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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논산시 농민회 소속 한 농민이 논산시의회 회의장 앞에서 시유지 교환매각 가결에 항의하고 있다.
ⓒ 윤형권

@BRI@논산시에서 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골프장 조성업자가 논산시 상월면 인근 일대에 골프장을 조성하려다 면적 부족 등으로 곤란에 처하자 논산시가 자청해서 골프장 예정부지 인근 시유지를 업자에게 팔아 넘기기로 한 것.

김모씨는 지난 2004년 논산시가 소유한 시유지 인근인 논산시 상월면 일대에 9홀 규모의 골프장을 조성하려 했다. 하지만 부지 면적이 부족한 데다 시유지가 포함돼 있어 도시계획 허가 등 절차가 어렵고 지역주민들이 반대하자 사업 추진이 주춤해진 상황.

그런데 최근 논산시가 나서 시유지를 업자에게 매각하기로 하는 등 골프장 조성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3월달부터 검토해놓고 12월에 "매각 추진되지 않고 있다"

강 모씨는 시유지 900여평을 임대해 수 십년 동안 농사를 지어왔다. 흰색 화살표 부분은 시유로 통하는 진입로. 시유지가 도로가 없는 맹지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 윤형권
인근 주민들은 골프장예정지 인근이 딸기와 채소 등 주생산지여서 골프장이 들어설 경우 지하수 고갈과 토양오염 등이 우려된다며 골프장 건설에 반대해 왔다.

특히 주민들은 지난 2005년 12월 '상월골프장건설반대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논산시와 논산시의회가 시유지 교환매각을 통한 골프장건설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며 철회를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수차례 벌이기도 했다.

당시 논산시는 <오마이뉴스> 기자와 지역주민들에게 "시유지 교환매각과 관련한 어떠한 행정 절차도 추진되고 있지 않다"고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논산시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는 '2005년 4월 휴양시설 조성 대상 부지를 조사한 후 시유지와 교환할 휴양림 조성 부지를 확정한 후 이를 골프장 업자에게 매입하도록 회신'해 준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논산시 관계자는 "지난 2005년 3월 휴양림을 조성하고자 대상지를 물색 중인 와중에 골프장 업자가 골프장예정지내 시유지를 제공하면 휴양림 조성에 필요한 임야를 확보해 제공한다고 해 적극 검토하게 됐다"고 밝혔다.

즉, 처음부터 골프장 인근부지를 업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전제로 수년째 협의를 해왔다는 얘기다. 논산시는 골프장 업자와 손발을 맞춰 일을 추진하면서 주민들과 언론을 향해서는 거짓말을 해온 것이다.

논산시 "직접 땅 사기 어려워서"... 어떤 어려움?

논산시 시유지 뒷편으로 통하는 신씨 문중 소유의 진입로(화살표 R)와 신씨 문중 소유 땅에 다른 사람이 묘지까지 낸 길(붉은 색 a). 주민들은 이미 도로부지를 내준 예를 들며 논산시 시유지 진입도로 또한 얼마든지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윤형권
그렇다면 논산시는 휴양시설 조성에 필요한 땅을 직접 자체 구입하지 않고 왜 골프장 업자를 통해 매입하게 한 후 교환매각 방식으로 구입하려 한 것일까.

논산시는 지난 2005년 골프장 예정부지 시유지와 맞교환할 휴양림 조성 부지로 양촌리 남산리 임야를 지목한 후 골프장 업자에게 이를 매입하도록 제의했다.

당시 양촌리 남산리 해당 임야는 B씨가 소유하고 있었다. 골프장건설을 추진해온 김씨는 논산시의 제의를 받고 B씨를 만나 해당 임야를 매입해 소유한 후 다시 논산시와 골프장 예정부지 시유지와 맞교환에 나선 것.

