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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중에는 포유류가 많다. 지구상에 포유류가 처음 나타났을 때 다리는 모두 네 개, 발가락 다섯 개에 발가락마다 발톱이 달려 있었고 발바닥으로 걸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 돌베개
곰과 오소리 등은 발바닥으로 걷지만 호랑이나 늑대 등은 네 발가락만으로 걷는다. 또한 사슴 등은 발굽을 발달시켜 발굽만으로 걷는다. 이처럼 걷는 부분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른 발자국은 모두 다르다.

@BRI@이들은 왜 각각 다른 발 구조를 가지게 되었을까? 발가락 다섯 개라는 포유류 고유의 발 구조를 고집하는 동물과 발가락 네 개만 이용한다든지 사슴처럼 발굽으로 걷는 동물의 생태적 차이는 무엇이며 이처럼 각각 다르게 진화한 이유는?

야생동물이 남긴 발자국들은 이처럼 각 동물의 생태적 특성을 파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발자국과 함께 중요한 흔적은 야생동물들이 남긴 배설물.

야생동물들이 남긴 똥과 오줌은 발자국과 함께 야생동물이 있는 곳 어디서나 발견된다. 경우에 따라 발바닥이 남을 수 없는 단단한 땅, 낙엽이 쌓이거나 수풀이 우거져 동물의 흔적이 남지 않는 곳에서 발견되는 경우에 더욱 중요한 단서가 된다.

흔적으로 찾아가는 야생생태기행

"배설물은 동물이 어떤 먹이를 먹는가 하는 것만이 아니라 삶과 행동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려 준다. 동물들은 저마다 배설물이 다르고 배설습성도 제각각이다. 몇몇 포유류는 항문에 특정한 냄새를 내뿜는 분비샘이 있어 배설물을 내보낼 때 같이 배출한다. 이 분비물은 성적으로 성숙한 개체에서 발달하며 짝짓기 철에 가장 발달한다. 오소리는 얕게 굴을 파고 입구에 똥을 누는 반면 고양이는 흙으로 덮는 습성이 있다. 족제비, 수달, 담비 같은 동물은 돌 위에 똥을 누는 습성이 있는데(책 겉 그림 중 세밀화) 똥돌의 크기는 몸집에 비례하므로…."

▲ <야생동물 흔적도감>겉그림
ⓒ 돌베개
덧붙이면, 족제비와 담비는 오솔길의 돌 위에, 수달은 물 밖으로 나와 있는 돌 위, 바위의 처마 등에 모래를 긁어모은 후 배설하는데 이는 멀리서도 배설물이 잘 보이고 냄새도 잘 퍼지며 형태도 오래 유지되기 때문에 자기영역표시에 유리하다고. 삯이나 호랑이, 표범, 여우도 배설물로 자기영역을 표시하지만 수달, 담비, 족제비처럼 돌 위에 배설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한편 삯 똥에 제 몸을 비벼대는 너구리의 행동은 아직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다. 삯의 똥에 자신의 냄새를 묻히는 걸까? 아니면 자신의 몸에 삯 똥을 묻히는 걸까? 자신의 냄새를 남기고 싶다면 삯의 똥 위에 똥이나 오줌을 배설하면 될 것을, 왜 다른 동물의 똥에 민감할까?

같은 동물이라도 무엇을 먹었는가에 따라 배설물은 달라진다. 때문에 배설물을 관찰하면 배설물의 주인의 생태특성은 물론 먹이가 된 다른 생물까지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생식구조상 똥과 오줌자리가 다른 암컷과 수컷의 배설물은 번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처럼 동물들이 남긴 배설물을 관찰함으로써 어떤 동물이 어떤 곳에 주로 살고 무엇을 먹는지, 어떤 동물들이 공생과 천적을 이루는지, 산란기와 월동기에는 어떤 생태적 차이가 있는지 등을 설명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야생동물들이 남기는 흔적은 많다. 털갈이를 하면서 털을 남기고, 사냥한 먹이를 먹고 깃털이나 머리를 남기기도 한다. 풀을 뜯어 먹은 모습도 동물에 따라 다르고, 같은 흙탕물일지라도 머물렀던 동물에 따라 물이 맑아지는 시간이 다를 것이다. 또한 동물에게 밟힌 풀이 일어나는 시간에 따라 이동한 동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1부 주제다.

