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노무현 대통령이 22일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우리당 지도부초청 만찬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정세균 당의장, 장영달 원내대표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배재만

[기사 보강 : 22일 밤 10시 39분]

노무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의 '부당한 공격'에는 대응해 국정장악력을 놓치지 않고 레임덕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명숙 총리는 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3월 6일 이후에 열린우리당 당으로 복귀하기로 했다

노 대통령은 22일 오후 열린우리당 신임지도부 초청 청와대 만찬에서 "대통령은 단임 대통령으로서, 차기 대통령선거의 당사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선거를 위해 대통령을 정략의 표적으로 삼아 근거없이 공격하는 잘못된 정치풍토가 우려된다"면서 "대통령의 당적 정리로 이런 정치풍토가 개선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기다렸다... 당원들에게 편지 보낸 뒤 이달 중 당적정리"

그는 "당적 정리할 때 하더라도 당원들에게 한번쯤 심경을 편지형태로 전한 뒤 이달 안으로 탈당계를 내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당에서 공식적으로 당적정리 요구한 적은 없지만, 대통령인 내가 (당이) 부담 느낀다고 느끼면 그것도 갈등소지가 있는 것"이라면서 "다만 순항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기다렸다"고 탈당 배경을 설명했다. "당내에 일부라도 대통령의 당적 정리 주장이 있는 이상, 당내 갈등의 소지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어 "나는 당적문제와 관련해 '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하겠다'고 이미 언급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탈당이 추가 탈당을 막고 정세균 체제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통합신당 추진이라는 당의 진로에 도움을 주겠다는 뜻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탈당보다는 당적 정리하는 표현을 쓰고 싶다"면서, 탈당에 대한 깊은 회한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임기말에 과거처럼 당에서 밀려나는 대통령 하고 싶지 않았다. 이는 바람직한 정치가 아니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구조적 정치문화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고, 나쁜 선례를 끊지 못하고 4번째 당적정리하는 대통령이 된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수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만찬에 배석한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 겸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탈당이유를 '당내문제와 대선중립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차단'이라고 정리했다.

노 대통령은 탈당 뜻을 밝히기에 앞서, 통추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할 때 민주당에 잔류한 인사들이 결성한 국민통합추진회의)시절부터 정몽준 의원과의 후보단일화와 파기과정 등까지의 과정을 회고했다. 열린우리당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정책으로서 창당 정체성을 잘 지켜왔다"면서 "한미FTA는 당과 충분히 논의하지 못해 미안하다, 당과의 논의와 논쟁후에 결정했어야 하는데 행정을 하다보면 결단의 방식 선호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대통령께서 당적정리할 수밖에 없는 우리 정치구조에 대해 여러 번 비감한 심정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정세균 당 의장도 "비감하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탈당해도 언론 공격하는 것은 대응, 진보진영도 마찬가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날까지 부당한 공격에 대해서는 대응할 것이고, 끝까지 할말과 할 일을 하겠다고 했던 노 대통령은 이날도 "비록 당적정리하지만 언론의 페이스(언론과 보조를 맞춰서)로 나를 공격하는 것은 대응하겠다, 진보진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는 한 참석자의 "대통령께서 좀 자유로운 몸이 됐으니 한 걸음 쉬어가시는 게 좋겠다"는 권유에 대한 대답이었다.

한명숙 총리는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이 스페인과 이탈리아 순방을 떠난) 지난 11일 오전에 노 대통령에게 사의표명을 했다"면서 "대통령께서 민생국회 다루는 임시국회가 중요한 만큼 그 이후로 당복귀를 미루기로 해서 그러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또 "노 대통령께서 순방중인 14일에 열린우리당 전당대회가 열렸기 때문에 전당대회 이후에 당적정리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 총리 "지난 11일 사의표명... 임시국회 끝난 뒤 물러난다"

노 대통령은 한 총리에 대해 "최상의 총리였다"면서 "내가 갖지 못한 장점도 많이 갖고 있고 빠르고 정확하게 많은 일을 처리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당 복귀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은 "총리 떠나는데 장관들까지야 나갈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해, 장관들의 거취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윤승용 수석은 "총리의 당복귀 이후에 장관 교체는 본인의사를 존중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윤승용 수석은 "이날 만찬에서 개헌과 유시민 장관에 대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면서 "침울했지만, 각자 처한 입장에서 참여정부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보자고 끝났다"고 만찬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만찬에는 열린우리당에서 정세균 의장을 비롯해 장영달 원내대표, 원혜영·김성곤·김영춘·윤원호·홍재형·박찬석 최고위원, 송영길 사무총장, 최재성·서혜석 대변인, 문병호 당의장 비서실장이 참석했다.

오후 6시 30분부터 2시간 가량 진행된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최후의 만찬'은 이렇게 끝났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재임 중 탈당하는 4번째 대통령

대통령은 그의 말대로 재임중 탈당하는 4번째 대통령이 됐다. 전임들인 노태우 대통령은 대선후보와의 갈등으로,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주변 인사들의 비리문제로 당에서 떠났다. "퇴임후에 당 고문을 하고 싶다"는 등 당적에 대한 깊은 애정을 여러 차례 나타냈지만, 그 역시 탈당을 피하지 못했다. 민주당 탈당을 합치면 재임중에 두 번이나 탈당하는 첫 대통령이 됐다.

노 대통령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지명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한 직후인 지난해 11월 28일 "현재 대통령이 갖고 있는 정치적 자산은 당적과 대통령직 2개뿐인데, 만일 당적을 포기하는 상황에 몰리면 임기 중에 당적을 포기하는 4번째 대통령이 되는데 이는 아주 불행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달 12월 4일 열린우리당 당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는 "당적 문제를 이야기 한 것은 임기 말에 대통령에 대한 차별화 전략과 탈당 압박 속에서 마침내 당적을 포기한 역대 세 분 대통령의 일이 남의 일 같지 않아서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내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전임대통령들과는 탈당이유에 차이가 있지만, 그들에 비해 가장 빨리 당을 떠나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도 좋지 않다. 대통령 자신과 집권당의 지지도는 최악이고, 사상 처음으로 여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 사태가 벌어졌다.

주변상황은 본격적인 레임덕을 강요하고 있지만, 그는 끝까지 국정장악력을 놓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노 대통령은 그의 표현대로 대통령직이라는 정치적 자산 하나만 남은 상태에서 새로운 상황에 맞서게 됐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