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청와대가 오늘 밝힌 개헌에 대한 입장 표명은 사실상 '원포인트 개헌 발의'를 포기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러나 개헌발의를 사실상 포기하는 순간까지 청와대는 솔직하지 못했습니다.

잘못한 일을 잘못했다고 말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국민과 기싸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원포인트 개헌 추진은 기승전결 모두가 잘못된, 나쁜 정치의 전형입니다. 나쁜 정치를 철회하면서 구차스러운 조건을 걸고, 흥정하려는 태도는 정당하지 않습니다.

합의문 한 장에 두 손 든 대통령

공당의 당론은 당과 당의 기반이 되는 국민인 당원 스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강요할 문제가 아닙니다. 대통령은 이로써 두 번이나 정당정치를 흔들었습니다. 한번의 정략적 개헌발의 선언으로, 그리고 다음은 구차스럽기 짝이 없는 원포인트 개헌 발의유보 입장을 통해서입니다. 더구나 다음 정권, 다음 국회의 일을 국민이 아니라 현직 대통령에게 '진상'하는 것도 경우에 맞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원포인트 개헌 발의가 아니더라도 개헌 문제는 이번 대통령 선거와 다음 총선의 핵심 의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민주노동당을 비롯해 많은 정당과 정치인이 개헌에 대한 입장을 개진해 왔고, 그것을 걸고 대선과 총선을 치를 준비를 오래 전부터 해왔다는 사실을 대통령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청와대의 메시지는 개헌을 어떻게 할지 입장을 밝히면 개헌발의를 유보하겠다는 것입니다. 결국 하나마나 한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처럼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고,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지만, 강제력 없는 합의문 한 장에 두 손을 번쩍 들어버린 형국이 되었습니다. 대통령은 옳지 못한 정치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구차하게 회피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개헌이 아니라 퇴각할 명분이었음이 다시 분명해 졌습니다.

개헌의 주체는 '국민'입니다. 이 나라의 최고법인 헌법은 '더 많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론화와 사회적 논쟁을 거쳐 합의에 이르러야 합니다.

개헌이 단순한 제도변경을 둘러싼 '흥정'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개헌이 정치를 복원하고 활력 있게 하기 위해서는 '정당의 책임성'과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위한 제도적 대화모델이 우선적으로 전제되어야 합니다.

개헌은 '흥정' 대상이 아니다

이 나라 최고법인 헌법을 다루면서 제대로 된 사회 공론화 기구조차 구성하지 않은 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해서, 말 한마디로 끝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이건 민주주의도 뭣도 아닙니다.

개헌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언제하느냐'가 아니라 내용이 '무엇이냐'입니다. 주체 역시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입니다.

나는 민생, 복지, 평화의 핵심 가치가 우리 헌법에 포함되도록 하는 개헌의 방향과 내용을 제시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중심은 언제나 국민이었고, 나라의 미래였습니다.

대통령이 지금 할 일은 독선적인 원포인트 개헌 발의의 실패를 솔직히 시인하는 것입니다. 국회는 개헌에 대한 포괄적이고 폭넓은 국민소통의 틀을 제시하고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틀을 만드는 데 17대냐 18대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국회의 역할을 다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심상정 기자는 현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입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