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조류독감 발생 지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비좁은 우리에서 죽음을 기다리던 경기도 안성시 한 농장의 아기돼지들. 안성시 관계자는 ‘포클레인으로 머리를 계속 내리쳐 죽인다’고 했다 한다. (동영상 화면 갈무리)
ⓒ 동물살처분감시단

@BRI@지난 15일, 저는 최근 조류독감이 발생한 천안과 안성에서, 닭들이 생매장되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는 동영상을 <오마이뉴스>에 올렸습니다. 방역당국은 여전히 CO2가스로 죽인 뒤 매장한다고 발표해 왔었지요.

아울러 조류독감 발생농가에서 500m 안에 있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은 아기돼지들이 농장의 비좁은 우리 안에서 움직이는 모습도 함께 올렸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검색하다보니 지난달 말 천안에서 '굶겨 죽인 돼지들' 기사가 있었네요. 다음은 <뉴시스>의 김경훈 기자가 올린 1월 29일에서 2월 2일자 기사 세 개를 종합하여 파악한 내용입니다.

지난 1월 20일 천안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해, 90만 마리 가까운 동물을 죽이느라 29일까지 7일이 걸렸답니다. 그런데 거의 살처분을 마무리한 29일에도 두 양돈농가의 돼지 6000마리는 폐업보상비 문제로 그대로 두고 있었답니다.

조류독감이 발생하자 방역당국이 사료공급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게 한 것입니다. 조류독감 발생 지역에 사료공급 차량이 들어갈 경우 15일간 차량운행을 중지시킨다고 한 것이죠.

그래서 돼지들은 1월 20일에서 29일까지 열흘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방치되다가, 29일에 태어난 지 1~2달 된 아기돼지들 100여 마리부터 죽었나 봅니다. 그 전부터 죽어가다가 29일에 기사화된 것이겠지요. 물론 가금류 살처분이 마무리되는 열흘 동안 가금류들도 굶다가 죽었을 거고요.

결국 31일에야 두 농가의 살처분 동의가 이뤄져 2월 2일부터 5일까지 다른 돼지들도 살처분 매몰하는 작업을 했다는 것입니다. 가장 길게는 17일 동안 굶다가 죽임을 당한 돼지들이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천안에서는 그보다 한 달 앞서 12월 21일에도 닭들에 '뉴캐슬병'이 발병해 24만 마리 가량의 가금류들을 죽였답니다.

조류독감만 2003년과 2004년에 이어, 작년 11월부터 익산·김제·아산·천안·안성 순으로 발생하여 4개월째 수백만 마리의 가축들을 땅에 파묻어 왔습니다. 동물들이 질병에 저항력을 가질 수 없는 대량밀집사육 체제에서는 끊임없는 대량살육을 피할 수 없으며, 이제 전 국토는 동물들의 무덤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입니다.

대량밀집사육은 경제성도 없고 인간의 삶을 위협한다

▲ 지난해 12월, 김제시 공덕면의 조류독감이 발생한 농장의 내부 모습. 케이지 한 칸은 30*20*20cm로, 두세 마리가 꽉 차서 날개도 펴지 못한 채 살고 있었다고 한다. (사진을 클릭하면 큰 사진을 볼 수 있음)
ⓒ 동물살처분감시단
▲ 닭들을 CO2가스로 죽이지 않고 산채로 십여 마리씩 담아 6시간째 계사 바닥에 그대로 방치해놓은 자루들이 엄청나게 많이 깔려 있다. 자루들이 모두 꿈틀꿈틀거린다. 자루 하나를 뜯어보니 닭이 살아서 나오고 있다. 안성시의 한 계사. (동영상 화면 갈무리)
ⓒ 동물살처분감시단
공장식 대량밀집사육은 전혀 경제성도 없다는 것이 판명나고 있습니다. 2003년도의 경우 조류독감으로 2000억원의 손실이 났다고 합니다. 정부가 방역작업비와 조류독감 발생 농가, 가금류 산업체, 지자체의 피해액을 거의 지원해주고 있고, 그것은 모두 국민 혈세로 충당되는 것입니다.

뭐 고기를 많이 먹기를 즐기는 국민들도 이 문제의 공범이라 할 수 있으니 아깝긴 해도 억울해 할 것도 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고기를 먹지 않게 된 저로서는 많은 세금이 보다 필요하고 미래지향적인 곳에 쓰여 지지 않고 '생매장'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고 억울하네요.

보상과 관련해 이런 문제도 있습니다. 조류독감 발생농가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농민들의 조기 신고를 유도해 감염 확산을 사전 차단한다는 평가도 있지만, 바로 그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신고 시기만 놓치지 않으면 발생 지역 안의 농가들은 거의 보상을 받기 때문에, 축산농민들이나 지차체 등이 구조적으로 축산방식을 개선할 의지를 갖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피해액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인공사료에 항생제를 먹여 키운 닭이 싸놓는 닭똥은 오염되고 양도 많아 거름으로도 쓸 수 없습니다. 그러니 토지오염과 수질오염의 주범이 되어, 오염된 환경을 회복하려면 천문학적인 금액을 퍼붓는다 해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그런 닭을 먹는 사람들은 건강을 해쳐 골골대면서 의료비를 많이 쓰며 살아갑니다.

비단 닭사육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국내외에서 돼지는 구제역으로 생매장되고 소는 부루셀라니 광우병이니 해서 파묻히는 등, 비인도적이고 반자연적인 사육환경 속에서 끊임없는 수퍼바이러스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제 이런 비합리적 현실에 대해 광범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성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27일, 부산일보 기사에서 곽승국씨가 한 말입니다.

"인간의 욕심에 의해 공장에서 물건처럼 키워지는 병약한 생명들은 그 바이러스에 의해 힘없이 쓰러졌다. 조류독감에 걸려 포대에 담겨 매장되는 닭과 오리. 그들은 자기의 죽음으로서 인간에게 절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죽음의 바이러스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아닌 '인간의 욕심의 바이러스'라고. 그렇다면 그 다음 차례는…."

덧붙이는 글 | 동물살처분감시단은 지난해 12월 초 익산의 생매장 소식을 접한 동물보호단체의 한 회원이 거금을 후원하면서 그 구성을 제안하였다. 그 이후 감시단이 단체 연합으로 구성되어 동물 살처분 현장에 달려가 감시와 조사를 하고, 사진과 동영상 등으로 시민들에게 실태를 알리며 행정당국에 항의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감시단은 시민들에게도 방역작업을 총지휘하는 농림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항의하고 대책마련을 요구해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태그: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상 모든 생명들과 더불어 평화로운 숨을… 사람과 동물의 관계를 모르고, 인권,생명,생태란 시대적 화두를 풀어갈 수 있는가? ♥ 좋아하는 문구 : 세상을 본다 = 다른 이들의 아픔을 느낀다/ 단순한 거짓말, 복잡한 진실/ 특이성을 생산해 배치와 관계망을 바꿔나가기/ 소수자되기는 성공주의와 승리주의의 해독제/ 더불어 숨쉬고 더불어 자라기/ 분자혁명. 나비효과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