2부에서는 박쥐목을 제외한 야생동물의 흔적들을 식충목-설치목-토끼목-식육목-우제목 분류순으로 각 야생동물의 특성을 소개, 3부에서는 주변에서 흔히 관찰할 수 있는 새 50여종이 남기는 발자국과 티(펠릿), 둥지, 모래 목욕, 깃털 등의 흔적 자료를 생생하게 담았다.

<야생동물 흔적도감> 출판 반갑다

"야생동물의 흔적을 찾고 그 흔적의 주인에 관한 다양한 사실을 추론하는 것은 야생동물 전문가들만의 학문 분야가 아니다. 이것은 자연과 야생동물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일반인과 어린이들의 매우 훌륭한 취미이자, 일부 전문가들에겐 최소한으로 갖추어야 할 기초 소양이다. 야생동물을 공부하든 단지 자연을 좋아하든 어떤 경우라도 숲에서 야생동물의 흔적을 찾고 그들을 상상하는 것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며 숲의 진실에 더욱 다가가는 과정이다." - 머리말 중에서

책을 읽는 내내 느낀 것은 책에 기울인 정성과 책 내용의 자료가치다. 식물처럼 한 군데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하는 야생동물의 흔적을 쫓아 관찰하여 들려주는 <야생동물 흔적도감>은 사진 한 장, 세밀화 한 점까지 쉽게 볼 수 없는 자료들이었다. 저자들이 야생동물을 관찰한 기간은 8년, 책에 기울인 정성이 10년이라고 한다.

저자들은 산양, 두더지, 다람쥐, 멧토끼, 너구리, 삵, 반달가슴곰, 고라니 등 우리의 산과 들에 사는 포유동물 30여종의 발자국과 배설물, 잠자리, 먹이 흔적, 뿔질 자국, 털 등 야생동물의 삶의 다양한 흔적을 쉬운 설명과 600여컷의 사진 및 100여점의 세밀화로 자세히 기록했다.

따라서 이 책은 동물의 크기와 형태, 분포 및 생활, 번식 등 기본적인 생태를 이해하는 '야생동물도감'으로서 가치가 높다. 또한 발자국의 모양과 발걸음 크기, 배설물의 형태적인 특징과 크기, 뿔질 흔적과 먹이 흔적, 동물 사체, 동물들이 낸 길 등 야생동물관련 구체적인 정보들이 풍성해 야생동물 탐사에도 꼭 챙겨 가면 도움이 많을 것 같다.

그간 식물관련 도감은 많이 나왔지만 야생동물 흔적도감은 이번이 유일하다고. 이런 사전을 국내 저자가 썼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할까? 이런 도감을 소신껏 낼 수 있는 출판 여건이 다행이라고 할까? 게다가 야생동물 전문서라는 딱딱한 도감 느낌보다는 에세이를 읽는 듯 친근하여 어느 연령층이나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까지 갖추었다.

이 책을 통하여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야생동물은 우리 주변에 늘 맴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만 관심과 그에 부응하는 호기심이 없어서 보지 못했을 뿐이다. 지난날 사냥개의 배설물로 간주하고 말았던 것이 혹은 늑대나 너구리의 것이 아니었을까? 이제는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살펴보고 관찰할 것이다. 혹시 아는가! 늑대나 삵의 흔적을 찾게 될지!

또한 이 책을 통하여 막연히 무섭게만 느껴지던 야생동물들이 훨씬 친근해졌다. 우리는 야생동물의 흔적을 왜 알아야 하는가. 야생동물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팽팽한 긴장 속에 있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야생동물들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자연환경의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과의 올바른 공존이 절실해진다.

덧붙이는 글 | <야생동물 흔적도감>-흔적으로 찾아가는 야생생태기행(최태영, 최현명 지음/돌베개. 2007년 1월. 2만 5천원)의 저자는 두 사람이다. 이 중 최태영은 지리산 반달가슴곰 프로젝트에 참여, 지리산국립공원 반달곰관리팀에서 근무했으며, 2007년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에 있다. 

또다른 저자 최현명은 특별한 계기나 이유없이 어렸을 적부터 동물이 마음 속에 각인, 한국동물구조협회에 머물렀었고 동북아시아 산과 들을 헤매며 한국에서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는 야생동물 관련자료를 수집했다. 현재 이에 관한 책을 집필중인데 그림 그리기가 취미인 저자가 이 책 속 세밀화들을 그렸다. 두 저자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조경학을 공부, 야생동물에 더 많은 애정을 쏟아 야생동물관련 전문가가 되었다.


야생동물 흔적 도감 - 흔적으로 찾아가는 야생동물 생태 기행

최태영.최현명 지음, 돌베개(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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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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