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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 기자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는 김아무개씨가 보내온 수습교안

선배 기자에게 폭행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김아무개씨가 해당 언론사의 '수습기자 교안'이라며 공개한 내용은 사뭇 충격적이었다.

김씨가 9일 해당 언론사의 '사건팀 수습 교안'이라며 <오마이뉴스>에 보내온 문서에 따르면, "선후배 관계도 다른 직종과는 사뭇 다르다"며 "후배에게 요구되는 미덕은 '복종'이다,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산다, '군대에 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사건팀 수습의 생사여탈권은 전적으로 담당 팀장과 1진 선배(사수)에게 있다"며 "토달 생각하지 말고, 까라면 까고, 기라면 기어라"고 적혀 있다.

'수습의 태도'라는 항목은 더욱 반인권적이다. "선배들 앞에서 다리 꼬고 앉거나(다리 부러뜨린다), 은근슬쩍 말을 놓거나(혀 뽑아버린다), 전화 한번에 안 받거나(X욕 먹는다), 건방지게 문자로 보고하거나(선배는 네 친구가 아니다), 기타 등등 개념 없는 짓을 하면 쌍욕을 먹고, 서로 얼굴 붉히게 될 것"이라며 "조심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김씨는 "해당 문서를 출근 첫날인 지난 2일 출근하자마자 선배 송아무개 기자로부터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언론사 측은 이런 교안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

다음은 김씨가 '수습기자 교안'이라면서 공개한 글의 일부이다.

<○○○ 사건팀 수습 교안>

언론사에 입사하면 우선 사회부를 거쳐야 한다. 특히 각종 사회 현안을 다루는 사회부 사건팀(경찰팀)은 '언론사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특종 생산지이기도 하다.

사건팀은 사건사고를 취재하는 24시간 대기조, 군대식 용어로 설명하자면 '5분 대기조'와 비슷하다. 당연히 취침, 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사회부 사건팀 수습들은 경찰서와 병원응급실, 지구대를 떠도는 생활을 최소한 3∼6개월 해야 한다.

선후배 관계도 우리사회의 다른 직종과는 사뭇 다르다. 후배에게 요구되는 미덕은 '복종'이다.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산다.' 혹은 '군대에 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수습기자는 1진 선배에게 배정돼 철저한 1:1 도제식 훈련을 받는다. 가혹한 담금질을 거치면서 제 몫을 하는 기자로 성장하는 것이다.

한편 기자는 정해진 과정을 이수하면 자격증이 나오는 직업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다양한 기사 형태를 접할 수 있는 사회부는 수습기자가 자신의 개성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도와주는 용광로 같은 곳이라 할 수 있다.


수습의 태도

- 사건팀 수습의 생사여탈권은 전적으로 담당 팀장과 1진선배(사수)에게 있다. 토달 생각하지 마라. 까라면 까고 기라면 기어라.

- 수습 따위(혹은 나부랭이)가 일을 잘 해 봤자 거기서 거기다. 특종도 좋지만, 수습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태도'다.

- 사건팀 선배들이 일 못하는 수습보다 더 싫어하는 게 개념없는 수습이다.

- 선배에게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열의, 뺑끼 치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성실함, 그리고 예의는 갖추되 자신의 의사 전달은 똑 부러지게 하는 '기본 개념'을 몸에 대고 꿰매야 한다.

- 사건팀뿐 아니라 다른 팀 부 선배들, 간부들이 지나가면 건방지게 앉아서 고개만 까닥이며 인사하지 마라. 무조건 일어나서 큰 소리로 인사한다.

- 선배들 앞에서 다리 꼬고 앉거나(다리 부러뜨린다). 은근슬쩍 말을 놓거나(혀 뽑아버린다), 전화 한번에 안 받거나(개욕 먹는다), 건방지게 문자로 보고하거나(선배는 네 친구가 아니다), 지각하거나(버스 막힐 시간까지 고려해서 집에서 출발하는 건 기본이다) 기타 등등 개념 없는 짓 하면 쌍욕 먹고, 서로 얼굴 붉히게 될 테니 알아서 조심할 것.

- 앞서 설명했듯이 사건팀은 철저한 1:1 도제식 훈련 시스템을 지향한다. 그래서 수습이 잘못하면 사수가 깨지고, 수습이 잘하면 사수까지 칭찬한다.

- 또 동기가 잘못하면 해당 기수 전원이 혼난다. 연대책임제이기 때문이다.

- 특히 동기가 아프거나 술이 약해 괴로워하거나, 반대로 술 주정을 하면 모른 척 하지 말고 친절하게 챙겨줘라. 동기가 개념 없는 짓하면 중간에서 곤란해 하지만 말고 입에 쓴 소리도 할 줄 알아야 한다. 동기애가 재산이니 서로 의지하고 신경쓸 것.

- 자신의 의사 표현을 하는 건 좋다. 하지만 말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보고 걸러서 말하는 습관을 들여라 사건팀 수습을 마치고 다른 팀이나 부서로 발령 나더라도 '개념없다'는 소리 듣지 않도록 신중하게 행동해라.


수습의 삶

- 사건팀 수습은 사람이 아니다. 단지 수습일 뿐이다.

- 가족이나 지인들과의 관계, 종교 등도 중요하지만, 너무 연연하면 서로 힘들어진다. 사건팀 수습이 누릴 수 있는 자유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 최소한 3개월 동안 경찰서 2진실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첫 보고와 마지막 보고가 새벽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집에 갈 수 없다.

- 주 1회, 혹은 2주에 한 번꼴(사수나 담당 팀장 재량)로 귀가를 허락한다.

- 전화는 24시간 대기다. 화장실, 목욕탕에 가더라도 전화기는 들고 가야 한다. 배터리가 나가서 전화를 못 받는 건 핑계거리가 되지 않는다. 전화는 항상 충전시켜 놓고, 여분의 배터리를 상비해야 한다.

- 마찬가지로 노트북도 항상 충전해 놓는다. 언제 어디서 사건이 터질지 모르는데 노트북이 방전되면 낭패를 볼 것이다.

- 수습 때의 평판이 1진이 돼서까지 이어진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마와리 때 게을렀던 수습은 끝까지 게으름뱅이란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 목욕은 경찰서 내 샤워실, 목욕탕을 이용하면 된다. 여자 수습기자의 경우는 여경 샤워실 혹은 기타 샤워실을 이용한다. 빨래는 모아 뒀다가 집에가서 하던가, 경찰서 내 세탁기(전의경 숙소에 세탁기가 있다. 간혹 세탁기가 딸린 2진실도 있으니 참고할 것)로 한다

- 1달 1달 반 간격으로 라인을 이동한다. 하리꼬미 짐은 최대한 간소하게 꾸려라.

- 맡은 라인의 경찰서, 지구대, 병원 응급실, 대학교, 단체, 소방서 등에서 '물 먹으면(기삿감을 놓치면)' 당연히 깨진다.

- 끝으로 마와리를 돌리는 이유는 간단 명료하다. 기본 훈련이기 때문이다. 민생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서와 지구대를 경험해 봐야 사회 현상을 보는 안목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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