년을 싸웠고, 6개월을 파업했고, 급기야 파업 기자 22명 전원이 사표를 던졌다.

거창한 명분이나 의지를 다짐할 생각도 없다. 우리는 돌아갈 수가 없어서, 돌아가지 못했을 뿐이다. 굶는 기자들 앞에서 회사가 보인 태도는, 배가 고프면 알아서 팔과 다리를 자르고 무릎 걸음으로 기어들어오라는 으름장 딱 그것이었다. 1년을 싸운 끝에 기자들은 돌아갈 길이 끊겨있음을 확연히 알게 되었다. 길이 끊긴 그 자리에서 기자들은 자폭했다. 간절히 <시사저널>로 돌아가고 싶었던 그 마음 만큼, 울었다.

하룻새 곱절이된 소액 후원금

그런데 기자들은 또 운다. 어제, 시사기자단은 발족 후 이틀 만에 입금 완료된 소액 후원금만 1억 원이 넘었다는 보고를 드렸다(7월4일 오후 4시). 그런데 그 돈이 하룻밤 사이 곱절이 되었다. 7월5일 같은 시간. 계좌 두 곳에 쏟아져들어 온, 낯모르는 소액 후원금은 2억2천8백만원이다. 기자단 발족 사흘 만에 후원금이 2억원이 넘은 것이다.

소액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액수를 쾌척하는 이들도 많다. 300만원, 263만원, 150만원. 훨씬 많은 분들은 1만원, 2만원, 3만원으로 동참하고 있다.

기자단 발족 사흘 만에 2억원을 모아준 그분들은 이렇게 말했다.

"현재 저희 집은 돈버는 사람이 없어요. 형편이 어렵지만 그래도 도와드리고 싶어요."
"우리 아기가 이번 달에 태어나는데 의미있는 일에 투자하고 싶어서 선택합니다."
"저는 지금 공익이랍니다. 한달 월급의 4분의 3을 ㅠ.ㅠ 입금합니다."
"지금까지는 7월 4일이 미국독립기념일이었지만 앞으로는 7월 4일이 제게는 언론독립기념일이 될 것입니다."
"칼보다 강한 펜, 펜보다 강한 돈, 돈보다 강한 당신들."
"나는 73세 노인입니다. 창간호부터 쭉 읽었습니다. 은퇴하고 이거 읽는 재미로 살았는데 이 나이에 이게 꺾여버리면 너무 가슴이 아플 것 같아. 단 한 페이지라도 좋으니 초심 잃지 말고 꿋꿋이 내주세요."
"시사저널의 취재 방향에 항상 찬성한 것은 아니었지만 독립언론의 취재권이 침해받는 상황을 묵과할 수 없어 정기구독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파이팅."


그들도 거창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토록 <시사저널>이 좋다면서 제 발로 걸어나온 그 기자들이 안쓰럽고, 조금은 자랑스럽고, 또 이대로 힘을 잃을까봐 염려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그 기세가 너무 세차서 더럭 겁이 난다.

"이러다 매체 못만들면 어쩌지?"
"튀어야지."
"그래. 튀어야지. 그런데 돈은 놓고 튀자. 공탁하면 되잖아."


그렇게 실없이 농담도 주고 받았다. 그 마음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그림으로, 간판으로, 광고로... 다양한 도움의 손길

돈 뿐 아니다. 가진 것을 내놓겠다는 이들도 줄을 이었다. 우리 내부에서 '애리조나 화가'라는 애칭으로 불리게 된 이충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관련 기사 '전 <시사저널> 기자에 그림 5점 보태요')는, 자신의 애장 그림을 내놓으며 기자들을 지원했다. 같은 방식으로 동참하겠다는 이들이 동참했다.

▲ 시사기자단 사무실 게시판에는 기자와 독자들이 '제호'에 대해 응모한 포스트잇이 수없이 붙어 있다.
ⓒ 오승주

지방의 한 예비 독자는 신매체의 제호가 결정되면 간판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신다. 창간호 광고 예약도 들어왔다. 법무사는, 법인 설립을 도와주겠다고 한다. 개통 만 하루 만에 회원 가입자가 1600명을 돌파한,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 사이트(www.sisaj.com)는 누군가 공짜로 구축해준 것이다. 공짜로 지은 근사한 그 집에 예비 독자들이 북적이고, 개미처럼 부지런히 돈을 물어다준다.

이게 얼이 나가 있는 기자들에게 지난 며칠 동안 일어난 일이다. 지금 목동 사무실에는 자원 봉사자들이 전화통을 붙들고 있다. 어제 부랴부랴 전화 두 대를 더 개설해 이제 시사기자단의 전화는 세 통이다.

보고를 하고 있는 지금, 또 낭보가 들려온다. 금창태 사장은 몇 달 전 <시사저널> 애독자로 구성된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운영자 6명을 형사 고소했었다.

시사모 운영진이 벌인 '진품 시사저널 예약운동'에 대해 금창태 사장은 모욕, 업무방해, 그리고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았다. 검찰은 세 가지 혐의 사항에 대해 모두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했다(사건번호 2007년 제25986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노상길).

오늘 7월 5일 시사모 운영진 6명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강민아씨는 우편으로 이와같은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알려왔다. 후우. 시사저널 기자들은 이제 마음의 큰 짐을 덜었다.

계속되는 낭보들, 금창태 사장이 짠하다

금 사장은 <시사저널> 기자와 외부 취재진, <시사저널>의 독자들까지 총 23명을 고소 고발했다. 칼럼 '사장님, 그래도 됩니까'를 썼던 <한겨레21> 고경태 편집장처럼 민 형사 겹치기로 고소당한 사람도 있으니, 기사 삭제와 관련해 금 사장이 제기한 고소 고발 건수는 더 많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시사저널> 기자들에게 가장 아픈 것은 독자들까지 피소당한 일이었다. 사태가 잘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역성을 들었다가 호되게 치도곤을 치르는 그들을 보며 여간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다.

생업에 바쁜 그들 가운데는 지방에서 KTX를 집어타고 올라와 검찰 조사를 받은 이도 있다. 그런데 기소조차 되지 않은 것이다. 5월30일 고경태 외 2인에 대한 명예훼손 형사소송 1심 패소, 6월27일 고경태 외 4인에 대한 민사소송 1심 패소에 이어 이번에는 아예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이제 우리와는 인연이 없는 사람이지만, 이쯤되면 금 사장도 짠하다.

지난 7월3일 '우리 시대, 기자로 산다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시사저널> 사태를 다시 다룬 < PD수첩 >은 사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도무지 승자가 없는 싸움이다. <시사저널>은 껍데기만 남았고, 기자들은 매체로 돌아가지 못했고, 또 원인 제공자격인 삼성은 체면을 구겼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비극을, 비극으로 끝내지 말라고 낯모르는 수천명의 후원자들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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