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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현장시정추진단'철회 결의대회.
ⓒ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

@BRI@"분위기요. 진짜 살벌하죠. 말이 아닙니다. 혹시 자신이 명단에 들어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에 일이 손에 잡히겠습니까?"

서울시청 공무원 중 3% 퇴출 후보가 최종 결정되는 15일 최경남 서울특별시공무원노동조합(아래 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전한 시청 분위기다.

최 수석은 "'시정추진단'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는 노조의 입장은 분명하다"면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오늘 4시에 지부장단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했고 강하게 투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밝혔다.

서울시에서 추진한 새로운 인사제도가 준비 미흡으로 부작용을 드러냈다. 퇴출 후보자 명단 제출을 앞둔 14일 후보를 선정하기 위해 직원 투표를 실시한 성동·동부도로사업소장(4급)이 직위해제 됐다. '제비뽑기'로 후보자를 선정하려던 일부 부서는 시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다.

15일 오후 퇴출 후보자 집계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관계부서에 수차례 전화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혀 닿지 않았다. 서울시 대변인실 관계자는 "오늘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결과가 나와도 바로 공개하기는 곤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노조는 "퇴출 후보자 선정에 공정성이나 객관적 기준이 없었던 것이 문제"라며 "고위공무원 재량에 의해 무조건 3%를 뽑다보니 발생한 막가파식 퇴출인사의 전형"이라고 평가했다.

'초상집' 같은 시청과는 달리 노조 홈페이지는 '호떡집' 분위기다. 자유게시판에 하루 한두 건 올라오던 글이 15일 하루만 100건을 넘어섰으며 반박 댓글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래는 누리꾼들이 노조홈페이지에 올린 찬성과 반대의 글이다.

[찬] "'살찐 미꾸라지' 공무원들, 3%가 아니라 30% 이상 잘라야 한다"

▲ 서울시의 하위직 공무원 구조조정에 대한 찬반 글이 올라온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 홈페이지
자신을 '서울 시민'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시장님, 3%만이라도 매년 꼭 잘라주세요, 카드 돌려막기 하듯 재생해서 쓰지 말구요"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좀 전에 신사동 동사무소 갔다왔는데, 내가 낸 세금으로 월급받는 사람들이 어찌 그리 기세등등하고 느려 터졌는지"라며 공무원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 누리꾼은 이어 "3% 퇴출과 병행해서 '살찐 미꾸라지' 같은 공무원들 득실거리는 곳에 메기라도 한 마리씩 풀어놨으면 하는 마음이다, 눈 좀 제대로 뜨고 부지런히 다니게"라며 공무원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자루'라는 대화명의 누리꾼은 "한심하고 안일한 사람들이 더 목소리 높인다"며 " 수위를 높여서 본보기로 3% 확실히 퇴출시키세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오세훈 시장 파이팅!"이라며 오 시장의 손을 들어줬다.

'공무원들 월급 주는 일반시민 전승학'이라고 밝힌 누리꾼도 "지금 국민들은 3%도 너무 작다고 하는데, 내가 봐도 30% 이상은 잘라야 할 것 같다"며 공무원들에 대해 "일반 서민들 경제가 밑바닥인데 나대지들 말고 자숙하라"고 충고했다.

'김문희'란 이름의 누리꾼은 "대한민국의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은 안다"며 그러나 나머지 노는 공무원들은 3% 가 아니라 10% 이상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잘라낸 공무원들의 임금을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분들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하여 더욱 열심히 일하도록 하자"며 "뇌물 바라는 비리 공무원들 특히 먼저 잘라내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반] "힘없고 빽 없고 돈 없는 하위직 공무원은 무능한가"

ⓒ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
하위직 공무원으로 보이는 '유능2'란 이름의 누리꾼은 "힘없는 하위직만 무능하고, 빽 없는 하위직만 무능하고, 돈 없는 하위직만 무능하고"라며 자조적인 글을 올렸다.

또다른 누리꾼은 "상위직은 유능하고 하위직은 무능하다? 상위직은 열심히 일하는데 하위직은 빈둥빈둥한다? 결국 힘없는 놈만 죽어나네"라며 "최소한 공무원들은 아닐 줄 알았는데"라고 하위직을 대상으로 퇴출 대상자를 선발케 한 서울시를 비판했다.

'혁신자'라고 대화명의 누리꾼은 "무능 공무원을 퇴출시킨다는 얘기인데, 무능력자에 대한 교육과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이 누리꾼은 "공무원 채용시험를 통해 기본적 소양과 국가관 등을 검증해서 들어온 능력있는 공무원들을 무능력자로 만들었다면 그 책임은 분명 관리 감독과 교육을 소홀히 한 서울시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능력 공무원 퇴출'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공무원에 대한 위기감을 조성해 맹목적 충성과 줄서기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라며 "모든 공무원은 결사 항쟁해야 한다, 결코 진실이 왜곡되거나 힘에 의한 동료들이 쓰러지게 할 수는 없다"고 호소했다.

'젊은이'라는 누리꾼은 "지금 나이드신 분이 나가는 게 문제가 아니다, 퇴출 기준마련 없이 빽 있는 분은 살아남고 빽 없는 놈은 퇴출 이라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고 "부정부패가 다시 만연될 것이다"고 꼬집었다.

한편 14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청의 법내 노조 대표 4명이 1시간 30분간 대화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자리가 됐다. '살생부' 명단이 공개되면 하위직 공무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화영 기자는 공무원노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공무원인사, #퇴출, #서울시,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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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이 세 아이가 학벌과 시험성적으로 평가받는 국가가 아닌 인격으로 존중받는 나라에서 살게 하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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