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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대선후보 경선 시기·방식과 관련 경선준비위(경준위)의 활동시한을 오는 18일까지로 연장했다. 반면 손학규 전 경기지사측은 경준위에 참석해온 대리인을 철수시키는 강수를 뒀다. 18일 발표되는 최종 경선안을 지켜본 뒤 경선불참, 탈당 등 본인의 거취를 판단하겠다는 최후통첩인 셈이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18일까지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행보를 밀착 취재한다. <편집자주>
▲ 강원도 양양 낙산사를 찾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정념 주지스님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이종건
한나라당 대선 예비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외부와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한 채 이번 주말까지 '시한부 칩거'에 들어갔다. 손 전 지사는 2~3일 동안 두문불출하겠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15일 오후 중도개혁 정치 세력인 '전진코리아' 창립대회에 참석한 직후 참모들에게 "생각을 좀 정리하겠다"며 돌연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로 향했다. 손 전 지사의 '잠적'은 가까운 측근들조차 그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은밀했다. 이날 오후부터 16일 새벽까지 캠프에는 손 전 지사의 행방을 찾는 기자들의 전화가 폭주했지만, 참모들도 "모르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할 뿐 속수무책이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손 전 지사가 오늘(16일) 오전에 전화를 걸어와 '낙산사에 있었고, 지금은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고 말해서 우리도 알게됐다"며 "그러나 그 말씀 외에 다른 말씀은 없었다"고 전했다.

'시한부 칩거'

낙산사 주지인 정념스님은 1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어제 오후 갑자기 손 전 지사가 전화를 걸어와 '쉬고 싶다. 가는 길에 들러 차 한잔 할 수 있겠느냐'고 하더라"며 "저녁 10시경부터 손 전 지사와 차를 마시며 두세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지만 정치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정념스님에 따르면, 손학규 전 지사는 "국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이어 "우리 국민들은 저력과 원동력을 가진 대단한 민족이기 때문에 곧 꽃망울을 터뜨릴 시기가 올 것"이라며 "내가 그 꽃망울을 터뜨리게 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런 역량을 갖추기 위해 지금까지 일 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정념스님은 "지금은 '은산철벽(은으로 만든 산과 철로 만든 벽)같은 심정일 것이다. 우리도 참선을 하다보면 그런 때가 온다"며 "그러나 결국에는 국민들이 손 전 지사의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라고 위로했다.

정념스님은 또 "태풍이 불어 한쪽으로 치우쳤지만, 태풍은 지나가게 마련"이라며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국가를 위해 어떤 지도자가 필요한지 차분하게 검증할 것"이라고 조언을 했다. 이에 손 전 지사는 별다른 말 없이 미소만 지었다.

정념스님과의 대화가 끝난 뒤 손 전 지사는 낙산사에 올라 막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는 새벽 바다를 한참동안 바라봤다고 한다.

낙산사에서 하룻밤을 묵고 떠나려는 손 전 지사에게 정념스님은 "어디로 가든, 가는 곳에 길이 있을 것"이라고 인사를 했다. 이에 손 전 지사는 "2~3일 동안 두문불출할 생각"이라는 말만 남기고 낙산사를 나섰다.

정념스님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신문이나 TV를 보지 않아 어제는 손 전 지사가 어떤 처지에 있었는지 몰랐다"며 "워낙 긍정적인 분이어서 어제는 건강하고, 여유가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지난해 '100일 민심대장정' 당시에도 낙산사에서 하룻밤을 묵어갔고, 지난 2월 중순에도 부인과 함께 낙산사를 다녀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부인과 동행하지 않았다.

손 전 지사는 일부 언론에 자신의 행적이 노출되자, 타고 갔던 승용차를 낙산사 앞에 남겨놓은 채 다른 차를 이용해 모처로 이동했고, 역시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현재 낙산사 주변과 손 전 지사가 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백담사 주변에는 취재진들이 몰려들어 손 전 지사의 행방을 찾고 있다.

한 기자는 "회사로부터 '손 전 지사를 찾지 못하면 올라올 생각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왔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기자들은 손 전 지사의 행방을 찾는 한편 서울에 있는 캠프 관계자들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조차 알 수 없느냐"고 문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오후 1시경 낙산사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손 전 지사의 운전기사가 손 전 지사를 태우러가기 위해 차를 이동하다 기자들의 눈에 띄었다. 기자들이 손 전 지사의 차를 뒤쫓자, 결국 손 전 지사의 운전기사는 차를 다시 낙산사로 되돌렸다.

이 차에는 손 전 지사의 옷가지 등이 실려 있지만 운전기사는 손 전 지사의 소재가 언론에 노출될 것을 우려해 차를 이동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손 전 지사가 그리 멀리 이동하지 않은 채 설악산 주변 모처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박종희 "경선보다 더 큰 수준의 고민"

손학규 전 지사의 비서실장인 박종희 전 의원은 16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손 전 지사의 고민은 경선 불참이냐 탈당이냐 이런 수준보다 더 큰 것 같다"고 밝혔다.

이수원 공보특보도 "현재 손 전 지사가 묵언사색 중이기 때문에 캠프 차원에서 할 말은 없다"면서 "다만, 손 전 지사의 마음에서 경선 시기와 방식 등에 대한 문제는 이미 떠난 문제"라고 말했다.

오는 18일 당 경선준비위의 최종 경선안이 발표되는 시점에 맞춰 '시한부 칩거'를 끝내고 돌아올 손학규 전 지사가 어떤 정치적 결단을 내릴 지 주목된다.

강재섭 대표 등 당 지도부는 경선 룰에 대한 조정를 비롯해 손 전 지사의 경선 불참, 탈당 사태 등을 만류하기 위해 손 전 지사와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손 전 지사 측은 "만날 이유가 없다"며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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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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