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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광주시청 해고 청소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시장 면담을 요구했을뿐인 우리의 행동이 과격시위냐"며 고용승계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지난 7일 오후부터 8일 오전까지 12시간여 동안 박광태 광주광역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시장실 앞 복도에서 '밤샘 속옷시위'를 벌인 광주시청 청소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광주시와 박 시장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지난 8일 일자리를 잃게 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은 "강제해산 과정에서 광주시 직원들이 폭력과 불법감금, 인권유린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일 새벽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던 노동자들 중 4명은 해산 과정에서 실신해 병원 치료를 받고있다.

이들은 15일 오후 광주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광태 광주시장은 관계공무원들에 의해 자행된 인권유린 등에 공개사과하고 피해를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맞은 쪽은 노동자, 수치심 무릅쓰고 속옷만 걸친 것이 과격시위냐"

▲ 15일 회견을 마친 노동자들이 요구안 등을 담은 공문을 전달하려 했지만, 시청은 출입문을 닫았다. 애초 시 측 담당자가 공문을 밖에서 받아 접수하기로 했으나 나타나지 않았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광주시는 업무방해, 집시법 위반, 폭력혐의 등으로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 23명과 민주노총 관계자 3명 등 26명을 경찰에 고발한 상태.

이날 노동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만나고 싶다고 정중하게 공문으로 요구해도 시장은 우리를 만나주지도 않았다"며 "고용승계 보장을 요구하면서 시장님을 만나고자 할 뿐이었는데 우리는 악몽같은 폭력에 시달려야 했다"고 했다.

노동자들은 "술냄새를 풍기며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직원들에게서 벗어나고자 속옷만을 걸치고 나섰다"며 "감금돼 있던 여성조합원들은 시 직원들이 낄낄대며 에워싼 그 비좁은 통로에 또다시 끌려나와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들은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아무런 기물파손·업무방해도 하지 않았다, 우리의 행동이 뭇매를 맞아야할 과격시위였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맞고 쓰러지고 끌려 다니면서 다친 것은 우리인데 거꾸로 가해자인 부하직원들을 앞세워 고소하다니 어이가 없다"고 따져물었다.

이날 기자회견문을 읽던 한 노동자는 눈물을 흘리며 여러차례 말을 잇지 못했으며, 일부 노동자들 역시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한 노동자는 "일하는 것이 생명줄이기 때문에 수치스럽지만 속옷만 있었는데, 우리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신규용역업체에 취업 권유"-"그런 말 들어본 적 없다"

'철통방호' 3층 시장실로 향하는 복도. 지난 7일과 8일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속옷시위'를 벌인 이후 시는 '철통방호'를 이유로 복도 입구를 막았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신규용역업체에 이력서를 제출토록 기존 노동자 전체에게 권장했지만 노조원들만 제출하지 않아 채용을 포기했다'는 광주시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들은 "박 시장은 치졸한 거짓말쟁이"라며 "우리 중 단 한명도 광주시나 신규업체로부터 이력서를 내보라는 애기를 단 한 명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공공서비스노조 광주전남지부는 "광주시가 허위사실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계약해지 노동자 36명 중 용역을 새로 맡은 업체는 비노조원 10명만 채용했다"고 밝혔다.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고용승계가 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앞서 임우진 행정부시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용역직원들에게 이력서를 내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신규업체에 취업을 권유했다"며 "신규업체로부터 '용역직원 전체에게 이력서 제출을 권유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앞서 광주시는 직접 계약해지 대상 36명 모두에게 이력서 제출을 권유한 것처럼 주장해 왔다.

"광주에서 없어져야 할 대상은 바로 너"... 광주시-민노총 '설전'

'시민은 민주노총 탓?' 실내에서 해야할 공무원시험원서접수를 야외에서 하고 있다. 안내문에는 "노조 용역원이 부당한 고용승계 보장을 요구하면서 시청 앞에서 농성 중에 있어 불가피하게 청사방호를 위해 접수창구를 1층 시민홀 입구로 변경 설치했다"고 밝혔다. 역시 '방호를 위한 조치'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이와 관련 광주시와 민주노총은 잇따라 가시돋친 설전을 벌이면서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8일 박광태 광주시장은 "과격하고 불법적인 노조활동이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지장을 준다"며 "민주노총은 없어져야 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민주노총광주 전남본부도 "투자 유치도 못한 '무능 시장'이 민주노총에 지역경제 실패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제 얼굴에 침뱉기'"라며 "광주를 떠나야 할 대상은 바로 박광태 시장"이라고 맞받아쳤다.

이후 광주시는 14일 호소문에서 "23명의 용역업체 직원들은 민주노총 조합원으로 가입한 이후 불성실한 근무형태를 보여 신뢰를 잃었다"면서 '민주노총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광주시는 호소문에서 "민주노총은 지난해 11월 FTA반대시위를 하면서 시청사를 파괴하는 폭력시위를 저질러 지역 경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의 강경투쟁은 민주성지의 명예를 더럽히고 자긍심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또 "우리 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에 불법적 행동을 일삼으며 생떼를 쓰는 막무가내식 주장과 비난을 일삼는 행위를 합리적인 노동운동이라 할 수 있느냐"고 따져물었다.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는 오는 22일과 29일 지역본부 차원의 대규모 집회에 이어 5월 18일 노동자 대회를 광주시청사 앞에서 개최하는 등 강경 투쟁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22일 이후에는 민주노총 소속 광주지역 노조들의 연대집회는 물론 잔업 중단 등 강도높은 투쟁을 준비하고 있어 갈등은 장기화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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