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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12월, 당선자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이 군복무했던 강원도 인제 을지부대를 방문해 사병식당에서 장병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에 앞서 장병들과 맛스타 캔으로 건배를 하고 있다.

@BRI@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열화와 같은 국민적 환호 속에 취임하신 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제 임기를 1년 남겨두고 계시니 세월의 빠름을 새삼 절감합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개혁에 관한 의견을 널리 구한다기에, 제가 평생에 걸쳐 주장해온 군대문화 개혁에 관한 내용의 일단을 정리하여 제출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 다듬고 요약해 올렸습니다만, 국정 현안을 챙기느라 워낙 바쁘시고 보좌진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보고 드리지 못해 접하지는 못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그 내용을 다시 한번 이렇게 올립니다.

작년에 국방개혁 2020안이 국회를 통과됨으로서 무기체계를 중심으로 한 물리적 면에서 자주국방의 기틀을 확고히 갖추게 되었음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국방개혁의 남은 과제인 인적 요소 분야의 개혁을 위해 병역법개정, 군인 기본법 제정 등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정부의 노력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생도들에게 역사의식을 가르쳐야 합니다

인적 국방개혁 중에서도 군대문화의 개혁이야말로 국민들이 말하는 "군대가 달라져야 한다"의 핵심 내용임에도 개혁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특히 우리 군은 친일 독재세력에 의해 왜곡 형성된 군대문화가 너무나 오랫동안 깊게 뿌리내려져 고질화되어 있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자각하기조차 어려운 지경에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해야할 것은 간부 양성과정의 훈육개혁입니다. 스페인이 프랑코 독재로부터 민주화되었을 때 행했던 것처럼 간부양성과정의 훈육을 전면 개편, 정의의 진실에 입각하여 선배들의 행적과 군의 발자취를 판단할 수 있는 역사의식을 배양해야 합니다.

사관학교 출신 예비역들의 행태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생도 훈육의 사실상 목적(Real goal)이 마치 냉전극우 세력이 자신들의 기득권 보호를 위한 후계자 육성처럼 되어있어서 민족·민주의식 정의감 육성에는 소홀했습니다. 디지털 강군 리더 육성 등 겉 듣기에는 그럴 듯 한데, 바람직한 철학과 신념 가치관을 심어주지 못하여 진급경쟁에 지나치게 민감한 배타적 집단이기심만 조장해 왔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군 최고위직 역임 예비역들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대체로 부정적이고 사관학교 출신들이 민족의식이나 자기희생의 정신에 있어서 다른 간부들과 비교해 특출나게 구별되지도 않는다 합니다. 생도 훈육개혁, 참으로 시급합니다.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민족적 자부심과 정의의 역사의식을 견지하고 인간존엄의 열린 리더십을 체득함으로서 존경과 신망의 대상이 되어, 미국의 웨스트포인트 출신처럼, 사관학교 출신이 제대하면 CEO로 서로 모셔가려 다투는 그런 존재가 되도록 만들기를 바랍니다.

이는 군에만 맡겨서는 불가능합니다. "누가 감히? 너희가 과연 사관학교를 아느냐?"의 자기 도취에 빠져있는 선배 예비역들의 영향력 때문입니다.

국군 탄생기념일은 광복군 창설한 9월 17일입니다

▲ 1952. 12. 4. 아이젠하워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에 앞서 한국전선을 시찰하고 있다. 뒤에 탄 사람이 클라크 주한 유엔사령관.
ⓒ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청
둘째, 국군의 날을 광복군 창설일인 9월 17일로 개정하여 국군의 정통성을 확립해야 합니다. 국군의 날은 국군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상징하며 장병들에게 국군에 대한 자부심 고취를 위한 교육의 근거가 되는 국군 탄생기념일 입니다.

독립군 색출 토벌에 혈안 되었던 친일분자들에게 6·25는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덮고 애국자로 둔갑시키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9·28수복 후 미군은 본국 정부의 지시를 기다리느라 38선을 넘지 않고 대기하면서 한국군이 돌파토록 했는데 그날이 10월1일이었습니다. 3사단이 제일 먼저 38선을 통과했다는 의미를 부쳐 56년 9월 친일세력 일색의 국무회의에서 그날을 국군의 날로 정했습니다. 공교롭게도 한미 상호 방위조약이 조인된 날이 53년 10월 1일입니다.

그들은 마치 6·25 전쟁에 국군의 정통성이 있는 것처럼 조작함으로서 자랑스러운 항일 무장투쟁의 빛나는 역사를 국군 사에서 지워버리려 시도한 것입니다. 항일독립 전쟁의 장엄한 역사를 말하지 않고 어떻게 국군의 자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습니까?

국군의 날을 헌법에 명시된 대한민국의 법통인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식 군대였던 광복군 창설일인 9월 17일로 개정하여 국군의 자랑스러운 정통성과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회복하고 국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장병들에게 평화·통일·자주의 정신교육을

셋째 군 정신교육의 개혁입니다. 민주화 이후 군 정신교육 내용만이라도 제대로 개편했었다면, 안보 문제가 극우 냉전 세력들의 전유물인 양 하는 분위기는 사라졌을 것입니다.

국군의 역사적 정통성을 바탕으로 냉전적인 안보관을 탈피 불식하도록 군 정신교육을 전면 개편해야합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사회에 복귀하는 장병들이 평화와 통일의 자주적 안보관을 국민 의식 속에 전파하는 전도자 역할을 해야 함에도 정반대가 되어있습니다. 군대가 마치 대북적대의식을 증폭하고 일방적 대미의존을 강조하는 냉전적 안보의식을 퍼뜨리는 극우집단의 정신교육 도장처럼 역할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금도 냉전적 사대주의에 찌든 예비역 장성들이 음으로 양으로 군 정신교육 내용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육으로 하루 속히 대치되기를 바랍니다.

군대문화 개혁은 아직도 우리 군에 도사리고 있는 반민족적이고 냉전적인 사고의 잔재를 털어버리고 국군의 정통성을 확립, 간부들의 의식을 바람직하게 변화시켜 우리 군을 평화와 번영을 지키는 민족의 군대 민주군대로서의 자주적 강군으로 거듭나게 만들 것입니다.

▲ 논산 훈련소의 훈련병들이 각개전투 훈련을 받고 있다(기사 내용과 특정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덧붙이는 글 | 표명열 기자는 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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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을 부하인권존중의 ‘민주군대’, 평화통일을 뒷받침 하는 ‘통일군대’로 개혁할 할 것을 평생 주장하며 그 구체적 대안들을 제시해왔음. 만84세에 귀촌하여 자연인으로 살면서 인생을 마무리 해 가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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