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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월간 말 박여선 기자 글 - 월간 말 구영식 기자
제작 - 오마이뉴스 이종호/노경진 기자


<스피커를 켜세요. 수제품 클래식 기타의 제작과정을 보면서 '로망스'를 들어보세요. 이 기사는 월간 말 5월호에 실린 기사를 재구성한 것입니다...편집자 주>

대전광역시 유성구 관평동 450번지. 여기엔 클래식기타만 26년째 만들어 오고 있는 이형규(45) 씨가 살고 있다. 광역시라고 하지만 변두리라 조그마한 시골처럼 외진 곳이다. 살림집 바로 왼편에 자리잡은 기타 공방(工房)에 들어서자 30여 대의 미완성 기타와 나무재료들이 내뿜는 목향(木香)이 코를 자극한다.

이형규씨는 갓 19세에 ‘유화통상’이라는 악기업체에 들어갔다. 하지만 4년도 채 넘기지 못하고 유화통상을 나와버렸다. 자신이 생각했던 악기제작 세계와 너무나 달랐던 것이다. 하지만 기타의 대명사라 할 만한 ‘세고비아(Segovia)’에서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결국 1년 후에 다시 ‘친정’인 콜트악기(cort)로 돌아왔다.

수제품 기타는 대량생산되는 기계제품과 달리 ‘기타만 만드는 전문제작자가 자신의 공방에서 수작업을 통해 만들기’ 때문에 제작자만의 고유한 ‘소리’가 담긴다. 그래서 주문을 통해서만 제작되며 주로 연주자들이 선호한다. 이씨는 수제품 클래식기타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로 수제품 어쿠스틱기타인 ‘마루기타’를 선보이고 있다.

“수제품 기타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곳은 열일곱 군데 정도밖에 안돼요. 하지만 제대로 수제품 기타를 만드는 곳을 꼽으라면 몇 군데 안될 겁니다. 그만큼 제대로 안 해요. 쉬운 것 같아 막상 해보면 어렵거든요. 수제품 기타는 그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 팔아야 하는데 지금 수제품 한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초보자용(연습용) 기타만 만들어 팔고 있어요.”

“외국도 두세 명이 소규모로 기타를 만듭니다. 마틴이나 펜더의 경우도 커스텀 모델이 있어요. 기술자들만 따로 모아 놓고 두세 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핸드메이드 시스템으로 만들어요. 그런 악기 때문에 대량으로 생산되는 저가악기까지 명성을 얻게 되는 겁니다.”

국내에선 콜트악기가 최초로 커스텀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커스텀 모델이 인정받으면 다른 악기에 대한 명성도 같이 올라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음’처럼 수제품 기타만을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도 한 달에 5백여 대를 양산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씨는 현재 콘서트용 기타는 1년에 6대. 연습용 기타는 한 달에 30대를 생산한다. 요즘엔 기타연주가 많이 보급돼 연습용 악기는 달리는 편이라고 한다. 특히 100만 원대 기타를 많이 찾는데, 클래식 기타를 전공하는 사람들은 300만원대 콘서트용 기타를 사가기도 한다. 물론 "유명연주자들이 써주는 게"그의 바람이다.

이형규 씨가 '안락한' 삶을 포기하면서 '진정한' 수제품 기타를 고집하는 이유는 단 하나. 일생에 단 한 번만이라도 '명기'를 만들어 보고 싶은 꿈 때문이다.

'로망스'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같은 고전적인 기타음악을 좋아한다는 이형규 씨. 그를 뒤로 하고 처음 들어섰던 대문을 지나는데 홍매화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날이 풀리면 꼭 다물고 있는 저 꽃망울도 꽃봉우리를 피워낼 것이다. 명기를 향한 그의 꿈이 무르익어가듯.

덧붙이는 글 | 위 기사는 월간 말 5월호의 기사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월간 말 5월호를 보시면 기사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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