이에 대해 논산시 관계자는 "마침 휴양림 조성도 필요하고 골프장 조성도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휴양림 조성부지를 시에서 직접 매입할 경우 절차상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결국 논산시가 골프장 조성을 돕기위해 일부러 휴양림 부지를 골프장 추진업자에게 매입의뢰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 논산 시의원은 "일반적으로 시유지 매각은 공매를 통해 이뤄진다"며 "공매를 할 경우 골프장 추진업자에게 낙찰될 것이라는 보장이 어렵자 논산시가 특혜를 주기 위해 교환매각 방식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금·임대료 받던 땅, 농로에 소나무숲도 있는데 '가치 전혀 없다'?

▲ 시유지 임야에는 보기 좋게 자란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사진은 시유지 인근에 있는 소나무.
ⓒ 윤형권
논산시는 또 "시가 소유한 골프장 예정부지는 지적도상 도로가 없는 맹지에다 효용가치가 전혀 없는 땅"이라며 "가치가 없는 땅을 처분해 휴양시설 조성에 꼭 필요한 땅과 교환하면 이익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논산시가 또 다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오마이뉴스>는 15일 시유지를 직접 둘러보았다. 확인결과 적어도 효용가치가 없다는 논산시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05년까지 수십년 동안 시유지(약 900여평)를 임대해 고구마 농사를 지어온 강모씨는 "매년 수십만원씩의 세금과 임대료를 냈는데, 지난해부터 논산시가 세금과 임대료를 올려 임대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어 "경운기를 이용해 시유지까지 거름을 실어나르고 고구마를 캐 날랐다"며 "지적도상에만 도로가 없을 뿐 만들려고 하면 얼마든지 도로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해당 시유지에는 최근까지 농로로 이용해 오던 길이 나 있었다. 또 시유지와 400~500m를 사이에 두고 도로가 뚫려있어 어렵지 않게 길을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됐다.

게다가 시유지에는 육안으로도 수십년 이상으로 보이는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논산시는 소나무 군락 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평가를 하지 않은 상태다.

논산시의회 이계천 의원은 "해당 시유지는 행정중심복합도시와 불과 20여분 거리에 있는 경관이 뛰어난 곳"이라며 "효용가치가 없는 땅이라고 평가절하 한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시유지 임대농 "토지 임대료 올려서 농사 포기"

▲ 시유지 임야(a)와 시유지 논(b), c부분은 다른 사람의 땅으로 평당 1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를 예로들며 시유지를 2만 4천원에 평가한 것은 저평가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윤형권
논산시는 시유지 2만8천평을 평당 2만4000원(총 6억5000만원)에 골프장 사업자인 김씨에게 팔려 하고 있다. 그러나 땅값 또한 논산시 주장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계천 의원은 "해당 시유지가 있는 인근지역은 지난해 지가조사에서도 시세가 평당 20만~30만원으로 나타났다"며 "헐값으로 팔아넘길 경우 골프장 업자만 수십억원의 불로소득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흥미있는 사실을 제기했다. 논산시가 골프장 업자에게 평당 2만4000원에 팔겠다는 시유지에 대해 주민들이 평당 7만~10만원에 매입하겠다는 요청서를 냈다는 것.

이 의원은 "논산시가 주민들의 매입요청에 대해서는 검토조차 하지 않고 무작정 땅을 골프장 업자에게 넘기려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논산시가 골프장 업자를 돕기 위해 '교환매각'이라는 명분을 만든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논산시 관계자는 "골프장 조성은 업자 개인이 추진하는 것인만큼 부지확보와는 무관하게 '주민이 반대하면 허가를 내줄 수 없다'고 고지해 왔다"며 "따라서 시유지를 업자에게 매각했다는 것만으로 골프장 사업을 도왔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한편 논산시의회는 지난 13일 본회의를 열고 골프장예정부지인 상월면 대촌리 시유지 2만8000여평과 골프장 사업자 소유의 양촌면 남산리 임야 약 8만9000여평을 교환하고 그 차액을 받는 '교환매각'건을 가결했다.

시의회에서 해당 안건을 승인함에 따라 논산시는 조만간 해당 부지를 측량한 후 토지가격에 대한 감정평가를 의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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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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