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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차남 김홍업 민주당 후보의 당선 여부로 주목받고 있는 무안·신안 국회의원 재선거를 하루 앞둔 24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읍 장터에서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운 유세전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낙관한다"면서도 마음을 놓지 않고 김홍업 후보의 어머니 이희호씨를 비롯해 박지원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와 민주당의 박상천 대표, 김효석·이낙연·최인기 의원 등이 총출동해 "DJ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압도적 지지"를 호소했다.

▲ 24일 오전 전여옥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전남 무안군 무안읍 장터에서 열린 무안·신안 국회의원 재선거에 나선 강성만 후보 지원유세에 나서 "엄마 치맛바람으로 뽑는 초등학교 선거냐"며 김 후보를 맹비난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전여옥 "노모의 치맛바람...DJ 쉬시라"

이에 대해 강성만 한나라당 후보 지지 유세에 나선 전여옥 최고위원은 "지역감정에 억매이면 따로 국밥 취급받는다"며 "깨끗하고 능력있는 인물을 보고 뽑아달라"고 인물론을 내세웠다.

특히 전 의원은 김홍업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이희호씨와 지원에 나선 동교동계 인사들을 향해 독설을 쏟아냈다. 전 의원는 "아흔이 다된 노쇠한 노모가 아들을 위해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느냐"면서 "이런 큰 불효가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의원은 "선거가 엄마 치맛바람으로 뽑는 초등학교 반장선거냐"면서 "내가 아들이라면 '어머니 쉬십시오, 제가 심판 받겠습니다'라고 말하겠다"고 김 후보를 비난했다. 그는 또 "환갑이 가까운 사람(김홍업 후보)이 초등학생 보다 못하게 아직도 들러붙어서 이렇게 하면 안된다"며 "더 이상 호남이 고립돼서는 안된다"고 호소했다.

또한 박지원 비서실장 등 동교동계 인사들을 향해 "DJ가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 똑똑하고 깨끗하고 일 잘하는 사람을 내보야지 진정 무안을 사랑하는 것 아니냐"며 "여기는 동교동이 아니다, 그렇게 명예회복 하고 싶으면 동교동에서 나와야 되지 않냐"고 꼬집었다. 이어 지역민들에게 "이제 대통령(DJ)께 조용히 쉬시고 평화롭게 노후를 보내시라고 이야기 해달라"고 덧붙였다.

▲ 2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3일째 전남 무안군 무안읍 장터에서 유세에 나서 "김 후보가 당선되면 지역발전 위해 아버지(DJ)도 힘쓸 것"이라고 호소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박상천 "DJ 전국적 망신 주는 것은 도리 아니다"

한편 민주당은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이희호씨는 장터를 찾아 유권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기호3번 김홍업을 부탁드립니다" "도와주십시오"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희호씨는 지원유세에 나서면서 "김홍업 후보는 무안과 신안의 발전을 위해서 나온 것"이라며 "큰 아들이 목포를 발전시켜 놓았다면 이제 둘째 아들이 무안ㆍ신안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후보가 당선되면 지역발전 위해 아버지(DJ)도 힘쓸 것"이라고 호소했다.

지원유세에 나선 박상천 대표는 DJ의 명예를 내세워 김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박 대표는 "김홍업 후보가 떨어지면 DJ의 명예는 어떻게 되겠느냐"면서 "서운함이 있는 것을 알지만 우리가 이 만큼 경제를 유지하는 것은 DJ의 업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대표는 "DJ의 마지막 정치적 명예를 훼손하고 전국적으로 망신주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며 "고향에서 명예를 지키게 하는 것이 도리"라고 지역정서를 자극했다.

이날 유세장에는 박지원 비서실장도 모습을 보였다. 박 실장은 자신에게 악수를 청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나누며, 민주당 인사들의 유세를 들으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 김홍업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이재현 후보는 24일 유세에 나서 "무안ㆍ신안의 자존심을 지키고 민주당과 DJ일가를 확실히 심판하자"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이재현 "무안ㆍ신안의 자존심을 보여달라"

김홍업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이재현 무소속 후보측은 DJ 일가에 대한 심판론을 내세웠다. 이재현 후보는 "무안ㆍ신안의 자존심을 지키고 민주당과 DJ일가를 확실히 심판하자"고 주장했다.

조용환(열린우리당) 목포시의원은 지원유세에 나서 "제가 확인한 민심은 이번에는 민주주의를 위해서 지켜온 자존심을 위해서 김홍업 후보는 못 찍겠다는 것"이라며 "김홍업은 우리와는 비교도 할 수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와서 떠드는 것을 보니 선거에 자신이 없는 모양이다, 이 선거는 이미 정리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 연설원은 "무안군민들이 핫바지입니까, DJ가 대통령 하면서 무안 한 번 다녀가지 않았다"며 김 전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에 대한 무안의 소지역주의를 자극했다.

▲ 박지원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4일 김홍업 후보 유세장에서 박수를 보내고 있다. 박 실장은 지난 11일부터 무안 지역 등에서 머물며 김홍업 후보를 측면지원했다. 그는 지역민들을 만나 "반갑습니다", "박지원 입니다"라며 인사를 나눴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DJ가 표심 가르나

DJ에 대한 애증이 어떻게 표심으로 나타날까. DJ의 정치력이 건재함을 다시 확인할 수 있을까. 무안·신안 국회의원 재선거가 가장 주목받는 이유다. 여기에 비한나라당 정파들은 김홍업 후보의 당선이 지지부진한 통합신당의 물꼬를 트는 상징적인 성과물로 여기고 있다.

김홍업 후보측은 애초 '권력세습' 등 비난여론이 수그러져 당선을 낙관하면서도 끝까지 마음을 놓지 않고 있다. 이희호씨가 지난 22일부터 3일 연속 지원 유세에 나선 모습에서 이같은 분위기가 읽힌다.

이재현 후보측도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DJ 일가에 대한 비난여론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그 여세가 다 사라진 것은 아니"라며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의 표심이 당락을 가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두 자리 수 지지율' 확보도 관심거리다. 강재섭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와 이명박 전 시장·박근혜 전 대표가 지원유세에 나서는 등 공을 들이는 까닭이다.

강 후보측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에 대한 거부감이 누그러졌고, 김홍업 후보와 민주당에 대한 반감과 접전을 벌이고 있는 두 후보가 비리 전력이 있는 후보들이란 점에서 우리 후보가 평가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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