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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천 정부청사 브리핑룸에서 보도자료를 읽고 있는 언론사 기자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2일 정부가 국무회의를 통해 각 부처별 브리핑룸을 통폐합하는 방안을 담은 '취재지원선진화방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취재지원선진화방안'은 현재 37개에 달하는 정부 브리핑룸과 기사송고실을 청사별로 합쳐 5개(세종로, 과천, 대전, 대검찰청, 경찰청)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출입기자단을 없애고 출입증을 반납 받은 뒤 브리핑 때마다 임시출입증을 받아 정부 건물에 들어올 수 있도록 통제할 예정이다. 기자실에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기자들이 상주하는 관행도 없애겠다는게 정부안이다. 이 방안대로라면 기자들이 일선 공무원을 직접 만나는 일도 훨씬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정부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최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타결 과정에서 나타난 '숨기기'가 판을 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보도자료 읽는 수준 밖에 되지 않는 정부의 '브리핑' 실력도 비판을 낳는 이유 중 하나다.

민주화세력이 독재정권 따라하나... 비난 잇따라

이런 탓에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비판에는 정치권과 언론계, 시민단체까지 대부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청와대는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판에 둘러싸인 형국이다.

정치권에서는 군사정권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이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언론자유에 대한 간접살인"(한나라당), "언론자유에 대한 테러"(국민중심당) 등 극단적 표현도 나왔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공식 브리핑을 통해 "역사를 거스르는 퇴행적 발상으로 즉각 취소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과거 군사정권이 치부를 감추기 위해 언론 통제를 해왔다는 점을 상기시킨 나 대변인은 "스스로를 반독재 민주화세력이라고 하면서 언론을 통제하려는 태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대표도 "정보접근의 문제, 국민의 알권리는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에 보장된 우선적 가치를 가진 권리"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현재 정부의 '개방형 브리핑'이 "홍보하고 싶은 부분만 브리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스스로 입맛에 맞는 정보만 내놓으면서 '기사 담합'을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얘기다.

천 의원은 "목욕물을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국민중심당 역시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철회를 요구했다. 김정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언론에 대한 불만 때문에 매개체를 끊겠다는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중심당은 논평을 통해 "언론자유에 대한 테러", "취재지원 선진화가 아니라 취재차단 독재화"라고 열을 올렸다.

정치권은 또 현 정부의 실패 원인 중 하나가 노 대통령의 "비뚤어진 언론관 때문"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브리핑? 보도자료 읽어주기만 하면서…."

언론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위원장 이준안)은 "이번 통폐합 방안은 정부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약화시키고 제약하는 의도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는 또 "정부는 공정한 취재환경을 조성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이번 방안에 따르면 오히려 보도자료 의존도를 부추겨 국민의 알권리를 위축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기자실통폐합 조치가 정보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 시행되면 정부부처 고위관리들은 거대 언론사들만 골라서 접촉하고 싶은 유혹이 한층 강해질 것"이라며 "한미FTA 과정과 같은 정보 은폐와 비공개만 더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협회도 마찬가지다. 정일용 기자협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대로 간다면 권력에 대한 감시나 국민의 알권리 측면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며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대표 신태섭)은 기자실통폐합보다 브리핑 제도 개선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언련은 "참여정부 출범 초기 설치한 브리핑 제도도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자들 사이에서는 정부 부처의 브리핑이 보도자료를 읽어주는데 급급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민언련은 또 "지금은 해외 브리핑룸 실태조사보다 참여정부 브리핑제에 대한 면밀한 실태조사와 분석, 정보공개 제도와 수준부터 꼼꼼하게 검토하라"고 꼬집기도 했다.

태그:#기자실, #통합, #브리핑, #국정홍보처, #참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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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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