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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부역으로 가는 낙동강변에서 강태공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 김정수
태백에서 봉화로 이어지는 영동선은 철암천을 거쳐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가며 이어져, 낙동강 기행을 겸한 기차여행코스로 으뜸이다.

특히 태백의 철암역에서 봉화의 임기역까지 구간이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며 낭만을 함께 흘려보낸다. 이 구간은 열차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매력과 낭만을 여행객들에게 듬뿍 안겨준다.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인 곳이 바로 봉화 승부역이다. 열차가 아니면 접근이 어려운 곳으로 이곳에서 일하는 역무원들도 모두 기차로 출퇴근할 정도다. 승부역에 가면 유명한 시구가 눈길을 끈다. 이곳에서 일하던 한 이름 모를 역무원이 남긴 글귀가 바위에 새겨져 있다.

▲ 승부역 앞의 승부인도교
ⓒ 김정수

'승부역은 하늘도 세 평이요,
꽃밭도 세 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


간이역에 서면 하늘도, 꽃밭도 세 평밖에 안될 만큼 아주 자그마한 공간이 발아래 펼쳐져 있다. 세상에는 땅 세 평만 있어도 마냥 행복만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땅에 대해 유난히 욕심을 부린다. 승부역에 간다면 욕심은 집에다 내려놓아야 자유롭다. 세 평짜리 간이역에 서면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진다.

▲ 승부역 강변 건너편 산에 자리한 용관바위
ⓒ 김정수
승부역은 영동선의 간이역으로 열차가 하루에 겨우 6번 정차하는 곳이다. 오지에 자리한 역으로 승객이 거의 없는 한산한 역이지만 겨울이면 1998년부터 시작된 환상선 눈꽃열차로 인해 조용하던 역 주변은 축제장으로 변한다.

낙동강 상류와 눈으로 뒤덮인 주변경관이 어우러져 탄성을 자아내기에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 승부역으로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 김정수
승부역은 겨울이 아니더라고 볼거리는 많다. 역 앞에는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인도교인 70m 길이의 승부 현수교가 놓여 있다. 강 위로 놓인 빨간 다리는 사진촬영장소로 인기가 높다.

승부역 아래쪽 언덕에는 영주에서 철암으로 이어지는 '영암선 개통기념비'가 세워져 있는데, 이승만 전 대통령의 친필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 기념비에 올라서면 주변 경관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전망이 좋다. 아래쪽으로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철교가 지나고 터널이 이어진다.

철교와 터널 사이로 기차가 지나는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기차를 타고 멀리 떠나고 싶은 충동이 가슴을 친다. 낙동강과 터널, 기차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나그네의 발길을 잡아끈다.

그 위쪽에는 용관바위가 우뚝 솟아있다. 이 바위를 보고 소원을 빌면 한가지는 꼭 이루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역내에는 수정게이지 수정대, 열차 정비시 사용하는 핸들카 등이 전시되어 있다. 역 아래의 낙동강변은 물놀이나 낚시를 즐기기에도 좋은 곳이다. 인근에는 투구봉 약수와 청 정계곡수도 있어 갈증해소에 좋다.

▲ 승부역 앞의 철교 위로 화물열차가 지나고 있다
ⓒ 김정수
기차로는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승부역이지만 자동차로는 접근이 어려운 곳이다. 봉화에서 35번 국도를 타고 태백방면으로 향하다 청옥산자연휴양림을 지나 육송정삼거리에서 직진하여 석포역을 지난다. 계속 직진하다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철교 아래를 통과하면 '승부 가는 길 12km'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낙동강 위로 가로놓인 다리를 6번 정도 건너며 구불구불 이어지는 비포장길을 따라가다 승부 현수교 앞에 차를 세우고 현수교를 건너면 승부역이다. 12km 거리지만 30~40분을 달려야 만날 수 있는 제법 지리한 길이다.

낙동강을 끼고 달리는 길이라 주변풍경은 좋지만, 도로상태가 안 좋아 쉽게 지쳐버린다. 중간에 차를 세우고 강변의 바위에 올라 낚싯대를 드리우며 강태공이 되어보는 것도 좋다.

이곳에 가려면 승용차보다는 4륜구동인 지프가 한결 낫다. 하지만 겨울철에 폭설이 내리면 4륜구동이라도 접근이 쉽지 않다. 겨울에는 반드시 체인을 구비하고 길을 나서야하며, 미리 역에 연락해 도로상태를 확인해 두는 게 좋다.

가을에는 빼어난 단풍이 관광객을 유혹하고, 여름철 피서지로도 손색없는 구간이 승부역 일대의 낙동강변이다. 이곳은 열차로 다녀와야 낙동강과 승부역의 진면목을 100%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평소에는 열차 운행이 자주 없어 길을 나서기가 쉽지 않다.

승부역에 간다면 충분한 먹을거리를 준비해가야 여행길이 부담 없다. 이곳은 눈꽃열차 행사 기간을 제외하면 식당은커녕 간이매점조차 없어 장시간 머물기에는 불편하다. 하지만 한번 발을 들이면 다음에 다시 와야지 하는 마음을 품고 발길을 돌리게 된다.

▲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철교와 터널
ⓒ 김정수

덧붙이는 글 | 문의: 승부역 054-673-0468.  '철도와 함께 떠나는 여행' 응모 글입니다.


태그:#승부역, #간이역, #낙동강, #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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