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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우리나라는 주님이 세우신 나라다. (중략) 21세기 위대한 도약의 기회가 왔는데, 어려운 일이 생겼다. 교육 위기다. 소련, 중국, 북한에만 있었던 강제적 사학법이 대한민국 국회에서 제정돼 혼란스럽다. 사학법은 재개정돼야 한다. 아니 '악법' 사학법은 철폐돼야 한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세미나실. 기자회견에 앞서 최성규 목사(한기총 총회장)가 기도를 주도했다.

최 목사는 "하느님이 성령을 통해 힘을 주실 것"이라고 왼편의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서 목사를 비롯한 5명의 목사들이 두 눈을 감고 기도에 집중하자 비장감이 감돌았다.

서 목사가 사학법 재개정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기도에 들어가기에 앞서 연 기자회견 자리였다. 서 목사보다 나흘 먼저 단식을 시작한 우세현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홍은돌산교회)도 자리를 함께 했다.

서 목사가 지인 사이도 아닌 우 목사의 뒤를 따라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이유는 사학법 재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서 목사는 성명서에서 "사학법이 재개정 될 때까지 단식을 계속하려 한다"며 장충동 사무실에서 일상 업무를 보면서 단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경석 "사학법 재개정될 때까지 단식"

▲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사진 가운데)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총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학법 재개정을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 오마이뉴스 이민정
사학법 개정안은 2005년 12월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종교계와 일부 사학에서 반대하는 개정안에는 사립학교에 '개방형 이사'를 도입하고, 학교운영위원회(중·고교)나 대학 평의원회에서 이사를 추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학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이들은 개방형 이사 추천 주체를 동창회나 종단 등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여야는 엇갈린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사학법 재개정안을 놓고 현재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사학법 재개정안의 '우여곡절' 행로만큼 재개정을 강하게 촉구하는 보수 기독교계의 저항 또한 순탄치 않다. 지난 3월 남성 목회자들이 삭발한 데 이어 여성 신도들도 삭발을 강행하는 등 사학법 재개정안 처리를 위한 강경한 몸부림이 계속됐다.

결국 무명의 목사에 이어 '거물급'인 서 목사가 단식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서 목사는 "우 목사의 뒤를 따라 많은 분들이 단식기도에 합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 목사만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 목사가 단식을 시작한) 5일 아무리 신문을 찾아봐도 우 목사님의 단식 소식을 찾을 수 없었다"고 단식 기도 배경을 밝혔다.

서 목사는 "우 목사와 저는 사학과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며 "'교회가 기득권을 위해 투쟁한다'는 비난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사학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이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는 길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킬 가치 있는 정조, 지킬 가치 있는 사학 자율"

▲ 한기총에서 지난해 1월 19일 서울 영락교회에서 주최한 '사학수호 한국교회 목회자 비상기도회 및 십자가 행진'에 참가한 서경석 목사.
ⓒ 오마이뉴스 권우성
서 목사는 "사학법 재개정을 촉구하는 이유는 사학 비리를 옹호하기 위함이 절대 아니다"라며 "사학비리는 반드시 척결돼야 하지만, 현행 제도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방형 감사를 두고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는 등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 목사는 "교육 선진화를 위해 사학 자율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법이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정조만 보호하듯, 사학의 자율도 지킬만한 가치가 있어야 국민들이 보호하려 할 것"이라며 "지금 교회가 수호하려는 자율은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자율"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개방형 이사제 관련 내용을 개정하려는 데 대해, 동석한 최희범 목사(한기총 총무)는 "대학평의회가 개방형 이사에 대한 추천권을 갖게 되면 대학 운영은 이사회가, 학사는 대학이, 심의는 대학평의회가 하게 된다"며 "엄청난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교원이나 교수 등으로 구성된 평의회가 심의기구가 되면, 대학을 누가 운영하겠느냐"며 "심각한 자율권 훼손이자 재산권 침해"라고 비난했다. 또한 "명백한 위헌이자, 대한민국 정체성과 거리가 먼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부인으로 구성되는 대학평의회와 학교운영위에 대한 우려는 조용기 한국사학법인연합회장의 발언에서 더욱 뚜렷이 드러났다.

조 회장은 "그것(사학 비리)을 빌미 삼아서 법을 개정, 학교 운영권을 어떤 특수한 집단에 넘겨주려 한다"며 "그들은 자기들이 설립하지도 않은 학교를 뺏어서 이념 교육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이 문제는 사립학교만의 것이 아니다"라면서 "국가 정체성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끝까지 양보하지 않고 목숨 걸고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사학을 경영하고, 전체 사학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사학에도 비리가 있지만 정치권에도 비리가 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의원과 사학인을 같이 광화문 네거리에 세워놓고 '누가 더 냄새나느냐'고 물어봐 달라"고 여당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19일 총궐기 대회... 재개정 반대 의원 낙선운동도

이광선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는 "한기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등과 함께 다각도로 사학법 재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오는 19일 한국 교회 전체가 4·19 혁명의 마음으로 재개정을 위해 총궐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목사는 "재개정을 미루거나 반대하는 정치 세력이나 이들이 속한 정당의 대선 후보자들에 대해 법적 허용 범위 내에서 철저한 낙선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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